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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입맛대로 봐준 가산세…'법률근거 없어'

  • 2015.06.08(월) 18:24

자체 고시만으로 가산세 면제해줘..'조세법률주의' 위반
2004년부터 11년간 적용..관련 통계도 없어

▲ 지난 4월 2일 서울 강남구 임페리얼 펠리스에서 열린 '해외통관제도 설명회 및 1:1 상담회'에 참석한 김낙회 관세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관세청)

 

공항 입국장에서는 세관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여행객들이 종종 눈에 띈다. 주로 면세한도를 초과해서 물건을 사들고 들어오면서도 세관신고서 작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내국인이 입국시 면세한도 600달러를 초과해서 반입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한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지만 여행객들에게 세관신고서는 여전히 형식적인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세관의 여행객 검사비율이 1%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설마 내가 걸릴까' 하는 마음과 함께, 혹시 운이 나빠 걸리더라도 '그때 세금내면 되지 뭐'하는 대담함이 겹치면서 제대로 작성된 신고서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신고서 작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을 경우 해당 물품에 대한 관세를 내야 하는 것에 더해 40%(2014년말까지는 30%)의 가산세까지 물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가산세를 물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 고의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관세청 내부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세관신고서만 보고 고의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찌됐든 세관 직원의 판단에 따라 가산세를 낼 수도 있고 안낼 수도 있는 규정이 있고, 이같은 관행은 여행객들의 대담함을 키워주는 자양분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 고의적이지 않은 것 같으면 '가산세 면제'!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불합리한 이 규정은 법률적인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의 여행자 및 승무원 휴대품 통관에 관한 고시’ 2-2조의 2항은 모든 입국여행자 및 승무원은 미신고물품에 대해 가산세 40%를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고의적인 은닉혐의가 없는 한, 가산세 부과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도 달고 있다.

 

고의성의 여부에 따라 가산세 부과에 예외를 둔 것인데, 상위 법률인 관세법에서는 이러한 조항을 찾을 수 없다. 관세청 고시에서 결정하도록 위임한 조항도 없다. 조세의 부과와 징수, 감면 등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근거해야 하다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관세청이 법률에도 없는 가산세 면제를 해왔던 것이다.

 

국세 기본법이나 개별 세법에서는 고의성이나 부당한 의도의 여부에 따라 일반적인 가산세와 부당 가산세를 구분해서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고의적인 미신고가 아니면 일반 가산세를 부과하면 되는데, 가산세 자체를 법률근거 없이 부과하지 않은 것은 적지 않은 문제다. 국가가 당연히 걷어야 하는 세금을 자의적으로 안걷은 셈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면제해줬을까...“통계도 없다

 

관세청이 해당 고시에 가산세 예외규정을 삽입한 것은 20043월이다. 무려 1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법률근거도 없이 걷어야 할 가산세를 걷지 않았다. 징수기관이 징세권을 자의적으로 포기한 세금이라 어디서 보상받을 수도 없다.

 

입국자가 가장 많은 인천공항세관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 미신고 사실이 적발돼 거둬들인 가산세는 21억원이다. 전체의 1%가 채 안 되는 여행객을 검사하고, 그 중 일부에게는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가산세를 안 물린 결과다. 제대로 검사하고 제대로 걷었다면 얼마가 걷혔을까.

 

관세청은 뒤늦게 문제를 인지하고 고시개정에 착수했다. 스스로 만든 규정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며 가산세 예외규정이 담긴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그동안 관세청 고시에 따라 가산세를 징수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지만, 그 통계는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조세의 부과와 감면 등은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고시 개정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뒤늦게라도 문제를 발견해 규정을 고치는 것은 다행스럽다. 그런데 지금까지 자의적으로 구멍을 낸 가산세는 어떻게 하나. 자진해서 신고 하고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해 온 여행객들로서는 충분히 억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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