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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빌려준 돈 돌려받았다가…날벼락 맞은 사연

  • 2025.02.10(월) 07:00

일생 동안 농사꾼으로 살았지만, 아직 못 이룬 꿈이 있어.
내가 손수 키운 과일들이 풍성한 과수원을 갖고 싶구나.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아버지는 평생 땀 흘려 농사를 지으며 우리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논과 밭을 일궈 자식들 모두 대학까지 보내셨죠. 

그런 아버지에게는 생전 이루고 싶은 꿈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복숭아로 유명한 고향에서 농장을 일구는 것이었어요. 전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그 소박한 꿈이 꼭 이뤄졌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아버지의 부탁
“과수원을 하기 좋은 땅이 나왔는데, 당장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구나. 네가 도와주면 반드시 갚겠다.”
"걱정 마세요, 아버지. 제가 마련해볼게요. 나중에 천천히 갚으시면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저를 조용히 부르셨습니다. 이웃마을에 오래된 복숭아 과수원땅이 매물로 나왔다며, 드디어 복숭아 농장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아버지께선 땅을 사기에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 상황이었습니다. 셋째인 저를 불러 부탁하신 이유는, 제가 공무원이어서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저는 잠시 고민했지만 곧 아버지를 도와드려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아버지의 오랜 꿈을 드디어 이룰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그렇게 저는 신용대출을 받은 돈과 친구들에게 조금씩 빌린 돈을 모아서 아버지의 이름으로 과수원을 사드렸습니다.

#입소문 탄 복숭아
"사람들이 아버지가 키운 복숭아를 찾는다면서요. 아버지는 성공하실 줄 알았어요." 
“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 과수원도 없었을 거야. 농사가 잘 돼서 정말 다행이야.”

아버지는 열정적으로 공부하시면서 복숭아 과수원을 잘 가꾸셨습니다. 복숭아 맛이 입소문을 타, 수확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복숭아를 사러 농장에 찾아올 정도였어요. 과수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아버지는 제게 빌린 돈을 빨리 갚고 싶어하셨습니다. 

얼마 뒤, 아버지는 논을 팔았다며 돈을 제게 돌려주셨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감사와 안도감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저까지 행복해졌습니다.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어머니와 가족들 역시 마음이 후련하다고 했어요. 아버지께서 늘 '빨리 저 논이 팔려야 셋째에게 돈을 갚을 수 있을 텐데'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고요. 

#상속세 조사, 그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아드님께 준 돈은 사전 증여에 해당합니다."
"그 돈은 제가 아버지께 빌려드렸던 것을 돌려 받은 거예요."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세무서에서 상속세 조사를 하던 중, 아버지가 땅을 판 양도소득 중 일부가 제게 입금된 것을 확인한 건데요. 

세무서는 그 돈을 증여로 판단하고 증여세 부과 통지서를 보냈습니다. 통지서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준 돈은 사전 증여에 해당한다고 적혀 있었고요.

이해할 수 없었던 저는 통지서를 가지고 세무서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이건 증여가 아니라, 제가 10년 전에 아버지께 빌려드린 돈을 돌려받은 거라고 말했죠. 

그러자 세무서는 차용증이 없고, 이자 지급도 불규칙하다며 사전 증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속이 개시되기 10년 이내에 증여를 한 것은 사전 증여에 해당돼 상속재산에 포함된다고 한 것입니다.

#증명을 위한 노력
"신용대출 내역, 친구들에게 돈을 빌린 계좌내역, 가족들의 확인서를 제출합니다."
"아버지께 돈을 빌려준 사실이 명백하네요. 증여세 과세를 취소합니다."

저는 너무 답답했습니다. 평생 농사를 지으셨던 아버지께 차용증이나 이자율을 따지며 돈을 빌려드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할 수 있는만큼 모두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자료를 뒤졌어요. 아버지께 돈을 빌려드리기 위해 사용했던 대출 내역과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던 기록을 모두 찾아 제출했습니다. 아버지가 항상 '이 논은 셋째에게 갚을 돈'이라고 말씀하셨다는 가족들의 확인서도 냈고요.

결국 심판원은 제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심판원은 제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이 명백하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가진 다른 땅을 담보로 과수원 땅을 살 수 있었지만, 제 직업 특성상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린 것이 맞다고 판단한 거예요. 

심판원의 결정으로 상속세가 취소되고 저와 가족들은 한숨을 돌렸습니다. 가족 간에 무슨 차용증이냐며 무심코 지나쳤던 행동이 가족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셈입니다. 이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가족 간의 금전거래는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절세Tip
세법에서 금전대차 거래가 증여로 간주되지 않으려면 당사자 간의 차용증, 이자 지급 내역, 원금 상환 내역 등 객관적 증빙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가족 간 대여는 자산 매각, 대출 등 자금 출처의 기록과 관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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