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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논쟁의 본질: 누구를 위한 개편인가

  • 2024.12.06(금) 07:00

|Cover Story| 한밭대학교·택스워치의 산학협력 캡스톤디자인 연구

최근 상속세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래에 재산을 물려받게 될 청년들의 입장에서 상속세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한밭대에서 회계와 세무를 연구하고 있는 교수 및 학생들과 함께 상속세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보겠습니다.

상속세율 완화, 배우자·자녀공제액 상향,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 등 그 어느 때보다 상속세 논의가 뜨거운 요즘,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모두들 각자의 논리로 상속세 완화, 유지, 개편을 주장하지만 거기에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빠져있습니다.

상속세는 누구를 위한 세금일까요? 상속이 남은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면, 상속에 부과되는 세금도 남겨진 자들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피상속인(망인)의 마음이 온전히 상속인에게 전달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상속세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속세는 어떤 모습일까요? 누군가는 거액의 상속세로 피눈물을 흘리고, 누구는 상속세를 피해 다른 나라로 쫓기듯이 떠나갑니다. 누군가는 거액의 상속세를 내는 사람을 바라보며 그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을 부자감세라며 반대하죠. 

이런 상속세가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상속세를 두고 정부와 국회, 학자 등 여러 경제전문가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이지만, 정작 누군가를 위한 세금이냐는 물음은 빠져있습니다.

이런 의문을 던진 것은 다름 아닌, 국립한밭대학교 회계세무학과 학생들이었습니다. 캡스톤디자인 수업에서 '상속세 존폐에 관한 연구'를 맡은 이민규(17학번)·김경민(19학번)·김소정(21학번) 학생들은 최근 연구에 관한 중간보고를 했는데요.

내용은 신선했습니다. 현재 여야가 치열하게 논쟁중인 최고세율 인하나 인적공제 상향 등에 무게중심을 두기 보다는, 상속세는 누구를 위한 세금인지에 대한 의문이 담겼습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누가 해야 할까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는 학계와 경제전문가 등 기성세대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밭대 회계세무학과 캡스톤디자인 수업에서 '상속세 존폐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고 있는 상속세팀. 상속세팀은 한 학기 동안 상속세에 대해 연구한 뒤 내년 1월에 최종보고서를 통해 상속세애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 이대덕 기자]

상속세 논쟁의 핵심은?

현재 상속세 개편 과제는 단기적으로는 ▲최고세율 인하 ▲배우자·자녀공제 등 인적공제 상향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 장기적으로는 ▲유산취득세 개편 ▲자본이득세 전환 등으로 나뉩니다.

단기적 개편 과제는 이미 많이 나왔던 내용인데다, 여야에서 치열하게 논의 중이기 때문에 대부분 어떤 주장과 근거를 가지고 대립하는지 많이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 개편 과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도 있고, 또 유산취득세나 자본이득세 개편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유산취득세는 왜 나온 것일까요?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유산취득세는 현행 유산세와는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현행 상속세법은 피상속인이 물려주는 유산 전체에 대해 과세한 뒤, 세금을 내고 남는 유산을 상속인들이 나눠가지는 구조입니다. 내가 상속을 적게 받든, 많이 받든 내는 세금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담세력을 넘어서는 세금을 내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와 달리 유산취득세는 내가 받은 유산에 대해서만 세금을 냅니다. 당연히 상속인이 많을 수록 유산을 더 많은 사람이 나눠가지기 때문에 상속세 과세표준이 낮아져 세금을 적게 내는 효과는 물론 내가 받은 유산만큼만 세금을 내기 때문에 합리적이라는 의견이죠.

기재부의 최종 목표는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는 것이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상속세 과세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법 개정부터 시작해 신고절차 개편, 국세행정시스템 개편 등 실무적으로도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현행 상속세율의 경우 유산세를 기준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이도 바꿔야 하죠. 상속세 인적공제도 손 봐야합니다. 세수감소 우려와 부자감세라는 논란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본이득세는 말 그대로 실현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인데요.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부동산을 물려줬더라도, 상속인이 이를 매도하지 않으면 과세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속인이 양도하는 시점에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자본이득세인데요. 자본이득세는 실현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에 담세력을 보장하고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죠.

하지만 이 방식은 부의 세습을 심화시키고 세수부족 우려와 자산평가를 위한 행정적인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대 대학생이 바라보는 상속세는?

