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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압박·사업모델 한계…위기의 세금환급 플랫폼

  • 2024.11.15(금) 07:40

세금환급 플랫폼의 프로그램이 1997년 국세청이 도입한
국세행정통합서비스(TIS) 수준 밖에 안되더라고요.
이를 보고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봤죠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에 세무조사를 나갔던 한 국세공무원의 발언이다.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의 광고 공세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사업 모델의 한계 때문에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세무업계에서는 과거부터 세금환급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세무사 밥그릇 지키기 또는 '타다'와 같은 혁신 스타트업을 기득권 세력이 핍박한다고도 지적했지만, 사실 문제의 근간은 '사업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에 더해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들의 무분별한 경정청구로 홈택스 서버 과부하, 소득세 담당 국세공무원 업무 폭증, 부당환급 발생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자 국세청도 본격적인 제재에 나서기 시작했다.

무서운 줄 모르고 성장하던 세금환급 플랫폼들도 이제는 사업모델을 재검토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세금환급 플랫폼 사업모델이 한계인 이유

세금환급 플랫폼의 초기 사업모델은 인적용역소득자(프리랜서)의 기한 후 신고 또는 경정청구였다.

인적용역소득자(또는 인적용역사업자)는 자신의 노동력, 기술, 지식 등의 용역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배달라이더,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예술가, 학원강사 등이 있다. 이들은 고용주와 고용계약을 맺지 않고 용역을 제공한 뒤 그에 대한 소득을 받는데 이 때 용역을 제공받은 회사는 소득의 3.3%(소득세 3%+지방소득세 0.3%)를 원천징수하고 소득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배달라이더인 A씨가 배달플랫폼으로부터 100만원을 받아야 한다면 3.3%를 제한 96만7000원만 받는 것이다. 인적용역소득자의 경우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인 5월에 신고를 하면 냈던 세금을 돌려받지만, 이를 잘 몰라 신고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국세청 역시 인적용역소득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으면서, 환급을 받지 못한 인적용역소득자들이 꽤 많았다. 삼쩜삼 등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들은 이 부분을 파고 들어 "떼인 세금 찾아드립니다"와 같은 문구로 광고 공세를 퍼부었고, 플랫폼 업체들은 급성장한 것이다.

이를 경험한 인적용역소득자들이 경정청구뿐만 아니라 5월 종소세 정기신고도 세금환급 플랫폼을 이용하기 시작하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규사업자의 경우 단순경비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세금을 적게내도 되지만, 계속사업자의 경우 장부작성을 하지 않으면 기준경비율을 적용받아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추가 납부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관련기사☞5월 종소세 신고…삼쩜삼-홈택스, 그것이 문제로다(上)>

하지만 세무사가 아닌 세금환급 플랫폼이 장부작성을 해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인적용역소득자들은 세금환급 플랫폼에 대한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플랫폼 업체들은 근로소득자로 영업타깃을 바꿨다. 근로자의 경우 연말정산 과정에서 인적공제 등을 빠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한 경정청구를 통해 숨은 세금을 찾아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영업방식은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근로자의 연말정산은 장부작성 등의 복잡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어떤 항목을 누락했는지만 알면 홈택스에서 직접 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한국거래소가 삼쩜삼의 사업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코스닥 상장을 미승인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국세청 압박…업체에 타격인 이유는?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에게는 국세청의 압박도 커다란 리스크 중 하나다. 

국세청은 지난 9월 24일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들과 간담회를 진행, 개선 요구사항 중 '환급금 계산 근거 등 요약화면 제공'을 포함시켰다. 

얼핏 보기에는 대단한 개선 사항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업체들 입장에서는 영업기밀을 오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곤란한 요구사항이다.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들의 영업행태는 그동안 이용자에게 물고기를 낚아서 주기만 했지, 낚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것과 똑같았다. 그런데 업체들이 '환급금 계산 근거'를 제공한다면, 이는 이용자에게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이용자가 어느 항목에서 왜 세금을 환급받았는지 알게 된다면 굳이 비싼 수수료를 주고 세금환급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삼쩜삼 고객센터에 어떤 항목에서 환급금이 발생했는지 문의하자, 삼쩜삼은 "전자신고 결과조회에서 신고서 전문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삼쩜삼에서 신고내역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관할 세무서에 문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국세청이 환급금 계산 근거 요약화면을 제공하라고 요구했음에도, 삼쩜삼이 아직까지 이를 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자신들의 생존을 걱정할만큼 중요한 영업전략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일 기자가 삼쩜삼 고객센터에 문의한 카카오톡 상담내용. 환급금 계산근거 내용을 달라고 하자, 삼쩜삼에서는 이를 제공하지 않으며 관할세무서에 문의하거나 홈택스의 신고서 전문을 통해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사업영역 확대 or 종료, 기로에 선 플랫폼

최근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들은 인적용역소득자와 근로자를 타깃으로 하는 환급 시장에서의 한계를 느끼고 사업영역을 확대하거나 사업을 접는 등 각자도생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쩜삼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손잡고 종합부동산세 환급 서비스를 개시했다. 세금환급과 관련이 없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병원비 환급 서비스도 개시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엔터프라이즈가 운영하는 세금환급 서비스인 '세금을 되찾는 순간 1분'은 지난 9월 말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비즈넵'의 경우 사업자 환급뿐만 아니라 '초저가 세무기장'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등 사업을 재편했다. 

이에 더해 국세청에서 개발 중인 부당공제 점검 프로그램이 고도화 된다면, 인적공제 중복적용 등의 부당공제가 전산에서 자동으로 걸러지기 때문에 세금환급 플랫폼들이 이용자들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세무업계에서는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들의 지속적인 영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애초에 어려운 내용의 신고도 아닐 뿐더러, 국세청이 부당공제 검증을 이전보다 철저히 할 경우 납세자들은 리스크가 적은 채널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국세청은 부당공제 점검 프로그램이 플랫폼 업체들을 겨냥해서 개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서에서는 신고서만 보고, 세무사를 통해서 신고했는지, 개인이 한 것인지, 플랫폼 업체를 통해서 신고했는지 구분을 할 수 없다"며 "어느 채널을 통해 신고했든 잘못된 부분은 검토해서 추징하는 것이 목적이다. 부양가족 중복공제 부분은 이미 세무서에서 부당공제 점검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 점검 항목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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