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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쩜삼에 속 끓더니…300억 쏟아붓는 국세청, 성공할까?

  • 2024.05.24(금) 10:22

국세청, 향후 2년간 300억 투자 'AI 홈택스' 개편

삼쩜삼은 직관적이고 편한데…홈택스는 왜 그렇게 못할까?

삼쩜삼 등 민간 세금환급 플랫폼을 이용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일반 국민뿐 아니라 세무대리인, 심지어 국세공무원조차 홈택스의 메뉴가 너무 많아 납세자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다고 말한다.

이에 국세청이 올해를 'AI 홈택스' 원년으로 선포하고 향후 2년간 300억원을 투입해 홈택스를 사용자 중심으로 싹 뜯어고치겠다고 발표했다. 

김국현 국세청 정보화관리관은 지난 21일 "홈택스가 발전은 했지만, 공급자 위주라는 비판이 있었다. 납세자가 사용하기 불편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찾아가기 어렵다. 신고 서식도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라며 "AI, 빅데이터 등 국세청이 가진 기술을 다 동원해서 최대한 납세자들이 간편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홈택스 들어갔더니…왜 멀미 나죠?

홈택스(PC버전)에 들어가 '세금신고'로 들어가면, 각 세목에 따른 하위메뉴가 한꺼번에 보여 납세자들이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홈택스 홈페이지 캡쳐]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으로 많은 납세자가 홈택스에서 종소세 신고를 시도하지만, 들어간 순간부터 숨이 '턱' 막힌다.

수많은 메뉴 중에서 세금신고를 클릭하면 한 화면을 빼곡하게 채우는 하위메뉴가 뜨는데 마치 학창시절 봤던 '수학의 정석' 같은 느낌이다.

세금신고 메뉴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려놓으면 ▲신고서조회/삭제/부속서류 ▲부가가치세 신고 ▲종합소득세 신고 ▲양도소득세 신고 ▲법인세 신고 ▲원천세 신고 ▲증여세 신고 ▲상속세 신고 ▲개별소비세 신고 ▲인지세 신고 등이 뜨는데 문제는 이 메뉴들에 속한 하위메뉴의 숫자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종합소득세 신고 하위메뉴에는 ▲모두채움/단순경비율 신고 ▲일반신고(모든신고 안내유형) ▲근로소득 신고 ▲분리과세 신고 등 13개의 메뉴가 쭉 나열됐다.

삼쩜삼 등 세금환급 플랫폼을 이용한 납세자들의 "홈택스는 막막한데, 삼쩜삼은 편했다"는 후기가 넘쳐나는 상황이 당연하다는 것이 세무업계와 국세공무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삼쩜삼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제일 먼저 '내 환급액 조회하기'가 뜨는데 이를 클릭하면 간편 로그인 창이 뜬다. 로그인을 하면 곧바로 내 환급액이 조회가 되면서 환급(종소세 신고)을 진행할 수 있다. [출처: 삼쩜삼 홈페이지 캡쳐] 

홈택스에 300억 투자하면…무엇이 달라지나요?

국세청은 'AI 홈택스'를 어떻게 구현할 계획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용자 중심의 화면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것을 토대로 유추하면, 삼쩜삼 등 세금환급 플랫폼과 비슷하게 직관적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홈택스에 나열된 수많은 메뉴를 간소화해 납세자가 로그인하면 "환급(종소세 신고)을 진행하시겠습니까? > 신고 안내문을 받았습니까? > 모두채움신고서에 변경사항이 있습니까?"라는 질문형으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이 납세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AI 검색'도 도입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경비율 사업자는 종소세 어떻게 신고해야 해?"라는 물음에 바로 신고가 가능한 화면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AI 기술이 납세자의 질문을 얼마나 세밀하게 인지하는지가 관건이다.

현재 국세청은 5월 종소세 신고기간에 처음으로 AI 상담을 도입했는데 생성형 AI가 아닌 대화형 AI를 도입해 시나리오를 학습시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대화형 AI가 얼마나 고도화되는지에 따라 AI 홈택스 성공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의 경우 자료의 진위를 따지지 않고 방대한 자료를 가져와 AI가 답할 수 없는 질문에 거짓으로 답할 가능성이 있지만, 시나리오를 학습시킨 대화형 AI는 국세청에서 정제한 자료만을 바탕으로 답한다. 현재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제대로 답하지 못한 상담 건에 대해선 국세청 직원들이 매일 모니터링해 납세자가 어떤 의도로 질문한 것인지를 학습시키고 있다.

이것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AI 홈택스를 통해 납세자들이 질문형으로 신고를 하는 것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 홈택스 개통하면…세금환급 플랫폼 앞날은?

세금환급 플랫폼 업계의 선두주자인 삼쩜삼이 지난 2021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급성장하면서 후발주자인 세이브잇, 세금을 되찾는 순간 1분, SSEM(쎔) 등도 등장하며 그야말로 '세금환급 춘추전국시대'를 열고 있다.

하지만 세무업계와 국세청에서는 세금환급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수익모델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세금환급 플랫폼 업계 1위인 삼쩜삼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로 납세자가 삼쩜삼에 접속해 홈택스 로그인을 한 뒤 직접 세금신고를 해야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실상은 납세자가 직접 홈택스에 로그인해 직접 신고하는 것이지만, 포장만 삼쩜삼을 통해 하는 것처럼 보이는 셈이다.

더구나 단순경비율을 적용받는 프리랜서의 경우, 국세청이 모두채움서비스를 제공해 자동으로 환급을 진행해 주기 때문에 삼쩜삼의 주요 고객층인 프리랜서들에게는 직관적인 보기 편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큰 매력이 없다.

이마저도 무료라면 모르겠지만 환급액의 10~2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에 비하면, 세금환급 플랫폼들이 해주는 세무서비스는 홈택스(세금신고)로 가기 위한 '잘 포장된 고속도로' 제공 정도라는 것이 세무업계의 지적이다.

최종목적지인 '세금신고'로 가기 위해 예쁘고 잘 포장된 고속도로를 홈택스 자체가 구현한다면, 납세자들은 세금환급 플랫폼들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들이 다른 수익모델을 찾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단 의미이기도 하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세무사법 위반 문제도 이들 업계에는 큰 리스크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난 20일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수집·이용한 삼쩜삼, 세이브잇, 세금을 되찾는 순간 1분 등 업체들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에 더해 삼쩜삼과 제휴를 맺은 세무사 50여명에 대해 세무사회는 이들을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세금환급 플랫폼의 수익모델이라는 것이 빈약하다. 과거 국세행정시스템(TIS)에서 활용하던 수준이지만 홈택스가 복잡하다보니 납세자 입장에서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편리하게 느껴진다"며 "세무대리인 입장에서도 홈택스에 들어가면 굉장히 복잡하다. 만약 플랫폼 업체처럼 보기 편하게 홈택스가 바뀐다면 납세자들이 홈택스를 직접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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