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사업을 시작했거나,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 있을 때 세무대리인의 역할은 정말 중요합니다. 한 사업체의 재무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세무사는 앞으로 우리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고 대응하는 동반자이기도 하죠.
기업인이 세무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도움은 무엇이고, 세무사와 소통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대기업 세무팀장 출신으로 현재 소민택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소민 세무사와 세무사 활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세무사무소에서 세무사와 매니저는 각각 어떤 일을 하나요?
세무사는 세금 신고·신청, 자문 등 조세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 조세는 국세 14개, 지방세 11개로 분류되는데 매우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많은 분들이 조세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법인세·양도세·소득세 등 세목이 많은 만큼 세금 규정 또한 방대한데요. 세무사의 주 업무 중 하나가 수만 개 규정 중에서 사업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규정을 찾아내 절세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예요. 그에 따라 세무사는 월 고정비를 받고 중소·중견 사업자를 대리해서 세무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무 업무는 세무사 혼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무사가 수임고객의 재무상황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니저의 도움이 필요하죠. 세무사사무소마다 세무사 스타일에 따라 표준화된 업무 툴을 사용하는데요. 매니저는 그 규정에 맞춰서 세무사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매니저는 역량에 따라 사업장의 직원 입퇴사 현황이나 급여 변동, 4대보험 부과 내역, 신용카드 사용과 사업통장 입출금 내역 등을 확인하고 신고 후 납부서를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사업통장 관련 입출금이 적절하게 됐는지 파악하고, 미납된 게 있다면 사업장에 안내하는 일도 주로 매니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꼼꼼함이 필요한 업무는 매니저를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그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죠.
즉 세무사를 세무 업무의 심장이라고 비유한다면, 매니저는 심장이 뛸 수 있도록 피를 전달하는 혈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세무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세금의 종류가 많다보니, 고객이 어떤 부분이 가려운지에 따라서 상담 과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요. 저희 소민택스 프로세스를 예를 들어 볼게요.
고객들이 주로 궁금해하시는 것 중 하나가 재산세제인데요. 집을 팔고 싶다거나 혹은 집을 사려는데 지금 있는 집을 팔아야 한다면 세금이 얼마나 나올 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재산 관련 상담들은 상담자뿐만 아니라 배우자, 세대원의 모든 재산을 알아야 정확한 상담이 가능해요. 그래서 상담 전에 재산 현황이나 궁금해 하는 질문 등을 사전에 상담 양식을 드려서 답변을 받고 있어요. 재산세 상담은 상담 양식을 받아본 후에, 질문의 난이도나 수준에 맞춰서 상담료를 안내합니다.
사업적인 부분, 특히 세무 기장은 보편적인 양식이 있기 때문에 저희 사무소에서 만든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통해 자주 묻는 질문 등에 답변하는 형태로 상담이 이뤄집니다. 사실 사업관련 세무상담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경우가 많은데요. 때문에 대면 미팅은 상담의 첫 단추라고 생각을 하고,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업무시간에는 수시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세무사를 바꾸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무사 교체는 참 민감한 문제이긴 하죠. 이미 맡긴 세무사가 있는데 세무사를 교체하고 싶다고 제게 요청하신 분들은 이유가 명확했어요. 대부분은 소통 부재 때문이라고 답하세요. 세무사 연락이 안 되거나, 매니저가 계속 바뀌어서 신뢰를 잃었다거나, 매니저 말이 매번 달라서 정답을 모르겠다는 분들이 세무사 교체를 원하시는 거죠.
고객 입장에서 본다면, 잘 맞는 세무사를 찾기 위한 첫 번째 답은 '여러 세무사를 만나라'입니다. 각각의 세무사와 대화를 나눠보면서 나와 결이 맞는지, 내가 추구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바꿀 세무사무소를 결정했다면, 내 업무를 직접적으로 담당할 세무사나 매니저가 누구인지도 알아봐야 해요. 고객사 업종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많은 경력이 있는 담당자가 필요한 경우가 있거든요. 또 그 담당자가 해당 세무사무소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인지, 지난달에 입사한 직원인지도 꼭 파악하시는 게 좋습니다. 세무사무소의 규정에 익숙한 지 아닌 지에 따라 업무 대응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세무사 교체에 있어 제일 궁금해하시는 부분은, 언제 옮기면 좋을지 시기에 대한 것인데요. 시기는 크게 상관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 옮길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기존 세무사사무소에 이번 달 혹은 다음 달까지만 맡아달라는 업무 종료 안내를 하고, 이관 받을 세무사무소에 이전 담당자 연락처를 주시면 고객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겠죠.
