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인구'라는 단어를 들어보신적 있으십니까?
스스로도 이 단어를 접한 것이 오래 되지 않았기에, 그다지 깊게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관계인구란 우리나라도 지역소멸 문제가 점차 심화되어가고 있는 시기인데, 더 앞서 지역소멸 문제에 직면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던 일본에서 시행한 지역활성화 정책에서 파생되어 나온 단어입니다.
위키백과에도 아직 등재되어 있지 않은 이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개념을 대강 정의하자면 이렇습니다.
관계인구: '특정 지역에 완전히 이주·정착하지는 않았지만 정기·비정기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
조금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여기, 평범한 직장인 김관계 씨를 예로 들어 풀어보겠습니다.
김관계 씨는 서울 도봉구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관계 씨는 주말만 되면 이제 중학교에 올라간 쌍둥이 자녀들을 데리고 그리 멀지 않은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자라섬캠핑장을 찾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휴식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에 이곳 캠핑장을 찾다보니, 언제부터인가 가평군 돌아가는 소식도 궁금해지고 지역 주택 시세에도 관심이 갔으며 명절이 다가오면 가평의 명물 '잣'을 구매해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아내에게 아이들이 성인이되면 가평으로 이사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관점에서 김관계 씨는 스톡(Stock) 개념의 '정주인구'로 분류되지만 경기도 가평 관점에서의 김관계 씨는 플로우(Flow) 개념의 '관계인구'입니다. 관계인구는 1회성 관광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찾는다기 보다는 김관계 씨의 예처럼 지금 현재 해당 지역을 자주 방문하면서 소비활동도 병행하고 궁극적으로 이주의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는 그런 인구를 뜻하는 개념이죠.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했던 일본은 애초 정주인구 늘리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진했다가 낭패를 보자, 2010년대 중반부터 이 관계인구 확충을 핵심으로한 지역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즉 매일같이 해당 지역에 지지고 볶고 살지는 않지만 한 달에 두 세번 정도라도 머물다 간다면 숫자적인 의미의 성장은 크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의 존재의미가 계속 이어지게 되니 지역소멸의 위험성도 점차 완화되는 흐름을 타고 있는 것입니다.
개념 정립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만큼,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 수 밖에 없는 단어이지만 일본과 유사한 지역소멸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관계인구라는 이 단어가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부각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최근 관계인구 확충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려는 입법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이러한 내용의 입법 추진이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것 같은데, 우선은 있는 그대로 그 내용을 살펴보죠.
먼저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는, 즉 반드시 '전제'가 되어야 하는 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국민의 힘 최형두 의원이 대표발의 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니다. 이 개정안은 이달 초 국회 제출되어 소관 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계류 중이며 핵심 내용은 관계인구 개념을 법률에 도입하고, 정책적 지원 대상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최 의원은 입법안을 통해 "현행법은 인구감소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정책계획과 지원시책 등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의원은 "하지만 최근 특정 지역에 거주 또는 체류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는 '관계인구' 개념이 대두되고 있으며, 폭넓은 관계인구의 저변은 농산어촌 활성화는 물론 지역소멸을 예방하는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 법에)'관계인구' 개념을 추가하고 지원책을 펼쳐 궁극적으로 잠재적인 관계인구가 정주인구 확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 지역경제 활성화-지역균형발전-지역소멸 예방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적 지원의 대상이 되려면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인구 개념을 법제화하는 이 입법안은 지역소멸 문제 해소를 위한 방책으로서 관계인구 확충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실질적인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현재도 여러 지자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관계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들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무게가 정주인구 확충 정책에 비해 가볍고, 1회성 교류인구나 다름없는 관광객 지원의 색채가 더 강하게 묻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역소멸 등 문제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제는 각 지자체에만 맡겨놓지 말고 중앙 정부 차원에서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입법안의 논의 과정이 아직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첫 발자국을 남긴다는 차원에서 국회가 긍정적 방향으로 결론을 낼 필요가 있다 여겨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최 의원 주도하에 제출된 또 다른 관계인구 확충 관련 입법안을 소개할 예정인데,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관계인구 확충을 위한 '조세지원방안'이 담긴 입법안들입니다.
[지역소멸 막기 위해선 '바람의 인구'가 필요하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