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4월 1일, 내국세에 관한 최종심의 행정심판 기능을 수행하는 '국세심판소(현 조세심판원)'가 탄생했다.
국세심판소가 생기기 전에도, 세금 불복을 판단했던 조직이 있었다. 국세청의 불복 청구제도인 이의신청을 통해 심리가 이뤄졌는데, 행정부 내 심판체계에 대한 독립성이 논란이었다.
이에 국세청으로부터의 조직·기능적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정부는 1974년 12월 국세기본법을 제정,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산하에 국세심판소를 둔다는 규정을 만들면서 국세심판소가 탄생한 것이다.
3개월간 개점휴업…무슨 일 있었길래
현행법상 납세자가 부당한 과세처분을 받았다고 느꼈을 때, 국세청(심사청구)·감사원(심사청구)·조세심판원(심판청구) 등 3가지 루트 중 1가지 루트를 선택해 억울함을 다퉈볼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조세 불복은 조세심판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설립한 후 석 달간, 국세심판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 기간 동안 1건의 심판청구도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국세심판소 내부에서는 '조만간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봤다. 국세청에 접수된 청구는 6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는데, 60일이 넘은 건이 자연스럽게 국세심판소로 넘어올 것이란 계산법이었다. 실제 국세청의 1심에 이의가 있을 땐, 이를 최종심(2심)인 국세심판원에서 다퉈볼 수 있었다.
국세심판소에 첫 사건이 신청된 건 그해 6월 12일이었고, 한 달 정도 지나자 27건으로 불어났다. 당시 황하주 국세심판소장(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은 4명의 심판관에게 평균 7건씩 안분해 심사 처리를 맡겼다. 지금은 심판 결정례를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개청 초기엔 기술적 한계(전산화 미비)로 심판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모든 세금 불복 한 곳에서…조세심판원 탄생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조세 불복은 '용기'였던 시절이었다. 이 때문에, 권리구제보단 행정부 내 조정의 이미지가 강했다. 점차 '세금은 정당하게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이런 시대상을 반영해 국세심판소의 조직 형태도 꾸준히 변화해 왔다.
2000년 1월, 정부는 국세심판소(재정경제원 소속) 명칭을 국세심판원으로 격상시켰다. 이때부터 조세법률 해석기관으로서 기능이 강해졌단 평가다.
현재의 명칭인 조세심판원으로 바뀐 건 2008년 2월부터다.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국세심판원과 행자부 지방세심의위원회를 통합해 국무총리 소속 조세심판원을 출범시킨 것이다.
국무총리 산하로 둔 데는, 그 판단이 정부 조세정책에 예속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단 우려에서다. 국무총리실이 정책집행보단 행정 조율 기능을 수행한단 점에서, 심판원이 어느 한 정책 부서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상징성을 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2012년은 정부 각 부처의 세종시 청사 이전이 본격화된 시기였는데, 조세심판원도 그 해 말 세종청사로 옮겼다. 이전 절차 기간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납세자의 편의를 높이고자, 서울 창성동 별관 영상회의실에 의견진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엔 6개 심판부를 8개로 늘리는 조치도 이뤄졌다. 조세 소송은 시간(당시 1~3심 평균 4년)과 투입되는 비용이 많이 소요된단 점을 고려, 행정심 단계에서 빠르게 해결해 줘야 한단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처리해야 할 사건의 수에 비해 심판원 내 인력이 부족하단 부분도 한몫했다.
조세심판원이 세종시로 이전한 지 10년 만에 새로운 청사로 옮겼다(2023년, 세종청사 2동→4동). 그간 ①심판원을 찾는 민원인들이 대기하는 장소가 없었고 ②조세심판관 회의가 열리는 심판정마저 협소해,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격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의 청사엔 대심판정 1개, 소심판정 3개(종전 2개)가 있고, 청구인·처분청 직원이 각각 자리할 수 있는 별도의 대기실도 있다. 특히 법원처럼, 대기실에서 실시간으로 심판관 회의 진행 상황을 볼 수 있는 전광판도 있다. 법관이 법정에서 입는 법복처럼, 이 시기에 조세심판관들은 심판원 로고가 박힌 넥타이를 매고 일했다.
세금 불만 얼마나 많을까…판도라상자 열리다
2015년, 조세심판원은 심판통계를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이는 심판원 내 청렴도·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이전까지 일반인들은 조세 심판 결정 과정을 알 수 없었다.
첫 번째로 공개된 심판통계에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사건처리 현황(세목·지역·세액별)이 담겼다. 이를 통해 납세자의 세금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과세관청(국세청 등)의 부실 과세를 가늠할 수 있었다.
실제 처리 건수를 살펴보면, 2008년 5316건을 기록한 뒤 5000건대를 유지하다가 2011년 6296건으로 올랐고, 2014년엔 8750건까지 치솟았다.
2014년 기준 인용률은 22.2%로, 100건 중 22건은 과세관청이 부당한 세금을 부과한 셈이다. 통계상 인용률이 오르는 추세를 보였을 땐, 무리한 징세 행정을 펼치고 있단 지적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지난 한 해 심판원은 1만건(1만178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했고, 이 중 27.3%(인용률)를 부실 과세로 판단했다.
심판통계가 공개된 시점에서 저항이 가장 들끓었던 세목은 부가가치세였다. 2014년에 처리된 심판청구 건수 중 부가가치세의 비중은 약 25%(2186건)로 전체 세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그 다음은 지방세(2525건), 법인세(1532건), 증여세(1217건) 등 순이었다. 현재도 지방세(2024년, 3737건)보다 내국세(6274건)에 대해 불복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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