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상속과 증여, 가업승계를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상속은 단순히 재산을 다음 세대로 이전하는 절차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의 신뢰와 소통, 그리고 공정한 분배에 대한 가족간 합의가 필요한 복합적 과정이다. 특히, 부동산과 가업 등 고액 자산을 보유한 가정에서는 상속이 가족의 화합이 아니라 불화의 시작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갈등의 구조적 원인: 부동산, 정보, 그리고 현실적 의사결정
필자는 상속 분쟁이 심화하는 근본적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부동산 가치의 급격한 상승이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비약적으로 오르면서 상속재산의 절대적 가치가 과거에 비해 커졌다. 상속인들은 자신의 몫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조금이라도 불공정하다고 느끼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한다.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 상승 기대감도 상속분에 대한 집착을 더욱 키우고 있다.
둘째, 유튜브, AI 플랫폼 등 정보 접근성의 확대다. 과거에는 부모님의 비상장주식이나 부동산 등 재산 현황을 자녀들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유튜브 각종 온라인 플랫폼과 AI 기반 서비스의 발달로 누구나 손쉽게 부동산 시세, 비상장주식 평가, 상속 절차와 법적 권리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보의 민주화는 상속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더 명확히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셋째, 지식 습득과 미래 가치에 기반한 현실적 의사결정 구조의 확산이다. 상속인들은 단순히 현재의 재산 가치뿐 아니라, 향후 자산 가치의 추가 상승 가능성까지 고려해 상속분을 요구한다. 상속·증여·가업승계와 관련된 법률과 세무 지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가족 간 협상도 더욱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 가족구성의 다양화(재혼·이혼·비혼 등),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유언장 및 상속설계의 미흡, 그리고 상속세 제도에 대한 인식 변화 등도 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업승계와 상속세, 그리고 가족 간 이해상충
특히, 가업을 보유한 가족의 경우, 상속 과정은 더욱 복잡하다. 아들이 부모의 가업을 승계해 대표이사로 일하고, 딸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에서, 딸들까지 동일한 상속 지분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때 아들은 '가업에 기여한 만큼 이미 월급과 사전증여 등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는 가족들의 시선을 마주하게 되고, 상속 이후 별도의 기여분 인정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높다.
세법상 가업상속공제는 가업 승계인의 상속세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중요한 제도다. 2025년 기준,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상속인이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하고,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등 까다로운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적용된다. 만약 가족 중 일부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상속분에 대해서는 공제를 받지 못해 상속세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예를 들어, 가업상속재산 200억원과 일반상속재산 100억원, 총 300억원을 아들과 딸 두 명이 3분의 1씩 상속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아들만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한다면, 아들의 지분에 대해서만 공제가 적용되고, 딸들이 받는 가업상속재산 100억원은 공제를 받지 못한다. 결국 일반상속재산 100억원과 가업상속재산 중 공제받지 못한 100억원, 합산 200억원에 대해 최고 50%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전체 상속세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뿐 아니라, 가업의 온전한 승계를 어렵게 만든다.
부동산 상속의 현실적 부담과 연부연납제도
상속재산이 대부분 부동산 등 비유동자산으로 구성된 경우, 상속세 납부는 더욱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대출이 없는 부동산 200억원을 상속받을 때, 배우자공제와 일괄공제로 35억원을 제외한 165억원에 대해 약 78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상속받은 재산이 모두 부동산일 경우, 세금을 마련할 현금이 없어 부동산을 급히 처분해야 한다. 요즘 강남 부동산매물 10건 중 4건은 상속으로 인한 물건들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세금 납부재원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은행 대출 또는 국세청의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부연납은 상속세를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일반 상속재산의 경우 최대 10년까지, 가업상속재산이 포함된 경우에는 최대 20년까지 연부연납이 가능하다. 연부연납을 이용할 때는 매년 남은 세액에 대해 정부가 정한 이자(2025년 기준 연 3.1%)를 부담해야 하며, 세무서장의 허가와 납세담보 제공이 필수적이다. 상속세를 연부연납으로 낼 경우, 매년 남은 세액에 대해 3.1%의 이자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므로, 상속인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처럼 현금이 부족한 상속세 납부는 가족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가업이나 부동산의 급매·분할 매각 등으로 이어져 가족 재산의 실질적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
실질적 대응과 해법
이처럼 상속과 증여,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족 간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자산 가치의 급격한 상승, 미래 가치와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의 확산, 가족구조의 변화, 유언장 및 상속설계의 미흡 등 복합적이다.
이러한 갈등을 예방하고, 상속과 가업승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질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사전 준비와 명확한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언장 작성, 가족회의, 주주 간 계약, 신탁 설정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상속재산 분배와 가업승계 계획을 명확히 문서화해야 한다. 특히, 가업상속공제 요건 충족 가능성과 가족 구성원의 경영 참여 여부를 미리 점검해, 상속세 부담과 세금 추징 리스크 그리고 분배 문제를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둘째, 전문가 상담과 체계적 절세 전략이 필수적이다. 상속세, 증여세, 가업상속공제 등은 매우 복잡한 세법과 민법이 적용되므로 가업승계와 상속증여 전문 세무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최적의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증여세 과세특례, 가업상속공제의 병행 활용, 연부연납제도 등 다양한 절세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셋째, 현금 납부 재원 마련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현금 확보 방안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험, 예금, 금융자산 활용, 부동산 일부 매각, 대출 한도 점검 등 다양한 방안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연부연납제도 활용 시 이자 부담까지 감안한 재원 계획이 필요하다.
넷째, 가족 간 갈등 조정과 중재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감정적 갈등이 심화할 경우, 가족 상담, 조정·중재 등 제3자 개입을 통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상속 분쟁을 조정하면, 장기적으로 가족관계 회복과 가업의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된다.
새로운 상속 문화의 정착을 위하여
상속과 증여, 가업승계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 신뢰와 소통, 공정한 분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결여된 데서 비롯된다. 제도 개선과 세제 혜택만으로는 가족 간 이해상충과 갈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
따라서, 가족 모두가 상속과 증여, 가업승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준비, 그리고 상호 존중의 자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쟁 없는 아름다운 상속 문화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이고 열린 상속·증여 플랜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가업의 지속, 가족의 화합, 그리고 재산의 올바른 이전을 위해 사전 준비와 소통, 전문가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조남철 세무사는?
국내 최초의 법인 컨설팅 전문 세무법인 넥스트를 설립하고, 2023년에는 AI 세금환급 서비스 헤이택스를 출시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 '조남철의 부자학교'를 운영하며,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가업승계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