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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탈세야"…'국세청 vs 납세자' 싸움 만든 세금환급 플랫폼

  • 2024.06.20(목) 15:00

캐디 수입신고 누락 문제 불거져 '탈세' 논란
세무사회, 국세청에 전수조사 요청…'제2의 유희백' 될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지난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승리로 이끈 슬로건이다. 이런저런 문제를 떠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라고 말한 것이 표심을 자극했다.

삼쩜삼을 비롯한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업체의 대목인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는 논란이 더욱 커지며 납세자들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한국세무사회는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의 과도한 수수료, 과장광고, 개인정보 탈취, 세금축소 신고 등을 문제 삼으며 업체들을 공격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기득권을 지키려는 직역단체와 세무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플랫폼 서비스와의 '밥그릇 지키기'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했다.

물론 과도한 수수료, 과장광고, 개인정보 탈취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플랫폼들의 '탈세유도'라는 지적이다.

세금환급 플랫폼들이 최대 환급금을 위해 현재 탈세를 유도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를 인지한 국세청이 세금 추징과 가산세 부과하는 일이 결국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선 넘었다"…삼쩜삼 광고에 분노 느낀 국민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중의 분노를 샀던 삼쩜삼에 대해 세무사회가 문제 삼은 것은 ▲과장·허위광고 ▲환급액의 최대 20%인 과도한 수수료 ▲개인정보 탈취 ▲탈세유도 네 가지다.

이 중 광고와 수수료, 개인정보 탈취 문제는 삼쩜삼 이용 여부를 떠나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고 있는 문제다.

삼쩜삼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유튜브나 카카오톡 등 SNS나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19만7500원을 돌려드립니다"라는 문구에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택스워치 기자가 4월말부터 5월말까지 받은 삼쩜삼의 카카오톡 광고메시지.

실제 기자가 받은 카카오톡 광고메시지도 고객의 불안감을 유발해 환급신청을 유도하는 소비자 기만에 가까운 내용이 많았다.

5월 종소세 신고기간 전인 4월 24일에는 '대량 트래픽 집중 예상으로 사전신청 서비스를 이용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으며, 종소세 신고기간인 5월에는 '5월 이후 환급 미대상자 전환', '무신고 가산세 부과 가능성(국세기본법 47조)', '환급금 축소 위험 안내'라는 문구로 위협감을 느끼게 했다.

종소세 신고 마지막 날에는 실제 신고 마감시간이 아닌, '5월 31일 낮 12시 이후에는 환급액이 일부 감소할 수 있다'며 불안을 증폭시켰고, 세무사회는 이를 기만광고로 판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환급금 신청자 가족의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 것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업체들은 주민번호를 입력해야만 많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고 유도했고, 세무사회는 삼쩜삼(자비스앤빌런즈)을 비롯해 세이브잇(토스), 1분(핀다) 등의 사업자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바보야, 문제는 탈세야"

세무사회가 문제를 삼은 것은 또 있다. 삼쩜삼의 종소세 신고가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한 캐디는 삼쩜삼에 환급액을 조회한 결과, 환급액이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알고보니 캐디의 수입금액 5475만원을 신고 누락해 환급금이 많이 나오도록 유도했다.

세무사회가 해당 사례를 발표하자마자, 세이브잇에서는 종소세 신고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31일 '캐디 용역 소득을 누락했다. 5월 31일 23시까지 재신고 진행이 가능하다'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세무사회는 삼쩜삼의 사례만 제보받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세이브잇이 수입신고 금액 누락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을 보고, 최대 환급금을 조회하기 위해 플랫폼 업체들이 수입금액 누락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캐디의 사례만이 아니더라도, 네이버 카페 등 인터넷에서는 삼쩜삼을 비롯한 플랫폼들의 세금신고 방법이나 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A씨는 "남편과 내가 모두 삼쩜삼으로 환급금을 조회했더니, 자녀를 중복으로 부양가족으로 올려놓더라. 중복 공제는 안 되는데도 환급금이 많아 보이게 하려고 이런다"라는 글을 올렸고, B씨는 "매년 연말정산하는 근로소득자이고, 여태 세금을 더 냈는데 삼쩜삼에서 100만원 넘게 환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저 금액이 산출된 게 어이없어서 알아보고 싶은데 알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삼쩜삼을 비롯한 플랫폼 업체들은 신고는 납세자 본인이 한 것이고, 세금 신고가 끝나면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신고서나 납세자의 정보를 파기하기 때문에 신고서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플랫폼 업체가 안내한 대로 개인정보만 입력했기 때문에 신고서가 어떻게 작성됐는지 알 수 없다. 결국 납세자는 어느 항목에서 환급이 되는지 모른 채 자신도 모르게 과다공제를 받거나 수입금액을 누락했을 수 있는 것이다.

세무사회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플랫폼 업체들이 신고한 신고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국세청에 요청한 상태다.

남은 건 '국세청 vs 납세자' 전쟁…'제2의 유희백' 사건되나

국세청은 세무사회의 요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쩜삼이 영업을 시작한 2020년부터의 모든 신고서를 전수조사하기는 사실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세금환급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배달라이더, 캐디, 보험설계사 등 인적용역사업자다보니, 영세납세자인 경우가 많다. 수입금액 자체가 많지 않은 사람들의 신고서를 검토해 세금을 추징하거나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도 국세청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괜히 벌집을 건드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이 사태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플랫폼을 통해 신고한 납세자들은 행정력 투입 대비 징수할 수 있는 세금이 적어, 효율성이 매우 낮다.

그러나 중고거래 과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세원은 적을지 몰라도 사업자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을 탈세창구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세청이 이번에 나선 것처럼 세금환급 플랫폼 시장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세무업계에서는 해당 사태가 '제2의 유희백'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있다.

'유희백 사건'이란 지난 2017년 유희백 세무사가 환급을 받게 해주겠다며 보험설계사 수천명의 종소세 신고대리를 했는데 이후 국세청에서 유 세무사를 통해 신고한 설계사들에게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의 세금을 토해내라고 한 일이다. 당시 피해자 수천명이 시위까지 하는 등 '초대형 탈세스캔들'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관련기사 ☞ [포토]"탈세 아닙니다!" 울부짖는 세무사기 피해자들

이에 더해 세금환급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현재는 종소세 신고 과정에서만 문제가 발생하지만, 플랫폼 업체들의 무분별한 영업에 제동을 걸지 않을 경우, 부가가치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삼쩜삼의 경우 안진회계법인과 손을 잡고 올해 안으로 종합부동산세 환급서비스(경정청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세무업계에서는 종부세가 고지된 세액으로 납부하는 특성을 가진 데다, 시장도 크지 않기 때문에 종부세 환급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안진회계법인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그동안 세금환급 플랫폼의 탈세유도 문제는 있었지만, 소득이 낮은 납세자에게 소명하라고 하면 시끄러워질 것이 뻔해 국세청에서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이 문제가 심각해졌고 국세청에서도 마냥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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