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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괜찮아진 가업상속

  • 2020.06.02(화) 16:05

[세무칼럼]김경조 삼정회계법인 조세본부 이사

올해 초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TV를 통해 방영된 바 있다. '長家(장가)'라는 요식업 최고의 가업을 상대로 주인공 자신만의 소신을 단단히 지켜가고, 또 그 과정을 통해 사랑을 알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드라마의 중심에서는 벗어나지만 시선을 조금 돌려, 극 중 역할과는 무관하게 대한민국 한식의 격을 몇 단계 끌어올린 ‘장가’의 사회적 순기능에 초점을 맞춰봤다.

'장가'를 이끌고 있는 장회장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는데, 장회장이 오랜 기간 경영했던 '장가'를 두 아들에게 상속한다는 가정을 해보자.

수십 년간 건실하게 ‘장가’를 이끌면서 대한민국 요식업의 수준을 격상시킨 경제적·문화적·미래적 가치를 감안할 때 드라마 속에서는 충분히 행복하지 못했던 이 가족에게, 기업지배구조를 안정시키고, 상속세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식의 세계화를 향한 장수기업으로 남게 할 수 없을까?

우리 세법에는 가업상속공제라는 제도가 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영위했었던 중소기업 또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을 법정 요건에 따라 상속인에게 승계한 경우, 최대 500억원을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해주는 특례를 말한다.

공제금액은 피상속인의 가업 영위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200억원, 20년 이상은 300억원, 30년 이상은 500억원으로 차등화돼 있다.

하지만 큰 절세효과만큼이나,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아주 엄격한 사후관리 규정을 견뎌내야만 한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게 되면 '공제받은 금액'에서 '사후관리의무 위반기간에 따른 추징율' 등을 곱한 금액과 이자상당액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다시 가산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학계와 각계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규정이 엄격해도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기획재정부도 엄격한 사후관리 규제가 현재의 어려운 경제환경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9년 말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 시 몇 가지 개선사항을 담았다.

먼저, 사후관리 기간이 축소됐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후 업종·자산·고용 등의 사후관리 범주에서 일정한 기준을 유지해야 하는 유지의무 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됐다.

다음으로, 고용유지의무가 완화됐다. 중견기업의 경우 사후관리 기간에 대한 평균 정규직 고용인원을 기준고용인원(상속 개시 전 2년간 평균 고용인원)의 120% 이상으로 유지해야 했었는데, 이제는 중소기업과 같이 100% 이상만 유지하면 된다. 

또한 '고용인원수' 기준 외에도 사후관리 기간에 대한 평균 총급여액을 100% 이상 유지하는 ‘총급여액’ 기준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여, 고용유지의무에 관한 사후관리 부담을 줄여주었다.

업종유지의무도 완화됐다. 급변하는 산업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소분류 내에서의 업종 변경을 중분류 내에서도 가능하도록 보완했다. 심지어 중분류 외에 업종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도 위원회 승인을 거쳐 예외적으로 변경이 허용되도록 했다.

자산 유지의무도 이에 연동하여 완화됐다. 원칙적으로 가업용 자산은 20%(5년내 10%) 이상 처분이 금지돼 있는데, 업종변경에 따라 자산을 대체취득하거나, 자산처분금액을 연구인력개발비로 사용한 경우에 대해 '예외적 자산처분 허용 사유'로 취급하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위의 개정사항은 2020년 1월 1일 이후에 상속이 개시되는 분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특별히 업종·자산·고용요건 완화에 관한 개정은 2019년 12월 31일 이전에 공제를 받은 후 사후관리를 이행하고 있는 상속인에 대해서도 적용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업상속공제를 준비하고 있는 상속인들 뿐만 아니라 현재 사후관리를 이행하고 있는 상속인들도 이러한 개정사항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속세의 연부연납 특례 요건이 다소 완화되었다는 점도 관심 있게 봐야 할 개정사항이다. 연부연납 특례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속세를 최장 20년 동안 분납할 수 있는 특례를 말한다. 

종전에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았거나 공제를 받지 않았더라도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정하여 연부연납 특례의 적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경제환경 속에서 가업상속공제의 요건을 갖추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결국 대다수의 기업은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가업상속에 관한 거액의 세금을 단기간에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2019년 말 세법 개정 시 가업상속공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도 가업상속공제 보다 조금 완화된 요건을 갖출 경우, 연부연납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그 요건과 범위를 조금 더 넓혀 줬다.

개정세법은 가업의 안정적 유지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제도의 구체적인 부분을 정밀하게 조정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후관리 요건이 까다롭게 남아있다는 점과 실질적으로 과세이연에 가까운 가업상속공제의 실효성 등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가업상속공제뿐만 아니라 연부연납 특례 등 세법이 마련하고 있는 다양한 제도를 복합적이고 심도 있게 고려하는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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