•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막걸리를 하이볼처럼?…'주(酒)벤저스'의 전통주 즐기는 법

  • 2026.07.28(화) 07:00

①백화점 입점·레시피 개발…전통주 기획영업팀 국세청에?

백진주쌀과 칠곡벌꿀참외로 만든 칠백주조의 '참참'. 대구지방국세청은 해당 제품을 발굴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과 연계해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제작: 챗GPT 활용]

"과장님, 유자는 두 스푼 넣는 게 좋지 않을까요?"
"팀장님, 레몬즙과 애플민트를 넣으니까 맛이 산뜻해요"
"이 레시피 이름은 '유자 막테일(막걸리+칵테일) 어때요?"

알코올 도수가 12도나 되는 프리미엄 탁주를 부담 없이 마실 방법을 찾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막테일' 레시피를 개발하는 이들은 대기업 주류 기획영업팀 소속처럼 보이지만 반전이 있다.

어떻게 하면 전통주를 맛있게 마실 수 있을지, 백화점 팝업스토어 입점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본업은 세금을 걷는 대구지방국세청 소속의 국세공무원이다. 왜 국세공무원이 전통주 판로 확보를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할까?

영세 전통주 업체의 판로를 열기 위해 직접 현장을 뛰고, 대구 신세계백화점 팝업스토어까지 성사시킨 대구청 '주(酒)벤저스'. 박규동 성실납세지원국장과 조희선 부가세과장, 김태형 소비세팀장 등이 펼친 활약을 따라가 봤다.

양조장 찾아가 백화점 입점까지

대구청이 신세계백화점과 팝업스토어를 연 첫날 (왼쪽부터) 민주원 전 대구청장과 전통주 업체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이대덕 기자]

대구청은 5~7월 동안 직접 발굴한 전통주 4개 업체와 신세계백화점을 연결해 릴레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그동안 국세청이 전통주 판로 확보를 위해 주류 품평회를 개최하고 홍보도 하고 있지만, 대구청이 백화점이라는 유통채널을 통해 전통주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영세한 전통주 업체의 판로를 확보해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팝업스토어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업체와 백화점을 연결해주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전통주 제조업체 상당수가 별도 직원 없이 대표 혼자 또는 가족 단위로 운영되고 있었고, 대표가 고령인 경우도 많았다.

5월 29일부터 6월 4일까지 스타트를 끊은 김천 '배금도가'(정현선 대표)는 다른 직원 없이 부부가 운영하는 업체였다. 쇼케이스 냉장고와 스탠딩 배너, 제품 소개 패널을 준비하는 것부터 70대 대표를 대신해 백화점 전자계약 시스템에 가입하는 일까지 난관의 연속이었다.

김태형 팀장은 "홍보 시안이나 제품 가격 안내 디자인 같은 마케팅 요소도 전혀 준비되지 않아,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디자인과 제작 과정까지 직접 챙겼다"며 "가장 힘들었던 건 팝업스토어 오픈 전날 늦은 밤까지 무거운 주류를 직접 운반하고 팝업스토어를 설치했던 일"이라고 털어놨다.

대구청 직원들이 직접 개발해서 만든 전통주 칵테일 레시피다. 소비자들이 전통주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대구청은 향후 전통주 칵테일 레시피를 책자로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제작: 챗GPT 활용]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배금도가를 기억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나온 것이 '막테일 레시피'다. 직원들은 탁주에 유자청과 레몬즙, 탄산수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가며 의견을 나눴고, 가장 맛이 좋다고 평가한 레시피를 명함 크기의 카드로 제작했다.

카드에는 QR코드도 넣었다.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찍으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곧바로 연결된다.

이 레시피 카드는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준비한 수량이 모두 소진됐다.

7월 3~9일에는 상선주조(대표 백경락), 10~16일에는 칠백주조(대표 김현한), 17~23일에는 너드(대표 윤혜정)가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신세계백화점 팝업스토어에 참가한 칠백주조의 김현한 대표는 "대구청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백화점 판매는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사진: 이대덕 기자]

브랜드 스토리·페어링까지 고민한다

'대구청 주(酒)벤저스'팀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전통주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전통주를 친근하게 느끼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레시피를 개발하고, 술과 어울리는 음식 조합을 제안하며, 제품에 담긴 브랜드 스토리까지 발굴한다.