다만 조심할 부분은 세무사무소를 옮길 때 급여지급 시기가 겹칠 때가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해당 업무에 대한 부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경험상 회사 급여 지급시기는 피해서 옮기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제일 궁금해하실 부분은 수수료일 것 같은데
세무사 사무실의 사업장 관리수수료는 '월 관리비용+세무 조정료'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월 관리비용이라는 게 표준 보수료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각자 세무사사무소 정책에 맞게 월 관리비용을 책정하는데요.
고객사 매출액 규모나 직원 수에 따른 업무 투입시간, 업종별 업무난이도, 결산 횟수 등을 감안해서 수수료를 받습니다.
수수료는 세무 업무를 시작하지 않고서 정확히 얼마라고 단정할 수가 없는 게 사실인데요. 세무사사무소 소개에 기장료를 1억원 미만 매출 사업장은 월 10만원, 3억원 미만은 15만원이라고 명시하더라도 그게 모두 다 해당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고객 질문에 시간을 얼마나 할애했는지 등을 고려해서 고객사에 투입한 노동력에 비례해 수수료를 매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액이 30억원인 B2B 회산데 건당 발행하는 세금계산서가 5억원이라면, 매출액 규모가 크다고 하더라도 업무 투입시간은 적을 수 있으니 많은 비용을 청구할 수는 없겠죠.
결국 기업들은 세무사로부터 어떤 서비스를 얼만큼 받고 있는지를 생각해서 세무사 수임료가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로, 세무 조정료는 기본 청구료에 추가 청구료를 더해 받습니다. 세무 조정료 중 기본 청구료는 연간 매출액, 자산 규모에 따라 각 세무사사무소의 표준금액이 있는데요. 이에 더해 추가 청구료를 받기도 합니다. 가령 고객사가 성실신고사업장이거나 외부감사법인일 경우 추가 비용을 청구하게 되고요. 기업이 세액공제 감면으로 세금을 줄이게 됐다면 절세금액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청구하기도 합니다.
수수료 지급을 선불로 하는지 후불로 하는지도 세무사무소마다 다른데요. 요즘 주변을 보면 신고 대리는 선불, 관리 기장료는 후불로 받는 게 트렌드인 것 같아요.
-농산물 같은 현물로도 수임료를 대신할 수 있나요?
계약 당사자간에 합의가 된 부분이라면 현물로 수임료를 대신할 수는 있지만, 일반적이진 않아요.
예를 들어 세무사무소 복사기 렌트업체가 세무사무소의 기장 업체라면, 서로 필요에 의해서 복사기 렌트로 기장료를 대신할 수 있겠죠. 이런 경우가 아니라 너무 쌩뚱맞게 고객이 감자가 많아서 감자로 수수료 10만원을 대신하겠다고 하면 거래가 성사되기 힘들겠죠. 상대방의 일방적인 현물은 고맙지 않은 대가일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해당 현물이 수임료에 상당하는 금액인지도 당사자 간에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요. 현물 거래라도 수임료 계약금액을 공급가액으로 해서 반드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됩니다.
-수임고객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 것 같은데
지난해 말 일이었어요. 관악세무서에서 과세예고 통지서를 받은 분이 있었는데요. 상속세 건이었어요.
미혼의 딸이 사망하고 상속재산이 1순위인 어머니한테로 가서 상속세 신고를 해드렸는데 어머니가 90세 노모셨어요. 어머니가 받은 상속재산 중 하나가 관악구 재개발 지역에 있는 아파트였는데, 말이 아파트지 세대가 적은 빌라나 다름 없는 아파트였죠.
보통 상속세 신고하게 되면 시가상당액을 판단하는데, 재개발 지역이기도 하고 거래가 없어서 과거 매매사례가액이 아닌 시가표준액으로 신고를 했어요. 그런데 그 건에 대해 어머니가 예고 통지를 받으신 거예요.
내용을 보니까 세무서에서 재산심의평가위원회를 통해 2년 전 거래를 시가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재산 심의평가를 하게 되면 납세자에 알려야 하는데 고지를 하지 않았고, 또 과세관청의 매매사례가액과 상속일 사이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 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칠 사항이 아니었음에도 심의를 거쳐 예고통지를 한 거죠.
