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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 받지도 않은 재산의 상속세

  • 2019.03.29(금) 09:45

[김해마중 변호사의 '쉽게 보는 法' ]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세팀

#사례1 
상당한 자산가였던 A씨는 말기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더 이상 회복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여행을 떠났다. 한국의 여러 명승지를 여행하던 A씨는 강원도에 도착하자 과거 라스베가스에서 운 좋게 돈을 땄었던 기억이 떠올라 강원랜드로 향했고, 어차피 돈 더 쓸 일도 없는데 마음껏 쓰자는 생각에 은행에서 현금 10억원을 인출했다. 며칠 후 강원랜드에서 나와 집으로 향할 때 안타깝게도 A씨에게 10억원 중 수중에 남은 금액은 거의 없었다. 이듬해 A씨는 사망했다.
 
#사례2
B씨는 오래 전 지인 C씨로부터 빌린 채무를 상환하고자 자신이 소유하던 여러 부동산 중 하나를 10억원에 처분하고는 처분대금(현금)을 C씨에게 채무 변제 명목으로 지급했다. 몇 달 후 B씨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B씨의 자녀들은 B씨가 생전에 지인 C씨와 채권채무관계가 있었는지, B씨가 그 부동산 처분 대금 10억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B씨로부터 들은 적이 전혀 없었다.

위 사례에서 A씨와 B씨(피상속인)의 임종 후 그 배우자나 자녀들(상속인)에게는 예상치 못한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A씨는 10억원을 인출해 전액을 강원랜드에서 소비했고, B씨는 부동산 매각대금 10억원을 채권자 C씨에게 변제했다. A씨와 B씨의 상속인들은 자신들이 피상속인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10억원이 상속받은 재산으로 취급되어 그에 상응하는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상속인들은 과세관청에 자신들이 위 10억원을 상속받지 않았다는 점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위 사례들은 극단적인 예이지만, 부모님이 생전에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경우 그 자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복잡한 세금문제를 마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세법은 이런 경우 상속인들이 재산을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부동산, 주식 등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금전을 차입한 후 현금을 은밀히 증여하는 경우 과세기술상 발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속인이 현금상속 받은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상속세의 부당한 경감을 방지하며 공평과세를 실현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상속재산으로 추정되는 경우는 두가지가 있다. 먼저, 위 사례들과 같이 피상속인이 처분하거나 인출한 재산이다. 피상속인이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현금을 인출한 때, 그 금액이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로 2억원 이상인 경우 또는 상속개시일 전 2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로 5억원 이상인 경우로서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금액은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된다.

1999년 12월 31일 이전에는 그 소명대상기간을 상속 개시 전 1년으로 제한했으나 여전히 사전(事前) 상속이 남용된다는 지적이 있어서 2000년 1월 1일부터는 그 처분재산 가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그 기간을 2년으로 연장했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그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1년 이내에 현금 2억원 이상을 인출한 경우나,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처분한 후 그 용도를 밝히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인출 또는 처분액이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그만큼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상속인들이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 재산을 물려받지 않았다는 점을 소명해야 하는 '증명책임'이 있다.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는 경우는 언제일까. 예컨데 위 사례2에서 보면 B씨의 채권자 C씨가 B씨(피상속인)로부터 금전 등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나 C씨의 재산상태 등으로 보아 금전 등의 수수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B씨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무를 부담하고 받은 금전 등으로 취득한 다른 재산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그런데, 피상속인이 자신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여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간병인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등의 소비 패턴은 매우 흔하다(특히 고령의 자산가라면 현금 사용액이 더욱 많을 것이다). 상속인들로서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언제, 어디서, 얼마의 현금을 누구에게 지출했는지 건별로 입증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추정상속재산 규정이 지나치게 넓게 적용되면 납세자에게는 사뭇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에 우리 과세관청도 실무적으로는 그 구체적인 증빙이 없더라도 피상속인의 연령, 직업, 소득 및 재산상태 등에 비추어 통상적인 생활비나 품위유지비, 간병비, 치료비, 기업운영자금 등은 개인적 소비로 지출된 것으로 봄이 사회적 통념에 합치하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이 사용한 금전의 용도를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으로 취급한다.

다음으로, 피상속인의 채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다.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채무 역시 상속인에게 승계되는데, 가령 100억원의 재산을 상속받으면서 30억원의 채무도 함께 상속받는다면 위 30억원은 상속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피상속인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금융회사 외의 자에게 부담한 채무로서 상속인이 변제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추정되거나,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에 2억원 이상이거나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로서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채무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한다.

위 규정은 피상속인이 허위의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상속세 과세가액을 부당하게 줄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피상속인이 실제 부담하였던 채무라는 사실이 소명되거나 그 차입금의 구체적 사용처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상속인이 변제할 의무가 없었던 것이거나 피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보아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하는 것이다.

이렇듯, 피상속인이 임종을 앞두고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거나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 또는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상속인들에게 예기치 못한 상속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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