첫 주자였던 배금도가의 팝업스토어 매출은 1200만원을 넘었다. 지역 전통주 제조업체 가운데 연 매출이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짧은 기간에 올린 적지 않은 매출이었다.

김 팀장은 "1년 동안 8000만~9000만원 정도를 판매하는 업체가 일주일 동안 1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면 단기간의 성과로는 의미가 있다"며 "더 의미 있는 것은 팝업스토어에서 제품을 접한 고객들의 추가 주문이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이 전통주 팝업스토어에서 제품을 시음한 뒤 양조장 관계자에게 문의하고 있다. 대구청은 5월 말부터 7월까지 4개 전통주 업체의 팝업스토어 운영을 지원했으며, 매출이 일반 박람회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 이대덕 기자]

대구청은 신세계백화점과 팝업스토어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경쟁력 있는 지역 전통주를 지속해서 발굴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이마트 등 대형마트 유통도 가능하도록 협의할 예정이다.

특별한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이육사 시인의 후손인 이동수 대표가 만든 '이육사 와인' 팝업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육사 시인의 고장인 경북 안동에서 재배한 청포도를 활용해 와인을 만들고 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이육사의 시 제목을 딴 '절정', '광야', '꽃' 등의 와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으로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른 이육사의 삶과 후손이 만드는 청포도 와인, 광복절이라는 시점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한 것이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제품의 배경까지 기억할 수 있도록 판매 시점과 브랜드 스토리를 함께 설계한 셈이다.

박규동 국장은 "앞으로는 스토리가 있는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잘 전달하면 관심을 보이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시 확산하기도 한다. 판매와 홍보 모두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맞아요?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습니다. 민간기업 기획영업팀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인터뷰를 하던 도중 기자도 모르게 튀어나온 질문이다. 대구청 주(酒)벤저스의 행보가 공무원 조직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전통주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들이 성과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출발점에는 김 팀장의 문제의식이 있었다. 국세청 소비세과에서 근무했던 김 팀장은 우리나라 전통주 업체의 열악한 현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2025년 기준 우리나라 전통주 제조면허는 3325개이며, 이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제조면허는 282개다. 면허 수가 곧바로 업체 수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 곳곳에 소규모 전통주 제조 기반이 넓게 퍼져 있다는 의미다.

상당수 업체의 연 매출은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영세하다.

전통주 팝업스토어를 기획·추진한 박규동 대구청 성실납세지원국장, 조희선 부가세과장, 김형태 소비세팀장(왼쪽부터). 이들은 ‘대구청 주(酒)벤저스’로 불리며 지역 영세 전통주 업체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이대덕 기자]

김 팀장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전통주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통주는 제품마다 맛이 크게 다르고 호불호도 뚜렷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맛보고 선택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반 식당에서는 전통주를 접하기 어렵다.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지만 소비자가 이름조차 모르는 제품을 맛보지 않고 주문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전통주의 어려움은 제품보다 마케팅과 유통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대구청 주(酒)벤저스는 누가 만든 술인지, 어떤 지역에서 태어났는지, 어느 계절과 기념일에 소개해야 가장 기억에 남을지까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이 백화점 입점과 레시피 개발, 브랜드 스토리 기획으로 이어졌다. 대구청 직원 모두가 합심해 값진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김 팀장은 "지난해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 대구·경북 소재 23개 업체도 참가했다"며 "대표들에게 물어보니 부스비와 숙박비, 장비 대여비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것은 거의 없지만, 소비자를 직접 만나 제품을 알릴 수 있어 계속 참가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팝업스토어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들의 진정성에 감동을 받은 팝업스토어 참여 업체의 대표가 국민신문고에 칭찬의 글을 올려, 되려 직원들이 감동을 받는 일이 있었다.

신문고에는 "제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대구청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고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준비하면서 놓치기 쉬운 세무와 부가가치세 처리 방법도 안내해줬다. 영세한 제조업체는 판로 개척에 행정과 세무 부담이 큰 데, 먼저 다가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길을 열어주는 행정은 많은 도움이 됐다"며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하고 관리하는 기관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납세자가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직접 경험했다. 이런 적극행정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분명한 힘이 될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전통주 어렵지 않아요"…주(酒)벤저스가 알려주는 팁!

