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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의 유출 막는 쇄국정책, '국외전출세'를 아시나요?

  • 2023.05.11(목) 08: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요즘 들어 주변에서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말의 진의나 현실 가능성은 둘째 문제로 치고 한국을 떠나고 싶은 각자의 이유도 각양각색이지만, 가만 들어보면 한편으로 오죽이나 했으면 저런 생각까지 할까 납득이 가는 측면도 많습니다. 

게중에 세금 때문에 죽겠다며, 이를 '코렉시트(Korexit)'의 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소득세, 상속세, 종합부동산세 등 고소득층에 높은 세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돈 많다는 이유로 이 높은 세금들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고, 현실에 대한 비판일 수 있으니 무작정 욕만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며칠 전 만난 돈 많은 지인도 몇 년 후 이민을 계획 중이라고 하길래, '당신만한 재력가가 이민가려면 세금 내고 가야할거다'라고 했더니 무슨 놈의 그런 나쁜 제도가 있느냐며 펄쩍 펄쩍 뛰더군요.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돈 많은 이들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도록 특수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국외전출세' 죠. 

지난 2018년 시행된 국외전출세 과세대상은 말 그대로 '돈 있는 사람', 주식부자들이 타겟입니다. 

구체적으로 '출국일 전 10년 동안 5년 이상 국내 주소를 두고 있는 대주주'가 과세대상이죠. 국내 거주하던 대주주가 해외로 거주지를 옮긴 후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내면 우리 정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없으니, 해외 이주 시점에 이 주식을 다 판 것으로 간주해 소득을 계산하고 이 부분에 세금을 부과하는 개념입니다. 

*국외전출세 대주주 범위 및 세율 

코스피 : 지분율 1% or 보유액 10억원 이상
코스닥 : 지분율 2% or 보유액 10억원 이상 
코넥스 : 지분율 4% or 보유액 10억원 이상 
(비상장) 지분율 4% 이상 or 보유액 10억원(벤처기업 40억원) 이상 

세율 : 과세표준 3억원 이하분은 20%, 3억원 초과분은 25%. 
(주민세 10% 포함시 각각 22%, 27.5%)

일단 국외전출세를 낸 뒤 해외에서 실제 주식을 팔아 해당 거주지 국가에 세금을 내게 되면 앞서 전출 시점에 냈던 부분은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세액공제해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실제 주식 양도후 국외전출세 과세당시 대비 가격하락이 있을 경우에도 세액공제 허용).   

아울러 이민을 떠났다가 마음이 바뀌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두 갈래의 안전장치가 설정되어 있는데 한 가지는 납세담보 설정, 납세관리인 지정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5년 동안 세금납부를 유예해주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5년 내 국내로 다시 거주지를 옮길 경우 냈던 세금을 모두 환급해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국외전출세 제도는 미국의 '국적포기세'를 모토로 하고 있죠.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부유층에 고율과세를 하는 미국은 세금이 원인이 되어 그 좋다는 미국 시민권 포기자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자 2008년 8년 이상 거주한 영주권자 중 소득세 16만 달러 이상 또는 순자산 200만 달러 초과자를 대상으로 국적포기세를 도입했습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등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 독일 등과 마찬가지로 유가증권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부동산의 경우 비거주자여도 국가간 조세조약상 국내원천 소득에 대해 소득세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외전출세 과세 대상에 굳이 넣을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매년 눈부신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도 부유층의 국적포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모양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이 계속되면서 국적을 포기하고 해외 이주를 택하는 부자들의 숫자가 굉장히 늘었다고 합니다. 

속된 말로 중국 부자들은 '사이즈' 자체가 비교불가라는데 이들이 재산을 모두 정리하고 중국을 떠나는 행태는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중국 정부도 올해부터 '호적말소세'라는 명칭의 국적포기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소 해석이 엇갈릴 수 있겠지만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국외전출세가 시행된 2018년 이후 지난해 까지 5년 동안 국외전출세 대상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인원은 78명, 세액 840억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매년 2만~3만명 수준의 국적포기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유층의 대규모(?) 이탈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설명은 가능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될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의 조세 체계는 부유층에게 다소 과도할 정도로 높은 부담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명목세율만 높을 뿐 실효세율은 낮다는 식의 논리가 존재하지만, 소득세는 물론 상속세 등 과세체계에서 명목세율이 심어주는 '심리적 충격파'는 어마어마한 반발력을 불러옵니다. 

사람들은 공제제도가 어쩌구 저쩌구 하며 실효세율이 낮다는 둥 이런 세부적인 부분까지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죠. 

내가 번 돈의 49.5%(소득세 명목 최고세율+주민세 10%), 내가 피땀 흘려 모은 돈의 50%(상속세 최고세율)만 자식에게 줄 수밖에 없다는 '액면' 그대로만 보게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부자들도 국민이고 사람인데, 너무 쥐어짜려고만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조세의 원칙이라는 부분도 있으니 (아예 욕을 안하지는 않겠지만)부자들도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세부담을 조정해 대한민국 땅에서 쓸 건 쓰고 낼건 내며 살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이 맥락에서,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상속세 체계 전환 논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산세 체계를 유산취득세 체계로 전환하는 큰 변혁이 추진되고 있는데 과세체계 전환은 사실상 세율 인하 효과를 동반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보입니다. 이는 곧 상속세 부담계층, 즉 국외전출세 과세대상인 부유층이 정책 소비자로 귀결될 것입니다.  

부디 이 논의가 '색깔론의 함정'에 빠져 멈춰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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