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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세금 성역' 완전한 철폐 왜 못할까

  • 2023.07.20(목) 09: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목사, 신부, 승려 등 '종교인'들에 대한 소득세 과세제도는 지난 2015년 엄청난 종교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의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타고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법은 통과됐지만, 정치적인 이유 등에 밀려 시행되지 못하다가 2018년 1월 1일 본격 시행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제도가 대체 뭐라고 엄청난 시간(실질적인 도입 논의 시작점은 1968년이었습니다)과 국민감정, 사회적 비용을 낭비한 끝에 겨우 겨우 시행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대충 시행 5년 정도가 흘렀습니다. 

지금, 그악스러운 논의 과정을 거쳐 도입된 종교인 소득세 과세제도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요. 

이제는 일반인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질 대로 멀어져 있는 이 제도의 현 주소를 진단해 볼까 합니다. 

종교인 과세제도의 현 주소를 알 수 있는 통계자료를 보시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종교인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실표세율(전체 소득에서 각종 공제와 감면 제외 후 실제 납부한 세금)은 1인당 평균 0.7%. 

구체적으로 이 해 총 8만3868명의 종교인이 원천징수 또는 종합소득을 합해 1조5944억원의 소득을 신고해 110억원의 세금을 납부한 것입니다(1인당 소득 1900여만원, 1인당 세액 13만여원). 

실효세율 0.7%. 

이 해 1995만여명의 일반 근로소득자 1인당 6.5%(총급여 807조여원, 납부세액 52조여원)의 실효세율로 소득세를 납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준의 '차별적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누진세율 체계가 적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반박이 가능하지만, 이 대목이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이유는 종교인들에 대한 소득세 과세체계는 일반 근로자들과 달리 필요경비 80% 가 인정되는 기타소득으로 세금신고를 해도 되는 특례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연소득으로 벌었다 해도 기타소득 방식을 택해 세금을 내면 80%인 800만원에 대해서는 경비 인정을 통해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고 나머지 20%인 200만원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되는 것이죠. 

실제로 2021년 세금을 신고한 종교인 중 92% 이상이 기타소득이라는 유리한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근로자들도 각종 경비를 인정받지만, 기본적인 부분(2021년 근로자 1인당 평균 근로소득공제율 23.7%)을 제외하면 종교인들처럼 쓰지 않아도 인정받는 방식이 아닌, 보험료를 내든 신용카드를 쓰든 열심히 돈을 쓰고 다녀야 인정받을 수 있는 형태입니다. 

게다가 종교활동비 명목의 비용도 과세대상에서 빼주는 제도도 존재(2020년 기준 종교활동비 신고 규모 2만572명, 총액 1489억원, 1인당 평균 579만원 과세대상 제외), 사실상 지금의 제도는 과세제도라고 칭하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이런 제도를 만들어 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논의 과정 전반을 살펴보면 애초부터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은 '종교계 파워'에 크게 밀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여론조사를 해보면 국민의 대다수가 종교인 과세를 반드시 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는데, 정작 국민 여론의 힘을 받는 측은 종교인들의 반발에 밀리는 기상천외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죠. 

일반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도 모자란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제도 유예를 관철시키는 것도 모자라, 애초에 정부가 설계해온 안을 크게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제도를 다듬는 난리법석을 치르고 나서야 과세제도가 작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애초부터 종교인 과세제도는 실리가 아닌 명분을 쫓은 결과였다는 것입니다.   

이 틈을 타서(?) 과세행정 담당 기관인 국세청은 '종교인 과세전담인력'이랍시고 100명이 넘는 인력을 증원했는데, 지금 현장에 이들이 제대로 전담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한 것도 문제지만, 110억원의 세금을 걷겠답시고 이 정도 전담인력을 두는 것 자체가 넌센스 아닐까요?

우리 사회가 실리도 없는 이 제도를 가지기 위해 소모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가성비'가 더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라도 이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대로된 방향, 즉 종교인도 일반 근로자와 차이가 없는 소득세 과세체계로 편입시키는 논의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소득이 적어서 문제가 될 것이라는 반박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 근로자들도 소득이 적으면 세금을 적게 내거나 아예 한푼도 내지 않고 있으니 일반 소득세 과세체계를 적용하더라도 그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정부와 국회에 전적으로 맡겨놓으면 될 일도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의 시작과 끝은 종교계의 솔선수범이 전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교계는 분명 성역도 아니고, '특혜집단'도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도 아니며 일반 국민들과 달리 특별하게 법의 보호를 받아야할 대상도 아닙니다. 아무리 자신을 신의 제자, 아들이라고 주장한다 해도 실체는 다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에도, 불경에도 신을 섬기는 이들은 세금 적게 내거나 안내도 된다는 말씀이 적혀 있지 않으니, 세금 조금 더 낸다고 해서 엄청난 신상의 문제가 발생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종교인들을 향한 질문 한가지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종교인들은 '사회지도층'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인들이 어긋난 행동을 한다거나, 정치화되어 움직인다거나 하면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자, 그렇다면 사회지도층이면 사회지도층 답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지나친 (세금)특혜를 반납하겠다고 먼저 나서는 것이 더욱 존경과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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