어머니 연세가 많으시니까, 과세예고에 대해 대응 의지가 별로 없으셨거든요. 저는 세금신고를 했으니까 마음이 좋지 않아서 신경이 쓰이다가, 불현듯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30일이 되는 마지막 날 어머니께 연락을 드려서 해보자고 말씀드리고 다짜고짜 심사청구를 넣었어요.
그리고 이후에 주위환경 변화에 따른 가격변동 사유를 증명해서 과세전적부심에서 이겼어요. 어머니가 많이 감사해하셨어요. 저도 제 판단으로 진행한 일에 대한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런 사건은 전문가적 의구심으로 일을 시작하고 결과를 얻은 경우라 만족을 넘어서 희열을 느끼죠.
-기업이 탈세를 요청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세요?
일단 고객사가 절세를 원하는 건지, 대놓고 탈세를 원하는 건지부터 파악해요. 절세는 당연히 고객이 원하는 거고 세무사의 직업적 의무니까 할 수 있는 것들 내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그런데 그걸 떠나서 소득에 대한 세금이 나왔는데 돈이 없으니 안 내게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기는 해요. 그러면 세금을 줄일 순 없지만 납부유예를 추천한다든지 다른 방법을 제안하죠.
절세에 대한 부분은 소득율에 대한 설명도 드리고, 사업과 관련해서 쓴 게 있다면 그 서류를 추가해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가결산 내역을 사전에 충분히 보내드리고 연말 전에 퇴직연금, 금융상품 가입, 법인전환, 공동사업 등 절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공지합니다.
이를 넘어서는 부분은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업무를 맡지 않는 것이 맞죠. 실제로 그런 이유로 수임을 그만두게 된 사례도 있었어요.
-법인카드 잘 쓰는 방법이 있을까요?
법인 사업자는 세금계산서를 통한 거래를 제외한 관리비 성격의 비용은 대부분 법인카드를 쓰고 있습니다. 사업을 위해 사용하는 경비는 법인카드를 쓰는 게 맞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법인은 법인카드를 안 써서 문제가 아니라, 쓰지 않아야 할 곳에 사용해서 문제가 생깁니다. 세법에 따르면 법인카드를 개인적 용도로 쓴 부분은 비용에서 전부 부인하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되면 당연히 법인세가 증가하며, 개인적 용도로 쓴 금액은 급여지급으로 보아 소득세도 증가됩니다.
법인카드 사용자는 내가 쓴 법인카드가 개인을 위한 건지 회사를 위한 건지 판단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법인 임직원이 2명 있는 회사에서 건강검진비용 결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복리후생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검진 범위·항목·비용 등이 사회통념상 적정한지 사실판단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사회통념상 이견이 없을 정도로 임직원 모두에게 차별 없는 복리규정과 그에 따른 집행이 필요합니다.
만약 특정인을 위한 검진비용 성격이라면, 과세관청은 특정인이 부담해야할 비용을 법인이 대신 부담한 경우로 판단할 수 밖에 없겠죠.
법인카드 사용은 결국 양심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법인의 복지규정을 만들 때 앞으로도 해당 규정이 유지될 수 있을지, 특정인 누군가만을 위한 건지 살펴야겠죠.
-마지막으로 세무사가 필요한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세무는 히스토리가 매우 중요해요. 기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 어떻게 수익을 내고 있고,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세무사가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업무 결과가 달라져요. 절세나 감면 등 기업이 그동안 적용받지 않았던 것을 시도할 때는 모든 게 다 아이디어거든요. 세무사에게 그런 아이디어는, 맡고 있는 회사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을 때 갑자기 떠오르는 것 같아요.
세무를 맡는다는 것은 회사의 재정을 관리하는 것인데, 회사가 제게 세무를 맡겼다는 것은 그만큼 저를 신뢰한다는 의미겠죠. 그 과정에서 제 어깨가 무거운만큼 고객께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직업에 대한 만족감도 느껴요. 세무사와 깊이 있게 소통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사업 성장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소민 세무사는?
2008년 제45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KG그룹 경영지원실 세무팀장을 지냈다. 세무자문, 재무분석, 내부진단, 세무조사 대응, 조세불복, 지분이전 검토, 합병, M&A 세무실사 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광교호수공원이 잘 보이는 29층 사무실에서 소민택스를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