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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

  • 2020.03.27(금) 08:40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상속받는 경우에는 상속세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종전에는 5억원 한도 내에서 상속재산의 80%를 공재해줬고, 2020년부터는 6억원까지 100%를 공제해주고 있다.

혜택을 주는 이유는 부양가족을 곁에서 지켜준 이른바 효자와 효녀에 대한 인센티브다. 하지만 10년간 1세대1주택인 부양가족이 죽기 전 10년 동안 같이 살아야 하고, 상속받는 본인은 무주택이어야 하는 등 혜택에 대한 요건은 까다롭다.

효자에게 주는 혜택이지만 깐깐한 규정 탓에 효를 행했음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세심판원의 문까지 두드렸지만 공제를 받지 못한 효자들의 사례를 살펴봤다.

# 어머니 돈으로 산 아파트 지분 때문에

김상속(가명)씨의 사례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안타깝다. 현재 규정으로는 상속공제 대상이지만, 법이 바뀌기 직전에 일어난 일이라 상속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1999년에 돌아가셨는데, 아버지 소유의 아파트는 어머니가 상속받았다. 김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그 아파트에 함께 살았는데, 2005년에 이 아파트가 재건축을 하게 됐다.

어머니는 재건축을 기회로 아파트의 지분을 아들에게 나눠주려했다. 증여하면 증여세가 부담이 될테니 양도를 선택했고, 돈 없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금전대차거래를 맺어 돈을 빌려주고 양도계약도 체결했다. 어머니는 세무서에 양도소득세 신고도 했고, 2006년에는 모자가 공동지분으로 소유권 보존등기를 마쳤다.

10년이 훌쩍 넘은 2017년 9월 어머니마저 사망하자 아들은 나머지 어머니 지분을 상속받게 됐다.

김씨는 20년 가까이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을 물려받았으니 동거주택 상속공제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했고, 그만큼 상속공제를 한 다음 세금을 신고했다.

하지만 아파트 재건축 직전에 양도받았던 지분이 문제였다. 국세청은 김씨가 보유했던 지분 때문에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다며 상속세를 추징했다. 상속인이 무주택자여야 한다는 규정에 벗어난다는 이유다.

김씨는 억울한 마음에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어머니로부터 정상적인 양도거래를 통해 지분을 매입했고, 양도소득세 신고까지 마쳤기 때문에 심판원도 국세청의 과세가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김씨 어머니가 조금만 더 오래 살았다면 동거주택 상속공제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2020년 1월 1일 이후 상속분부터 상속인과 피상속인이 공동으로 1세대1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도 동거주택 상속공제가 가능하도록 법을 보완·개정했다.

# 장인상에 부친상까지 당했는데

이상주(가명)씨 사례는 억울하다 못해 슬프다. 장인상에 이어 부친상까지 당하면서 뜻하지 않게 상속에 따른 보유주택이 일시적으로 늘었고, 이에 따라 동거주택 상속공제에서 배제된 사례다.

이씨의 아버지는 1988년에 주택 한채를 매입했다. 처음으로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한 것이다. 이후 아버지는 2016년 사망하기 전까지 28년간 이씨와 함께 살았다.

이씨는 그 사이 결혼도 했고 손주도 안겨드리면서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다. 아버지 사망 후 이씨는 당연히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받아서 상속세를 신고했다. 28년간이나 함께 살아온 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의 상속세 신고 뒤 세무조사를 나온 국세청은 뜻밖의 문제를 지적했다. 아버지의 사망 이전에 이씨 아내가 상속으로 인해 주택을 보유한 기간이 있어서 1세대 1주택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돌이켜보니 이씨의 장인, 즉 이씨 아내의 부친도 2004년에 돌아가셨고, 장녀인 아내가 그 집을 물러받았던 것이다. 

아내는 이미 2011년에 그 주택을 팔았지만, 상속개시일 이전 10년간 1세대 1주택이어야 한다는 규정에는 벗어난 상황이다. 아내가 상속받은 집을 팔기 전 7년간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심판청구를 했고, 아내의 주택 보유는 상속에 의한 불가피한 일시적인 일로 이씨 본인의 동거주택 상속공제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도 이씨의 억울함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법령에서 이씨의 사례를 수용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 동거주택 상속공제는 상속인에게 적용되는 규정이지만, 그 공제대상은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른 1세대 1주택인 경우를 말하고, 여기에는 생계를 함께하는 배우자를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씨는 아버지와 함께 한 집에서 28년동안 함께 살았지만 최근 10년 간은 1세대 1주택이 아닌 셈이 됐다. 장인의 사망으로 인해 아내가 주택을 보유하게 된 기간 때문에 동거주택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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