"전통주는 마시면 머리가 아파요. 마실 때는 좋은데 숙취가 심해서 엄두가 안 나요"
"전통주는 맛이 천차만별이에요. 그래서 사기가 부담스러워요"

이러한 질문에 대구청 주(酒)벤저스가 내놓은 명쾌한 해답은 "죽어라 마시지 않으면 됩니다"였다. 소주나 맥주를 마시듯 빠른 속도로 탁주를 마시면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라도 다음 날이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소주나 맥주를 마시듯 빠른 속도로 탁주를 마시면 술이 센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음 날이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구매한 전통주가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취향에 맞게 변형해 마시는 방법이 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술을 아깝다고 무리하게 마시기보다는 하이볼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를 섞으면 한결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제작: 챗GPT]

1. 막걸리 사발 대신 와인잔에!

탁주를 떠올리면 보통 사발이 생각난다. 밥공기나 국그릇 같은 사발에 막걸리를 부어 한 번에 마시는 장면도 익숙하다. 이렇게 몇 잔 마시다 보면 취하는 건 금방이다.

그럴 때는 탁주를 와인잔에 따라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와인을 음미하듯 향과 맛을 느끼며 한 모금씩 마시면 자연스럽게 음주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숙취 때문에 전통주를 멀리했다면, 잔과 마시는 속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조금 줄일 수 있다.

2. 도수가 높다면 얼음을 넣어라!

일반적인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5~6도 안팎이지만, 프리미엄 탁주 가운데는 10도를 넘는 제품도 있다.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 얼음을 넣으면 녹는 과정에서 도수가 낮아지고, 탁주의 묵직한 질감과 알코올의 자극도 한층 부드럽게 느껴진다.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3. 내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자!

독한 양주를 탄산수나 음료와 섞어 가볍게 즐기는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집에서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사람도 많아졌다. 탁주에도 과일청과 레몬즙, 탄산수 등을 더하면 취향에 맞는 '막테일'을 만들 수 있다.

대구청 주(酒)벤저스가 개발한 '막테일(막걸리+칵테일)'은 막걸리 100㎖에 유자청 3티스푼과 레몬즙 1티스푼, 탄산수와 얼음을 넣어 잘 섞은 뒤 애플민트로 장식하면 완성된다.

묵직했던 탁주에 유자의 달콤쌉싸름한 향과 레몬의 산미, 탄산의 청량감이 더해지면서 한결 가볍고 산뜻한 술로 바뀐다.

다른 레시피도 있다. '빈 배히또'는 막걸리 100㎖에 커피시럽 10㎖, 바카디 10㎖, 탄산음료 20㎖와 얼음을 넣고 잘 섞으면 된다. 바카디는 모히토 등 여러 칵테일에 사용하는 럼 브랜드다.

막걸리의 부드러운 산미에 커피의 달콤쌉싸름한 맛과 은은한 럼 향이 겹치고, 탄산이 청량한 끝맛을 더한다. 탄산음료로 사이다를 선택하면 달콤하고 상쾌한 맛을, 토닉워터를 선택하면 쌉싸름하고 드라이한 맛을 느낄 수 있다.

4. 혼술할 때는 음식과 한 잔만 마시자!

혼술하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맥주는 남기면 다음에 마시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 캔을 모두 비우고, 소주도 한 잔에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전통주라고 해서 반드시 한 병을 다 마실 필요는 없다. 음식에 술을 곁들인다는 생각으로 한두 잔만 천천히 마시면 과음을 피하면서 전통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5. 전통주 종류에 따라 마시는 방법을 다르게 하자!

전통주에는 탁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약주와 청주, 과실주 등 종류가 다양하고 술마다 향과 맛, 알코올 도수도 다르다.

향이 가볍고 산뜻한 술은 식전주로 마시고, 풍미가 진한 술은 음식과 함께 곁들이는 식으로 각 술의 특성에 맞게 즐기는 것이 좋다.

6. 탁주는 전부터 매운 닭발·떡볶이까지 잘 어울린다

전통주를 처음 접하면 어떤 음식과 곁들여야 할지 고민될 수 있다. 가장 익숙한 조합은 역시 막걸리와 전이다. 비 오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떠오를 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궁합이다.

대구·경북에서 즐겨 먹는 배추전은 얇은 반죽에 배추의 은은한 단맛과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다. 담백한 배추전에 부드러운 탁주를 곁들이면 허기를 채우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매운 닭발이나 떡볶이, 마라탕 등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매운 음식과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탁주의 은근한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입안에 남은 매운맛을 누그러뜨리고, 자극적인 음식 사이에서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매운 음식에는 쿨피스나 맥주만 떠올렸다면, 탁주와의 조합도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