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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가 무섭다?…10년 전 대구국세청의 파격 실험

  • 2025.09.03(수) 08:42

세무조사는 납세자에게 늘 부담과 압박으로만 다가옵니다. 납세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거 한 지방국세청은 실험을 시도했습니다. 바로 세무조사 절차에 '컨설팅'을 더하는 것이죠. 

조사 결과를 통보하고 추징으로 끝내는 대신, 납세자의 의견을 듣고 앞으로 어떤 증빙을 갖춰야 불이익을 줄일 수 있는지까지 조언해 준 것입니다. 단순한 징벌에서 벗어나, 세무상 불확실성을 줄여주려는 시도였죠. 당시 조사공무원들은 이를 '자상한 세무조사'라고 회상합니다. 

현재 국세청의 세무조사 기조 역시 자상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요. 과거 국세청이 시도한 자상한 세무조사는 어떤 형태였을까요?

추징 넘어 컨설팅…대구국세청의 도전 정신

10여 년 전, 대구지방국세청 조사국 요원들은 세무조사가 종결된 뒤 중소기업에 건넨 조언을 기록한 '조사 컨설팅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대구청 조사국이 실험적으로 도입했던 세무조사 방식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조사 종결 시점에 납세자에게 "이 조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반발이 있거나 세법해석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보완책을 제시한 것인데요.

외국인 근로자 경비 처리 문제가 쟁점이었던 사건이 있었죠. 불법체류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원천징수 기록이 남는다면 한국에서 추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급여를 현금으로만 받기를 원했습니다. 사업주는 이 경비를 인건비로 처리했지만, 당시 대구청 조사국은 실제 근무 여부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없으면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당시 조사팀은 "누구에게 얼마를 줬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작업일지나 숙소 계약서, 식자재 구입 내역 같은 보조 증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하죠. 납세자가 향후 세무조사에서 추징당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할 수 있도록 실질적 해결책을 안내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얼마되지 않아 사라졌습니다. 담당자가 인사이동으로 교체돼 새로운 조사관이 오면 매뉴얼대로만 세무조사를 했던 것입니다.

컨설팅 제도는 자연스럽게 흐지부지 됐습니다. 성과 검증의 어려움도 한몫했습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평생 세무조사를 받지 않을 정도로 드문 일이어서 세무조사 때 받은 컨설팅의 효과에 대해 다시 확인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었습니다. 당시 대구청 조사국 소속 한 국세공무원은 "세무사가 수차례 강조해도 잘 듣지 않던 사업자들이, 조사팀장의 조언에는 귀를 기울이며 증빙을 갖추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세무대리인도 조사 결과만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것보다, 개선 방향을 함께 들을 수 있어 사업자와의 갈등이 줄었단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 강조되는 자상한 세무조사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컨설팅은 사라지고, 지도·상담만 남았다

2005년, '예비지도 조사'라는 이름으로 세무조사 제도를 전면 개편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①조사착수 전 대상기업(외형 500억원 미만 등)의 세금 신고 내용과 재무제표를 분석해 ②세무·회계처리 시 유의할 사항, 재무비율 등 그 기업에 맞는 지도·상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③체크리스트를 중심으로 경영 전반에 걸쳐 지도·상담 위주의 조사를 하는 구조입니다.

대구청의 컨설팅은 세무조사 종료 후 '다음번에는 이렇게 하라'는 사후적 성격이라면, 예비지도는 조사 착수 전(또는 진행) 사전적 안내로 '이번 신고 때는 이렇게 하라'는 가이드 성격이 강합니다. 예비조사는 이듬해에 '간편 조사'로 이름이 바뀌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든 현재든, 대구청 사례를 제외하고는 세무조사 현장에서 컨설팅이라는 단어는 잘 쓰지 않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는 어디까지나 검증 절차인데, 컨설팅이라고 하면 조사와 서비스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세무조사에 컨설팅이라는 표현은 일시적인 실험에 그쳤고 지금은 안내와 상담이란 이름만 남아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대구청에서 세무조사 실험을 경험했던 조사공무원들이 이를 자상한 세무조사였다고 회상한다는 점입니다. 당시에는 실험으로 끝난 이 사례가, 임광현 국세청장이 선언한 자상한 세무조사의 한 축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요?

세무조사 컨설팅이 유야무야 됐던 원인을 세심하게 살펴본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납세자도, 세무대리인도, 국세공무원마저도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자상한 세무조사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실현될 수 있을지 국세청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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