캡스톤디자인 수업에서 상속세를 맡은 상속세팀의 발표에서 눈에 띈 것은 한밭대 학생 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것이었습니다.

상속세팀이 10~11월 동안 학우 62명을 대상으로 상속세에 대해 묻자, 37명(전체의 60%)은 현행 상속세를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상속세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3명(21%), 상속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2명(19%)이었습니다.

상속세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52명(복수응답 가능) 중 17명은 최고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고, 14명은 인적공제 상향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11명은 유산취득세 개편, 10명은 자본이득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13명에게 상속세 폐지 사유에 대해 묻자, 이중과세 논란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본인이 곧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명,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3명이었습니다. 

상속세를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 12명 중 5명은 빈부격차가 심화된다는 이유로 상속세 완화에 반대했는데요. 4명은 부자감세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고, 나머지는 불로소득이기 때문에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눈에 띄었던 점은 상속세팀이 상속세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점에 대한 고민을 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이뤄졌던 논의의 초점은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이나 자산가가 해외로 이전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상속세를 소비와 연결시켰는데요. 저소득층이 소비성향이 높은 것을 감안했을 때 상속세 재원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20대가 바라보는 상속세 제도에 대한 입장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상속세팀의 팀장인 이민규씨는 "상속세를 완화하는 대신 20대의 소비지출 확대, 학비 부담 감소를 위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홍보를 한다면 20대들은 상속세 완화를 많이 찬성할 것"이라며 "상속세를 목적세로 전환하게 된다면, 기초생활수급이나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과 같이 필수적인 정책에 대한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용어 TIP!
세금은 사용 목적에 따라 일반세와 목적세로 나뉜다. 일반세는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상속세 등으로 특별한 사용 목적없이 일반 예산을 충당하기 위한 세금이다. 목적세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징수하는 세금으로 반드시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교육세, 교통세, 환경세 등이 목적세에 해당한다.

세제전문가 교수들의 입장은?

캡스톤디자인 강의를 맡은 (왼쪽부터) 이동건 교수와 기도훈 교수는 상속세를 목적세로 전환하는 등의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 이대덕 기자]

이날 상속세팀의 발표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정리하는 차원의 중간보고였습니다. 어떠한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교수진들은 상속세팀의 '목적세 전환' 아이디어를 흥미롭게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나왔던 개편 방향과는 다른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정부와 국회, 학계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보였습니다. 

캡스톤디자인 수업을 맡고 있는 이동건 교수는 "스웨덴이 일찍이 상속세를 폐지했는데 이는 이케아가 상속세 때문에 다른 나라로 이전했기 때문"이라며 "내가 삼성전자 상속인이었다면 해외 이전을 고민했을 것 같다. 목적세 전환 등 여러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기도훈 교수는 "상속세 뿐만 아니라, 다른 세금을 연계해서 생각한다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이기 때문에 이런 제안이 가능한 것"이라며 "어떤 세금을 올리고 내릴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본다면 더 나은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한밭대 회계세무학과 교수진들이 상속세를 바라보는 속마음은 어떨까요?

교수들 대부분은 지금의 상속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최대주주 할증과세까지 더하면 기업들이 적용받은 상속세율은 60%까지 치솟는데, 이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교수진은 "상속세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연령대가 60대인데, 주변의 60대를 보면 대자산가가 아님에도 몇 십억원만 있어도 해외 이민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며 "상속세 물납을 택한 기업의 대부분이 문을 닫으며 정부가 물납으로 받은 주식은 휴지조각이 된다. 차라리 상속세율을 낮춘다면 기업도 존속이 가능하고, 정부도 세수확보를 할 수 있어서 서로 좋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캡스톤디자인(Capstone Design)이란?
학생들이 이론과 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해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커리큘럼이다. 캡스톤은 원래 건축 용어로 아치의 맨 위에 위치한 꼭대기 돌을 의미하며, 최근 다수의 대학교에서 창의적인 교육 강화와 기업가적 인재 양성을 위해 개설하고 있다. 국립한밭대학교 회계세무학과와 택스워치는 지난해 산학협력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학생 및 교수진과 공동으로 가상자산의 회계처리 및 소득세 과세방법에 대해 연구한 캡스톤디자인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캡스톤디자인은 상속세 제도 개선방안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개선) 실제 기업사례 분석 비교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 연구결과 보고서는 2025년 1월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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