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부가세 면제는 소비자에게 유리할까

  • 2020.05.27(수) 17:07

[김해마중 변호사의 '쉽게 보는 法' ]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세팀

얼마전 재난지원금이 정부의 재정에 얼마나 부담인지가 논의되면서, 기부의사를 밝힌 국민이 많고 소비할 경우 부가가치세로 10% 정도 돌아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 금액이 국고로 환수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그런데 부가가치세로 재난지원금의 10%가 국가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사실일까. 

우선 적어도 농산물, 축산물 등 부가가치세법상 부가가치세 부담을 면제하는 여러 재화와 용역이 있어서는 재난지원금 사용액의 10%가 국가로 다시 들어간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재난지원금을 사용해 추가적인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가 고객이 재난지원금을 사용해 수입이 증가하면 그 수입으로 소비하여 추가적인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세수가 재난지원금의 10%보다 늘어날 수 있다.
 
사실 부가가치세법은 여러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비자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있다. 면세사업자 단계에서 발생된 부가가치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부담이 면제되므로 소비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면세되는 재화는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등 미가공식료품이다. 재난지원금으로 마트에서 쌀이나 소고기를 사면 그 거래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축산물은 면세이므로 정육점과 식당을 같이 운영하면서 고객이 정육점에서 고기를 구입한 후, 바로 식당에서 고기와 반찬, 음료를 구입해 먹으면, 고기만 면세이고 고기를 제외한 음식용역은 과세이다. 

그 밖에 수돗물, 연탄, 도서, 기저귀, 분유 등도 면세대상이고, 용역 중에는 의료보건용역, 의약품의 조제용역, 장의업자가 제공하는 장의용역, 교육용역 등도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이런 면세 제도는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여러 복잡한 문제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는 면세재화인 농축산물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많은 과세물건을 판매하므로 매입세액을 어떻게 인정받을지 문제된다. 

마트에서는 물건을 구입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운송비, 창고보관비 등 다양한 비용을 지출하고, 이 비용에 대해서는 매입세액 공제를 받아야 하는데, 면세재화 판매와 관련된 매입세액을 특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부가가치세법은 과세사업과 면세사업을 겸영하는 경우에는 관련된 매입세액의 계산은 실지귀속에 따라 하되, 구분이 어려운 공통매입세액의 경우에는 면세공급가액의 비율로 안분하는 기준을 두고 있다.
 
그리고 사업자가 과세되는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더라도 주된 재화 또는 용역에 부수된다면 거래 전체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 

이와 관련 면세용역을 제공하는 장례식장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것 역시 면세용역인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도 있다.

장례식장은 면세이고 음식물 제공용역은 과세인데(식당에서 결제하면 영수증에 부가가치세가 얼마라고 표시되어 있다), 장례식당은 음식용역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음식이 장례식장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음식제공 역시 장의용역에 부수적으로 면세가 되냐는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장례식장에서의 음식물 제공용역의 공급은 일반인이 아니라 특정 조문객만을 대상으로 빈소 바로 옆 공간이라는 제한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점 등을 근거로 판단했다. 

거래의 관행상 장례식장에서의 음식물 제공용역의 공급이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 장의용역의 공급에 통상적으로 부수되는 것이어서 음식물 매출 역시 면세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면세제도가 항상 소비자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복잡한 문제이다. 

특히 다단계 거래에서 중간에 면세업자가 개입되면 이론적으로는 오히려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면세업자는 자신의 매출에 대해서 부가가치세가 면제되지만 그에 대응한 매입에 대해서도 매입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면세업자에게 과세재화를 공급한 자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이 납부한 부가가치세를 면세업자에게 전가하고, 면세업자가 다시 과세업자에 공급하면 과세업자는 면세재화를 공급받았으므로 매입세액 공제를 받지 못해서 세금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세업자 A가 100의 재화를 면세업자 B에게 판매하고 10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B는 면세업자이므로 10을 공제받지 못한다. 

만약 B가 100의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 과세업자 C에게 210으로 공급하고, 과세업자 C는 다시 100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고객에게 310으로 공급해 31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고 하자.(C 역시 면세 재화를 구매 했으므로 매입세액 공제를 받지 못함) 이 거래 전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는 300이 되지만 세금은 그 10%인 30이 아니라 41(A가 납부한 10+C가 납부한 31)이 된다. 

이렇게 사업자가 부가가치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킨다면 오히려 거래 전체로는 세금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 재화나 용역을 확대하는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위와 같이 부가가치세법은 면세 제도를 두어 소비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있지만, 업무가 복잡해지고, 해석상 여러 어려움이 있으며, 오히려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면세 대상이 늘어난다고 사업자나 소비자에게 항상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