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이용하는 것, 남의 일이라고 애써 외면해 왔지만 AI라는 존재는 대학 교육에도 성큼 다가와 있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에 빠르게 영향을 주고 있다.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챗GPT·제미나이(Gemini)·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AI를 과제 작성에 이용하고 있으며, 기업에서도 예외 없이 AI를 이용해서 사업계획서 작성, 시장조사 등을 하거나 이메일 초안을 만들고 있다.
회계와 세무를 가르치는 대학교수 입장에서는 앞으로 AI가 얼마나 많은 회계세무 업무를 대체할지 예측이 안 된다. 실제로 법무법인은 물론 회계법인도 신입 공인회계사 채용을 줄이고 기초적인 업무는 AI를 활용하고 있다. 단순·반복적인 업무는 물론 생각보다 빨리 전문가 영역에서도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학교육, 특히 회계세무 분야에서 어떻게 강의를 해야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AI 회계세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단어는 1956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존 매커시가 제안했다고 한다. 우리 대학에서는 많은 AI 관련 강의가 생겨났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회계세무와 AI를 연계한 강의는 없었다. 필자는 올해 'AI 회계세무'라는 새로운 강좌를 개설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에 현재까지 약 한달 동안의 경험을 간단히 정리해 보기로 한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AI는 크게 제한을 두지 않았으므로, 챗GPT나 Gemini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고 유료 사용자도 많지 않았다.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대면수업이지만 모두 줌(Zoom)을 통해 출석하도록 했다. 즉, 호명받은 학생은 본인의 질문 내역(프롬프트)과 AI 검색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신의 화면을 줌 화면에 공유해서 다른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회계란 무엇인가?
본 강의는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므로 절반 정도는 회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첫 시간에는 회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여기에서 AI '프롬프트'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즉, 대부분의 학생은 질문을 "회계의 정의", "회계가 뭐야?" 라는 식으로 했다. AI는 "회계란 기업에서 일어나는 경제적 활동을 기록 정리하여 정보이용자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으로 기업의 언어이다" 라고 대답한다. 일반적으로 회계학 원론 책에 나오는 정의이다.
하지만, 왜 굳이 '회계(會計)', 'Accounting'으로 불리는지가 궁금하다. 즉, "회계라는 단어의 어원이 뭐야? 역사적으로 설명해 줘." 라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면 답변이 달라진다.
서양의 accounting은 라틴어 computare(= 함께:com + 계산하다:puta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즉, '함께 계산하다'라는 어원에서 출발해서 중세 유럽에서는 재산관리인이 봉건영주에게 재산관리 상황을 설명(account for)한다는 의미로 발전했다고 한다. 오늘날 accounting은 단순히 숫자만 적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건을 설명하고 보고하는 책임(accountability) 이라는 뜻이다.
회계(會計)라는 말은 중국 고대 하나라의 우왕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홍수를 막기 위한 치수사업을 마친 우왕이 제후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會') 해서, 성과를 계산('計')하여 국가경영을 통제한데서 유래한다고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즉, 동서양을 막론하고 회계는 단순히 숫자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을 맡긴 사람과 관리하는 사람 사이의 신뢰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회계의 본래 취지를 아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제에 대한 추가적인 의문을 가지고 프롬프트를 자세하게 사용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의 습득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배우게 된 시간이다.
차변(Debit)과 대변(Credit)
차변과 대변이 무슨 뜻일까? 회계를 처음 접할 때 어감(?)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왜 그렇게 부르는지에 대한 특별한 의문도 없이 왼쪽은 차변, 오른쪽은 대변이라고 배웠다. 물론 그 뜻을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없었다.
