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더욱 힘을 내야 할 시기인데요. 생각지 못했던 국내외 상황들로 경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세금을 내고 있는 기업인과 자산가들은 2025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양도·증여·상속 등 자산과세 전문가인 박정수 세무사(나이스세무법인 성동지사 대표)를 만나 현재 증여와 승계 트렌드와 앞으로 어떤 트렌드가 주목받게 될지 물었더니, 자녀법인을 활용하는 증여 플랜은 올해에 이어 내년, 내후년에도 이어질 절세 트렌드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세법 변화에 따라 방향은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자산가와 기업인들이 새해를 맞이하며 승계 전략설계에 참고할 팁은 무엇이 있는지, 박 세무사와 '2025 절세플랜'을 세워봤습니다.

-올해 기업인과 자산가들은 세금에 대해 주로 어떤 고민을 갖고 있었나요?
올해 제가 실무에서 본 자산가 분들의 가장 큰 세금고민은 당연히 상속·증여 문제였어요. 상속·증여는 그 전에도 많은 자산가나 기업인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부분이긴 했지만 올해 더 큰 관심을 가진 이유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자산 가격이 폭등해 세금이 증가하면서, 주택 같은 경우 취득세 중과가 풀리지 않아서 수증받는 자녀분들이 내야할 세금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부모님들이 당연히 주택 증여를 망설이게 됐고요.
두 번째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고가주택 증여를 위해 저가 양도라는 양수도의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엄마나 아빠가 자녀 개인으로 거래했을 땐 증여를 하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자금 부담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발생한 거예요. 때문에 자녀법인 같은 가족 법인을 활용하게 된 거죠.
-꽉 막혔던 증여나 승계 고민을 해결한 사례가 있었나요?
요즘 자산가 분들은 토지같은 부동산을 증여할 때 무작정 세금을 줄이는 방법보다는, 유용할 수 있는 돈을 만들면서 최대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을 선호하는데요. 그런 경우 앞서 말씀드린 자녀법인을 활용하면서, 양도와 증여를 융합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부모가 자녀 개인한테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금액은 2억원 정도인데, 자녀가 설립한 법인에는 주주 1인당 21억원까지 무이자 대여가 가능해요. 어떻게 보면 상속·증여에서 법인을 활용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컨설팅한 내용은 자녀법인을 통해 주식거래·자본거래·대여금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양도 또는 증여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양도하고 일부는 증여하는 방식으로 양도와 증여를 결합해서 넘겨주는 방식인데요.
거액의 대출이 없어서 자녀에게 부담부증여도 안 되고 증여세 부담이 너무 커 자산 이전이 어려운 분들은, 이런 방식으로 사실상 부담부증여 효과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납부 주체를 개인과 개인에서, 법인과 개인으로 이원화해 절세하는 방법이죠.
중견·중소기업 대표님들처럼 기업을 경영하시는 분들 역시, 일궈놓은 회사를 어떻게 잘 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으신데요. 그래서 가업승계 증여특례 인기가 최근 높아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특례로 세금 없이 가업승계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실무에서 보면 세금을 100% 공제받는 법인은 없습니다. 항상 사업무관 자산 때문에 세금을 내야할 상황이 생기거든요.
증여하는 가업재산이 100억원 미만이니 증여특례 요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고 진행했다가, 50억원은 공제가 되는데 나머지 49억원은 공제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돼 세금이 과세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보통 현금을 과다하게 갖고 있거나, 대표의 가지급금이 있거나, 혹은 임대를 주고 있는 부동산이 있는 경우인데요.
그래서 가업승계를 염두에 두신 기업인 분들에게는 사업무관 자산을 줄이는 것이 제일 첫 번째 절세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임대하던 부동산을 자가 사용으로 돌리거나, 가지급금을 해소해서 사업자산 비율을 높여 최대한 많은 공제를 받아야 하는 거죠.

