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임 국세청장 취임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됐던 국세청 분위기가 고위공무원 인사 지연으로 다소 느슨해진 모습입니다.
지난 7월 23일 취임한 임광현 국세청장은 정치인 출신 첫 국세청장으로, 여당 실세라는 배경 때문에 조직 장악이 빠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습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세수 확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만큼 국세청 내부의 기대는 더욱 컸는데요.
임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와 취임사를 통해 ▲세무조사 방식 개선 ▲자상한 세무조사 도입 ▲국세 체납관리단 신설 ▲인공지능(AI) 대전환 ▲전국민 AI 세무컨설팅 서비스 제공 ▲국민자문단 운영 등의 야심찬 계획을 내놨습니다.
실제로 국세청은 온라인 국민 세정자문단 100명 모집에 착수했고, AI 관련 예산 확보에도 적극 나서는 등 신임 국세청장의 구상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청과 달리 지방청의 분위기는 다소 침체된 모습입니다.
지방청장은 보통 1년을 기준으로 교체되는데요. 이 기준으로 본다면 고위공무원 1급인 정재수 서울지방국세청장, 박재형 중부청장, 2급인 양동훈 대전청장, 박광종 광주청장, 한경선 대구청장의 교체 또는 퇴직이 예상됩니다.
관례대로라면 7월에 이미 교체됐어야 할 지방청장이 본의 아니게 계속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지방청은 현재 어색한 동거를 하는 모습입니다. 인사 발표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교체 대상 지방청장은 업무 지시조차 쉽지 않습니다.
직원들 역시 업무의 연속성 우려로 인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애매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정책 추진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우려는 임 국세청장과 지방청장의 관계에서도 나타납니다. 임 국세청장이 곧 퇴직할 지방청장에게 업무지시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더해 국세청 내부의 불안감을 더하는 것은 임 국세청장의 인사 스타일입니다. 임 국세청장은 최근 단행한 과장급 인사를 통해 그동안의 관행과는 다른 방식을 보여줬는데요. 국세청 내부에서는 이번 과장급 인사에 대해 일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몇몇 인사는 전임 국세청장 시절을 정리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위한 조치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관행을 깨는 신선한 인사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직원마다 해석과 시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인사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사가 지연되며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국세청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며 이것이 직원들의 동요로 이어진다는 말도 나옵니다.
사실 이는 임 국세청장의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실이 검찰 인사를 우선순위에 두면서 국세청 인사 검증이 뒤로 밀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인사 지연의 원인은 외부에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 누구보다 신속한 인사 발표를 바라는 이는 오히려 임 국세청장일 것입니다.
정치인 출신 첫 국세청장이라는 상징성은 기대와 동시에 부담이기도 합니다. 임 국세청장이 취임 초반에 내세운 혁신 의제를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선 정치적 배경이 아닌 조직 운영 능력으로 신뢰를 얻는 것이 관건입니다. 결국 그 출발점은 고위직 인사의 정상화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