학생들에게 먼저 영어로 Debit과 Credit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다. 역시 대부분의 학생은 "Debit, Credit이 뭐야?"라고 질문했다. AI 답변은 회계에서 Debit은 차변, Credit은 대변이라고 한다. 그런데 "debit은 영어로 빚지고 있다는 뜻인데 왜 차변이라고 하지?"라는 의문이 생긴다.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질문을 해 보라고 했다. "Debit, Credit은 어떻게 생겨나게 된거야?"라고 물어 보면 의문이 조금 풀린다. 중세 이탈리아 상인들은 거래를 문장으로 쭉 기록하다가 거래상대방이 많아지자 불편함을 느꼈다.
즉, 받을 것과 줄 것을 거래처별로 대조하기 위해 왼쪽에는 라틴어로 debere(빌리다=debit), 오른쪽은 credere(믿다=credit)라고 기록했다고 한다. 당시에 이탈리아 상인들은 거래상대방을 중심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왼쪽인 debit은 '상대방이 나에게 빚을 졌다', 오른쪽인 credit은 '상대방이 나를 믿고 신용으로 주었다' 라는 뜻이다. 즉, 왼쪽은 내가 받을 채권, 오른쪽은 내가 갚아야 할 채무라는 뜻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왜 차변 대변이라고 할까? 우리나라보다 서양문물을 앞서 도입한 일본에서 영어 debit을 빌린다는 뜻의 '借邊(차변)', credit은 빌려준다는 뜻의 '貸邊(대변)'으로 그대로 번역하였다. 영어 단어의 뜻을 그대로 번역하여 결과적으로 원래 이탈리아에서 사용했던 의미와 반대되는 의미가 된 것이다. 그렇게 일본에서 사용하던 단어를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번역한 것이 오늘날 차변, 대변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역시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답변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단순히 "차변, 대변의 정의?"라고 물어보기 보다는 "차변, 대변이라는 말은 어떻게 생겨나게 된거야?" 라고 질문하면 그 역사적 배경을 알게되는 것이다.
다만, 오늘날 회계에서 차변 대변은 큰 의미가 없고 단지 왼쪽, 오른쪽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회계상 거래
일상에는 수많은 경제적 거래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회계상 거래가 될 수 없고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학생들에게 AI를 이용하여 아래 네 가지 사례에 대해 회계상 '분개'를 하라고 하였다. 즉, 회계상 거래인지 판단하고, 차변과 대변으로 기록하라는 것이다.
1. ㈜ 한밭은 법인 사무실로 사용할 건물을 물색하던 중 적절한 장소를 찾아서 10억원에 전세 계약을 하기로 함.
2. ㈜ 한밭의 재고 창고에 불이 나서 전자제품 1억원이 모두 못쓰게 됨.
3. ㈜ 한밭은 AI 연구원을 설립하고 카이스트 출신의 김박사를 연봉 3억원에 모셔 오기로 함.
4. ㈜ 한밭의 유성 창고에 도둑이 들어 휴대폰 5천만원 어치를 도난 당함.
위에서 1번과 3번과 같이 계약의 검토 및 추진, 우수 인재의 스카웃 등은 회사의 자산, 부채, 자본이나 수익, 비용에 전혀 변동이 없으므로 회계상 거래가 될 수 없어 분개가 필요 없다. 반면 일상 생활에서는 거래라고 보기 어려운 화재나 도난으로 인한 손해는 실제로 회사의 자산이 줄어들고 비용이 발생했으므로 분개를 하여야 한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AI는 모두 맞는 답변을 했으며 관련 이유 설명도 설득력이 있었다. 다만, 원래 회계를 배웠던 학생들은 문제 풀이가 어렵지 않았겠지만, 회계를 처음 접하는 학생은 그 의미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별 고민 없이 무조건 AI에 의존할까 두렵기도 하다.
"AI는 답을 주지만 판단은 못 한다. 판단은 인간의 몫이다." 자기의 기준이 없이 AI에 무작정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과 자기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학기 내내 강조하여야 할 것 같다.
☞이동건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며 Tax본부 파트너를 지냈다. 한국공인회계사 시험 세법 출제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21년 국립한밭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