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1월~3월) 3개월 동안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이하 세수)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조원 부족한 87조원 수준에 머물면서, 안팎에서 대규모 세수 결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수진도율이 얼마고, 어떤 세목이 부진했고 등등 디테일한 이야기는 1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떠나 세수 부족 그 자체가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세수 결손은 엄밀히 따지면 정부의 '예측실패' 입니다. 쉽게 말해 경제 상황 등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 다음 해 세수가 이만큼 걷힐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는 과정이 있는데(세입예산 편성), 이 과정이 잘못됐다는 것이죠.
올해 경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하면서 이 사단이 난 것이라고 정리하면 될 것입니다. 현재 형성되어 있는 분위기를 감안 하면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딱히 나아질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뉴스 조금만 검색해 보면, 한국 경제의 현 주소가 그다지 희망적이지도 않는데다 하늘에서 '옛다' 하며 큰 돈을 뚝 떨어뜨려 줄리도 없으니 말입니다. 올해 나라에서 쓰겠다고 정해 놓은 예산은 638조원이 넘는데 그 바탕이 되는 세수가 속절없이 흔들리니 참, 걱정이 됩니다.
굳이 세수 결손의 원인을 조목 조목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언급했듯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이 시점에 정부 관료들이 해야 할 일은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추가경정예산이라도 편성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 관료들은 조금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잡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지난 1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창기 국세청장, 윤태식 관세청장 등 국가 세수 책임기관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체납세액 관리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100조원(국세청 소관 102조5000억원, 관세청 소관 1조9000억원)이 넘는 체납세금 추징 등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기획분석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현장징수 강화, 일선 세무서 체납추적전담반 추가 편성 등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이후 지난 23일 국세청이 보도자료를 내고 파렴치한 고액체납자들의 실상을 공개했습니다.
수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사람이 10억원이 넘는 로또 1등이 당첨됐는데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례인데, 내용이 눈에 띄다 보니 온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됐습니다.
국세청은 재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세청의 세금 강제징수를 회피하거나 재산을 숨긴 체납자에 대한 재산추적조사를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며 고개가 갸웃해졌습니다. 세수 부족의 원인은 분명 경기 부진에 따른 영향이고, 당연히 정부의 경제 상황 대응력 강화 등 정책적인 접근법을 내놓는 것이 순서일텐데 세수 부족의 원인제공자를 '체납세금'으로 돌리려는 듯한 숨은 계산이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너무 생뚱맞은 이야기라 여겨질 수도 있지만, 한꺼풀 더 벗겨보면 왜 이런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지 좀 더 확연하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22년 말 기준 국세 체납액은 102조5000억원.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체납세금 징수활동 강화하면 이 중 상당액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처럼 떠들어 대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징수기관인 국세청 스스로도 사실상 징수포기 단계나 다름 없는 '정리보류 체납액'이 전체의 84.8%, 86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징수 가능성이 있는 '정리 중 체납액'은 15.2%인 15조6000원. 이 또한 '가능성'의 영역일 뿐 15조6000억원을 모두 연내에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것도 아닙니다. 이 중 2~3조원만 거둬들여도 대성공일텐데, 그동안의 추이를 보면 그 이상을 해낼 수 있을지 여부는 말 그대로 미지수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평상시에도 당연히, 너무도 당연하게 했었어야할 체납세금 징수 활동을 세수 부족을 운운하며 대폭 강화한다고 합니다. 고액상습 체납자들에 대한 관리감독 또한 평상시 강도높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동안 강하게 이런 행정을 하지 않았다면 이는 정부의 '직무유기'에 해당합니다. 정리하면 이런 류의 분위기 조성은 세수 부족 해결을 위한 옳은 대응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수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 사실상 유일한 원인은 경제 부진에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제대로 흘러가는 정부라면 경제 부진을 타개할 경제정책을 내놓고 강하게 푸시를 하던지, 추가경정예산을 국회로 들고가 어긋남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상시에 당연히 강하게 해야할 것들을 포장지만 살짝 갈아 꺼내놓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그나마도 체납 징수활동 강화의 효과가 얼마나 날지 속된 말로 며느리도 모릅니다.
정리 중 체납액 15조6000억원을 몽땅 다 거둬들이는데 성공한다 해도, 1~3월 발생한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에는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세수 부족의 늪은 더 깊어질 것이고 허우적임의 힘은 빠질 것입니다.
더 큰 위험상황이 오기까지 임기응변으로 퉁치려 하지말고, 정석적인 대응책을 정부는 내놓아야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