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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깎아주자, '혼인 소득공제'

  • 2023.06.20(화) 10:15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요즈음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 12화의 한 장면. 

주인공 서우진(안효섭 분)과 빌런 역할을 담당했던 차진만(이경영 분)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는 대목에서 '요즘 젊은 것들'의 행태를 비판하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차진만에게 서우진이 이런 대답을 들려줍니다. 

생각하는 게 달라졌고, 무엇보다 살아가는 세상이 다릅니다. 가능성의 시대가 아니라 버텨내야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지금의 청춘들은.

이미 '꼰대'의 나이에 접어들었고, 심심찮게 요즘 젊은 것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차진만과 매한가지인 필자가 듣기에도, 정말 우리 시대 청년세대의 성향과 처해 있는 상황을 대단히 현실적으로 함축한 대사라는 생각에 순간 '움찔'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지금의 세상은 '서민'이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다수의 사람들 모두가 살아가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죠. 

다만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그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초기'에 진입해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욱 가혹하게 느껴질만한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경제성장기를 거쳐온 세대들에게는 보였을 '가능성'은 저성장 시대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죠. 

4차 산업혁명 등 기술을 매개로 한 격변기, 더 많은 기회가 젊은 세대들에게 널려있는 것처럼 떠들어 대지만, 과연 이 기회를 제대로 잡아 성공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서론이 다소 길었는데, 핵심은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제대로 뿌리 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가적 정책 시스템을 다양하게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출시를 앞둔 청년도약계좌 등을 포함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지원책은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죠. 상당수 기성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지원책을 '세대차별' 관점에서 접근해 비판하기도 하는데, 결과적으로 청년층들의 경제적 사회적 성장의 결실을 현재의 기성세대들이 노후보장(국민연금)이라는 형태로 되돌려 받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비판의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최근 국민신문고 사이트에 올라온 국민제안을 소개합니다. 

국민신문고 저출산 방안 국민제안 신청내용 화면(출처: 국민신문고)

'저출산 방안- 결혼식 비용 연말정산 특별소득공제 적용'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제안입니다. 

지난 2004년 도입, 5년 정도 운용되다 폐지된 '혼인 소득공제'를 부활시키자는 것입니다. 

제안자는 방점을 '저출산 대책'으로 찍긴 했지만 결혼이 출산의 가능성을 높이는 단초인 것은 맞지만 결혼한다고 모두 애들 낳는 것도 아니고,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기에 이를 저출산 대책의 울타리에 가둬놓으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2004년 도입됐던 혼인 소득공제는 2008년 폐지됐는데, 엄밀히 따져보면 적용 범위도 너무 협소했고(연소득 2500만원 이하 근로자), 소득공제 금액이 100만원으로 '찔끔' 설정되면서 정부 스스로 실효성을 떨어뜨린 상태로 시작한 측면이 많습니다. 

이후에도 혼인 소득공제 재도입 움직임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흐지부지 됐죠. 혼인 소득공제 재도입 논의 과정을 역추적해 보면 순전히 정책의 기대효과에 대한 부분만 따지다 만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요약하자면 '혼인 소득공제가 실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시죠. 조세지원은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간접적인 지원효과'를 상정해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일례로 지난해 도입된 다자녀 가구 자동차 개별소비세 면제 제도 또한 그렇습니다.  관련기사☞ 다둥이 아빠들 차 바꾸고 싶다면...'2023년' 노려라

18세 이하 자녀 3명 이상을 둔 다자녀 가구주가 신차 구매시 차량값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주겠다는 내용인데, 이것이 실효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차 좀 싸게 살라고 애를 더 낳겠다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그런데도 이 법이 도입된 명분은 '저출산 지원'이었고, 버젓이 국회 논의를 무사통과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형태와 목적(간접 지원효과 유발)을 가진 조세지원 정책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실효성을 빌미로 하나둘 따져보면 죄다 폐지하거나 도입 자체가 되지 않았어야할 것들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국민제안 형태로 태동했을 뿐 본격적인 입법이 시도되지 않고 있는 이 결혼 소득공제 제안을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면 합니다. 

관점을 바꿔 '청년세대 지원책'의 일환으로 접근법을 설정하면 어떨까 합니다. 

실제 소요된 결혼비용 대비 비용감소 효과가 크든 작든 상관치 말고, 청년세대들이 살기 힘들어진 지금 세상의 구조를 만들어 놓은 기성세대들이 아주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청년세대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차원에서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 어떨까요.  

특히 세수 감소, 정책 실효성 등 운운하지 말고 수혜대상 등을 확 넓혀 결혼을 하는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청년세대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튼실하게 자리 잡아야 우리 기성세대들이 더 안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하루 힘들게 버텨내가고 있는 우리 청년세대들이 결국 우리의, 대한민국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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