-올해 세법개정의 최대 이슈는 상속·증여세 개편이었죠. 상증세 완화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는데, 앞으로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최근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자녀공제를 확대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이 됐죠. 하지만 상속세가 개편된다고 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 증여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닙니다. 상증세법 개정안은 국제 기준에 맞게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이지, 개편으로 자산가들이 엄청난 혜택을 본다고는 할 수 없었거든요.
정부안대로라면 보통 자녀 2명이 있고 배우자가 있는 상황에서 공제금액이 12억원으로 올라가고, 최고 세율이 10% 줄어든다고 가정했을 때 100억원대 자산가들한테는 7억원 정도 절세가 되는 거거든요. 7억원이 크다고 하면 큰 금액이지만 백억대 자산가들에게는 그렇게 큰 효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죠.
다만 중위·중산층 30억~40억원대 자산가들은 상속세를 거의 안 내는 구조로 설계돼 있었는데, 그 분들은 기대했던 절세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사업을 하면서 고비를 많이 넘겨온 경험이 있어, 어지간한 일에는 잘 동요를 안 하시는데요. 때문에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시점이 오히려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비상장 기업은 3년간의 손익으로 주가 평가를 하는데요. 주가 추이를 살펴보고 올해 매출액이 줄면 내년에 주가를 평가해서 주식을 이전했을 때 절세 효과가 큽니다. 주식가치는 세법상 평가액이기 때문에 손익의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올해 매출액이 줄어 손실을 본 기업은, 주가 평가기준일이 2024년 12월 31일인지, 2025년 1월 1일인지 이 하루 차이에 따라 손실포함 여부가 결정돼 주가 차이가 커집니다. 주가가 10~15%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이 때 증여 등 자산 이전을 하려고 생각하시는 거죠. 내년이나 내후년 주가 추이를 분석해서 주식이전의 적절한 타이밍을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절세 트렌드로는, 해외에 거주하는 비거주자 자녀의 해외법인을 통한 증여가 눈에 띕니다. 국내법인의 자본거래에 대한 세법이 엄격해지면서 해외법인을 통한 절세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듯한데요. 현재 1~2세대 자산가들의 자녀가 미국 유학 후에 미국에서 회사를 다니거나 결혼을 하면서 세법상 비거주자가 된 경우가 상당한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고요.
이렇게 완전한 비거주자가 해외에 설립한 해외법인에 대한 과세는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자산가 분들이 주목할 것 같아요. 하지만 비거주자 판단 문제는 매우 첨예하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매우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상속을 둘러싼 형제·자매 등 가족 간 갈등이 많은데, 가족이 분쟁 없이 화목하게 상속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위한 팁이 있을까요?
상속 분쟁이라는 게 재산에 대한 다툼인데, 사실 이건 돌아가신 분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미리 잘 계획해두지 않고 그냥 남겨놓고 돌아가셔서 갑작스럽게 상속이 개시된다면 당연히 형제 자매끼리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분쟁을 미리 방지하는 데에는 신탁이 제일 좋은 방법인 듯합니다. 미리 돌아가시기 전에 원하는 대로 설계를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녀들도 "우리 아빠의 뜻은 이거였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가족법인도 상속분쟁을 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 명의 빌딩 한 채를 아무런 협의없이 남겨놓고 돌아가셔서 상속인 4명간에 분쟁이 발생했다면, 대부분 공유분할 소송을 거치면서 빌딩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은데요. 법인 명의라면 주식을 상속인 4명에 각 25%씩 유증을 해놓을 수 있겠죠.
실무에서 지켜본 바로 상속에 있어 최악은 자녀 3명이 A 건물, B 건물, C 건물을 각각 3분의 1씩 갖게끔 하는 겁니다. 장남·장녀·차녀 각각이 상속 비중에 대해 생각한 부분이 있을 텐데, 모두 똑같이 나눈다면 의견이 충돌할 수밖에 없겠죠. 따라서 세무대리인들이 할 수 있는 분쟁 해소 방안은 세금적인 유불리를 최대한 잘 설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상속 재산 중에 부동산 등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은 자녀에게 최대한 많이 배분하고, 현금이나 예금·상장주식 등은 배우자 분이 받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는데요. 미래에 낼 세금까지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수용하십니다.
-세무회계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업무 방식이 확산하고 있는데, 실제 업무에 AI를 사용하고 계시나요?
AI는 현재 기장 업계 쪽에선 많이 도입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실제 세무사들이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케이스는 많지 않습니다.
제가 제일 많이 활용하는 부분은 예규 판례를 검토할 때인데요. PDF 파일을 업로드해서 쟁점사항을 요약해달라고 하면 핵심 부분을 체크하고 강조해서 알려줘서 도움이 되더라고요.
경정청구서 초안을 작성할 때 어떤 부분을 쟁점으로 봐야할 지 포인트 잡기가 좋아요. 불복청구 과정에서 소명서를 작성할 때, 의견 진술에서 더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아이디어를 얻는 데도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엑셀 계산 서식 만드는 것도 AI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세율표를 첨부하면 세금 계산식에 맞춰서 단시간에 계산이 가능해서 편리해요. 세무사들은 그 계산식과 결과가 맞게 나왔는지 검토만 거치면 되니까, 그런 업무에 드는 시간이 확실히 단축된 것 같아요.

☞박정수 세무사는?
자산과세 분야의 절세 전문가로 양도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보유세 등을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기술을 갖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임원 양도·상속·증여·퇴직설계 관련 전담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최대 세무법인 다솔에서 수석팀장을 거쳐 현재 나이스세무법인 성동지사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