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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유아인이 국세청 명예홍보대사 였다면?

  • 2023.03.27(월) 14:09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유명 연예인 유아인 씨가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르내리며 그동안 쌓아올렸던 명성과 이미지를 제 손으로 한꺼번에 무너뜨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아직은 100% 혐의가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전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인터넷을 온통 뒤덮은 그에 대한 부정적 기사들을 감안하면, 혐의를 벗더라도 그가 연예인으로서 생명력을 유지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갑자기 유아인 씨 문제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그가 국세청 연예인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의문이 들어서입니다. 

연예인들은 흔히 '이미지'로 먹고 사는 존재들이죠. 그리고 국세청은 중앙행정기관 중 사실상 유일하게 1년 단위로 교체해가며 연예인들을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해 그들의 이미지를 세무행정 홍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인포그래픽]'국세청의 얼굴'이 된 연예인들)

지난 3월3일 제57회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배우 김수현 씨와 송지효 씨가 각각 '모범납세자'로 선정되어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니, 2023년 국세청 연예인 명예홍보대사는 이 두 사람의 몫이 될 것입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세금 문제에 발목잡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케이스는 일일이 소개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모든 연예인들을 '잠재적 탈세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사업체'나 다름없는 연예인들의 수입과 지출은 일반 직장인들처럼 투명하기가 힘들며 이 흐름 속에서 자의 반 타의 반 탈세의 가능성에 노출될 확률이 대단히 큰 것이 사실이죠. 

그런데도 국세청은 여전히 매년 모범 납세 연예인들을 발굴해 표창장을 주고 그들을 기관 및 행정 홍보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기관 및 행정 홍보에 연예인들의 이미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면 인정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이 매년 선정하는 연예인들이 모범납세자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납세를 해왔는지 여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미지의 영역인 것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도대체 국세청은 이들을 어떻게 발굴해 내고 있는 걸까요? 

자,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된 연예인 A의 대통령 표창 수상 배경 설명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A님은 배우로서 영화, 드라마는 물론 예능 출연 등 다방면에 걸친 연예계 활동을 통해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한류문화 확산에 이비지하고 있으며, 사회공헌활동과 성실납세를 통해 국가발전 재정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모범납세를 했다는 증명은 단 한 조각도 없는데 모범납세자이고 대통령 표창을 받아야 한다는 국세청의 주장을 납득하실 수 있습니까? 

하나만 더 보겠습니다. 

몇 년 전 모범납세자로 선정되어 대통령 표창을 받고 1년 동안 국세청 명예홍보대사로 활동했던 한 배우의 사례입니다. 

배우 000은 '06년 데뷔 이후 드라마, 영화, 예능 등 다방면에서 활약을 펼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였다. 배우로서의 믿고 보는 연기력과 해외팬들까지 사로잡은 화제성은 대중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하며 독보적인 한류 영향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물론 해당 연예인의 과세 정보는 국세청이 당연히 확보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상당한 유명 연예인에게 국가가 인정하는 모범납세자 타이틀을 달아주려면,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명분도 충분히 제시하고 공유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도 국세청은 그런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연기력, 한류 등 납세와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이유를 대며 일반 국민들에게 선정 결과를 '통보' 하는 행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매달 꼬박 꼬박 세금 잘 내는 근로자들에게는 감사 인사 한번 하지 않는 국세청이 연기 잘하는 연예인들에게 상장 퍼주는 기관도 아니고 관행이라는 이유로 명확한 기준도 없는 '묻지마식 선정'은 오히려 국가 포상의 권위만 떨어뜨리는 것이며, 국민들의 관심도 이끌어내지 못할 뿐더러 나중에라도 우리가 찾아낸 모범납세자라고 뻥뻥 홍보한 연예인들의 탈세 사실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뒷감당이 결코 만만치가 않을 것은 자명합니다. 

탈세 뿐만 아니라 마약, 음주운전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연루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국가 기관이 먼저 나서서 홍보대사로 위촉해 놓고 사고 쳤으니 일반 기업들처럼 기관 이미지 손상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불과 몇 년 전 국세청 일선 세무서에서도 납세자의 날만 되면 관내 거주하는 연예인들을 섭외해서 명예민원봉사실장 타이틀을 달아주고, 세무행정 체험 시간을 갖는 천편일률적인 행사를 반복해오다 연예인 탈세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로 심심찮게 등장하자 2015년 이후 슬그머니 하나 둘씩 없앤 전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범납세자로 선정해 대통령 표창을 주고 기관 및 행정 홍보대사로 연예인들을 활용하는 '메인 관행'은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여전히 건재하죠.  

생각해 볼 대목이 여럿인데 국세청은 물론 정부 기관들도 민간 기업들 처럼 유튜브, PPL광고 등 보다 다양해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채널들을 활용해 정책 홍보를 하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편승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홈페이지, 발간 책자, 팜플렛 등 기관 홍보 자료에 밝게 웃는 연예인 얼굴 넣는다고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거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등의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겠죠. 

이런 측면을 감안하면 과세권이라는 '강제성'이 짙은 행정권한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국세청이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빌려 쓰는 홍보 관행을 계속 유지할 필요성이 과연 있는지 국세행정 설계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시대가 변했으니, 사건 사고에 연루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있으니 지금 당장 우당탕탕 이를 없애자는 것이 아닙니다.  

해야 한다면 하되, 보다 투명하게 납득이 가도록,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현재는 물론 추후에라도 문제 발생 소지가 최대한 적도록 선발 기준 등을 보다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운용해 나갈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매년 납세자의 날 행사장에 연예인 없다고 행사 권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홍보대사 없다고 기관이 문을 닫는 것도 아닐테니 없으면 없는대로 넘어가기도 하면서 심사숙고해 진짜 행동이든 납세든 여러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모범'적인 연예인을 뽑아 올리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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