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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회계사 주식투자 논란

  • 2016.09.22(목) 09:51

삼일회계법인, 임직원 주식보유 전수조사
과잉금지, 잠재적 범죄자 취급 불만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계좌정보는 (회사에) 다 보고했고 주식투자를 끊은 지도 오래 됐습니다. 전수조사 안 해도 수시 신고에 눈치 보느라 (주식)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건 서로 다 알아요."
 
최근 삼일회계법인이 전 임직원을 상대로 주식보유현황 전수조사를 실시하자 독립성 강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던 회계사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업계 '리딩펌'으로서 때 맞춰 보인 자정 노력에 화답하기는 커녕 불만을 표출하는 데는 어떤 속사정이 숨어 있을까요?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전수조사의 필요성에 의문을 표하며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회계사가 남들은 모르는 내밀한 주식정보를 많이 알 것이라는 건 편견"이라며 "회계사들 중에서도 주식에 손 댔다가 손해 보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회계사도 "위에서는 늘 주식에 관심을 끄라고 하지만 애초에  주식할 시간도 정보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이어 "정작 삼일의 신뢰를 떨어뜨린 게 누군데"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을 지목한 발언으로 들립니다. 
 
안 회장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 미공개 정보를 흘려 10억원대 '주식 먹튀'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내 최대 회계법인의 10년 수장은 회계사 자격 박탈이라는 불명예로 커리어를 마감하게 됩니다.
 
현행법상 회계사는 직급에 따라 팀 또는 법인이 감사하는 기업의 주식거래를 할 수 없는데요. 최근 빅4 회계법인들은 직급과 관계 없이 주식거래 자체를 막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런 기류는 지난해 말 경희대 동문 회계사 30여명이 연루된 '미공개 정보 이용 부당이득 사건'이 발단이 됐습니다. 사건 이후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빅4 외 회계법인을 상대로 특별감리를 벌인 결과 5명이 추가 적발됐고, 이를 계기로 국내 1만 회계사 전체에 대한 주식거래 제한 강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탄 겁니다. 
 
옳은 방향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감사시장의 과점구조를 감안하면 사원급 일반 회계사들의 불만도 이해가 됩니다. 업계 부동의 1위 삼일회계법인이 감사하는 기업의 수는 지난해 개별재무제표 기준 총 1769곳에 이릅니다. 삼성전자와 LG화학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굵직한 기업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특히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삼성그룹과 오랜 단골 사이입니다. 삼성전자 외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물산 등 그룹 알짜 계열사 7곳이 수년 째 감사업무를 삼일회계법인에 맡기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10대그룹 회계법인]① 삼성과 삼일 '1등끼리의 거래' 
 
삼일 소속 회계사들로서는 회사를 떠나지 않는 이상 삼성주 투자는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나머지 빅3 법인의 회계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국내 대기업 대다수가 이들 중 한곳의 고객사이기 때문에 빅4 회계사는 사실상 입사와 함께 안정적인 투자 기회를 잃은 셈이죠.
 
전수조사 사태를 야기했던 경희대 출신 회계사들의 경우 사건 주동자 2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지난 6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주동자 배모씨와 이모씨는 검찰이 주장한 부당이득 총 9억3000만원 중 2530만원만을 유죄로 인정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들 전원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안경태 회장이 현재까지도 삼일회계법인의 수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상반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그는 올 연말 새 회장의 취임 전까지 자리를 지킨다고 합니다. 그 때까지 안 회장이 자신의 지분(9.9%)에 따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받는 보수와 배당금은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보란 것은 그 가치가 역피라미드 구조를 띠는데요. 소위 말하는 '고급 정보'는 조직의 윗선으로 모일 뿐 쉽게 아래까지 전달되지 않습니다. 회계사에 주식거래를 제한하자는 법안의 취지는 정보비대칭에서 비롯된 자본시장 질서 교란을 막으려는 데 있습니다. 빅4 회계법인의 현행법보다 엄격한 사내방침이 조직원의 호응을 받으려면 파트너급 이상의 의사결정자들부터 모범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손성규 한국회계학회장은 "회계이슈가 워낙 많은 만큼 자정을 시도하는 과정으로 보인다"면서도 "법을 지키면 되는 것인데 원천적으로 하지 말라는 얘기는 충분히 불만을 낳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회계사이기도 한 허웅 행정학 박사 또한 "의사결정자인 파트너와 달리 일반 회계사는 회계법인의 직원일 뿐 법인이 감사하는 기업들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며 "많은 경우 자신이 속한 회계법인이 어떤 회사를 감사하는지도 모르는 와중에 주식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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