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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의 AI, 회계사·세무사는 정말 멸종 위기 맞게될까?

  • 2023.05.19(금) 12: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2016년 세계 바둑계 최고 실력자였던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에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죠. 알파고가 4승1패로 이세돌 9단을 꺾은 것입니다. 

1997년 IBM사가 만든 인공지능 딥블루가 체스에서 인간계 최고 고수(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이후 20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의 진화 결과물인 알파고가 그동안 인공지능들이 정복하지 못했던 바둑계 마저 '접수'하며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시대로 가는 길이 열렸음을 전세계인이 목격한 대사건입니다. 

AI에게 마지막 보루마저 내주었던 그날 이후 7년이 지난 2023년 현재, AI는 어느 수준까지 발전을 이루었고 우리의 삶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AI 발전을 둘러싸고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단연 AI가 인간의 삶, 특히 직업적인 삶에 있어서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냐에 대한 대목이었습니다. 즉 AI 발달로 대체효과가 클 직업군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었죠. 

AI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소위 '멸종 위기'에 몰릴 직업군 중 대표적으로 꼽혔던 것이 바로 회계사와 세무사였습니다. (이하 편의상 '세무대리인'이라고 통칭하겠습니다) 

실제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자, 세무대리인 시장 안팎에서는 멀지 않은 미래에 직업적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들이 흘러나왔습니다. 당시에는 심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는 막연함이 상당했던 우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파고 센세이션이 불어닥쳤던 2016년 이후 7년이 흐른 지금 현재, 세무대리인 시장에서는 무언가 큰 변화 일어난 것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세세한 변화는 있었으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대단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동안 피부에 와 닿는 정도, 명확하게 인식이 박힐 만한 정도의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크고 작은 민간기업이 AI 기반 세금솔루션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면서 반짝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는데, '딱 거기가지'의 모습입니다

국세청도 AI 운운하며 납세행정 서비스 체계 고도화 추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정도, 딱 그 정도 입니다.  

전반적인 세무대리 시장 분위기는 AI 발전에 따른 직업적 위기설에 휩싸였던 몇 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상황인데, 지난해 11월 미국의 스타트업 오픈AI가 세상에 내놓은 텍스트 기반의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 '챗GPT' 열풍을 타고 다시 한번 세무대리인들의 직업적 위기를 운운하는 목소리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습니다. 

바로 AI라는 존재가 '언젠가는' 인간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세법의 해석과 그 세법을 적용함에 있어서의 다양한 '상황적 판단'이라는 오로지 인간의 영역에서만 가능한 분야에 대한 부분까지는 동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8년 자경 양도세 감면을 놓고 다투는 과세관청과 납세자가 있습니다. 

각자의 입장, 그리고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토대로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진)AI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려한다면 아마도, 당연히 물어보는 주체의 의견이 모두 맞다는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변수, 즉 과세관청 또는 납세자 중 어느 한쪽만 확보하고 있는 사실관계 판가름의 결정적 증거(예 : 자경 사실을 증명해주는 타인의 증언 등)등은 감안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은 이러한 이해조정의 과정에 세무대리인들의 역할이 광범위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입력되지 않은 상황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배제된 채 단순히 광대한 사례 학습 등으로 기계적 결론만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AI가 세무대리인 대체효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또한 납세자가 AI를 통해 얻어낸 결론에 따라 세금을 낸 후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한다면? 

지금 현재도 국세공무원 개인의 상담내용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법체계에서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100% 신뢰해서 세금을 냈다가 낭패를 당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보상은 누구로부터 받아야 하는 것인가요? 

AI가 세무대리인들의 직업적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은 세무대리인들을 '숫자계산'만 하는 존재로 설정했을 경우에만 나름의 타당성이 성립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세무대리인들은 장부나 적고, 숫자계산만 하는 존재들이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출렁이는 세법이라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법체계 안에서 납세자에게 유리한 방향의 납세방향을 찾아내는, 학습되어 있는 내용을 토대로 한 '논리적 상상력'이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인간의 상상력까지 AI 기술이 침범하기는 힘들테고 그렇다면 세무대리인들의 AI 발전에 따른 직업적 위기감은 크게 형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AI라는 존재가 세무대리 시장의 형태는 기술의 발달만 가지고 변화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시장도 하나의 국가적, 법적 시스템에 둘러싸여 돌아가고 있는만큼 혹여 AI가 시장에서 역할다운 역할을 하게 하려면 그에 동반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놓아야 이용자 입장에서 '안정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발달된 기술의 활용에 따른 '양극화' 가능성은 상정해 볼만 합니다. 발전된 기술력을 어떤 방식으로 업무에 활용하느냐, 이것이 세무대리인들 사이의 질적 양극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대단히 커 보인단 거죠. 

또한 AI 기술의 사업적 도입, 즉 경영의 영역에서 적극 활용한다면 '인건비'라는 비용절감 등 부수적 효과도 클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만 떼어 놓고 보면 AI 발전은 전반적으로 세무대리인 시장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기술 발달의 또 다른 산물 '로봇(ROBOT)'을 둘러싸고 세계 각국에서 '로봇세' 도입 논의가 있다는 것 들어보셨습니까? 

로봇이 결국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테니,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만들어진 재원을 인간복지를 위해 쓰자는 것인데요.

AI 또한 일자리 대체효과를 동반해 올 가능성이 높으니, 몇 년 안에 '인공지능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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