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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조사에 요구르트 과세…국세청 세무조사, 이렇게 변해왔다

  • 2024.09.02(월) 07:30

[커버스토리]세무조사 변천사와 국세청 조사국 업무

# 1996년 2월, 국세청 조사관은 경기도 하남시에 소재한 음식점에 이틀간 머물렀다. 해당 음식점의 영업실적을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는데, 예상했던 대로 수입금액을 파악할 수 있는 장부가 없었다. 이 조사관은 매상집계표를 근거로 1일 평균 수입금액을 구했고, 이를 영업 일수로 환산해서 부가가치세를 매겼다. 사업자는 실제 수입금액과는 다르다며 국세심판소(현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지만, 결과는 납세자의 패배였다(국심1997중1358). 매상표에는 각 테이블마다 판매한 매운탕·공기밥·음료수 등 수량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는데, 국세청은 이를 실수입금액에 관한 원시 기록이라고 봤다. 심판소도 "입회조사 기준에 의한 방법을 준용해서 추계결정한 처분으로서 좀 더 사실에 가까운 추계 방법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과거 현금거래가 많았던 시절에는 국세공무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 매출을 점검하는 '입회조사'가 잦았다. 납세자의 장부나 증빙서류가 없을 땐, 추계조사 방법으로 수입금액과 과세표준을 구했다. 이젠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앞선 사례처럼 1990년대엔 '상품회전율'로 매출을 추정해 과세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직 국세공무원인 A세무사는 "과거엔 음식점에서 메뉴 하나당 요구르트 한 개를 줬는데, 요구르트 한 개를 메뉴 1개로 추정해서 매출을 역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숙박업이라면 방을 빌려줄 때마다 나오는 수건, 칫솔, 면도기 등의 개수로 추계과세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현재도 추계조사로 소득금액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사용으로 세원이 많이 드러나면서, 실질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닥다리' 세무조사 방식이 됐다. A세무사는 "실질·근거과세 원칙에 위배되는 문제가 많아서 매출 추계에 대해 납세자가 불복하면 기각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현재는 매출 추계가 아닌, 비용에 대한 추계(기준·단순경비율)를 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엔 세무사찰…시대 따라 달라진 세무조사  

국세청이 개청하기 전까지 탈세조사는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행해졌다. 하지만, 1966년 개청과 함께 세무조사 기능은 국세청의 권한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엔 '세무사찰'로 불렸다. 지금 들어도 거부감이 든다. 국민들에게 위압감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1989년 '조세범칙조사'로 바뀌었다. 

세무조사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건 1989년부터다. 이때 '세무조사 운영 준칙'을 제정, 각 세법에 의해 실시하는 모든 세무조사에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했다. 

당시 세무조사 규정을 보면 ①탈세 혐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동일 사업자에 대해 연 1회 이상 조사를 억제하고 ②사무실 수색이나 장부의 영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며 ③특별조사의 경우에도 제한적으로 사업자의 승낙에 의해 장부를 예치 보관하는 게 주요 골자였다. 이때 세무조사 착수 예고제, 중복조사 금지, 통합조사 원칙 등 규정도 법에 새겼다. 

1990년대엔, 납세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만들어졌다. 1997년 공포한 '납세자권리헌장'으로, 본문 1항엔 '모든 납세자는 구체적인 탈세 혐의가 없으면 성실하다'고 적혀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특정 사유(세법이 정한 납세 협력의무 미이행, 탈세 제보 등)를 제외하고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세워졌다. 

세무조사 시스템을 전면 손질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2003년 8월 발표된 '세정개혁안' 초안엔 그간 예고 없이 조사 인력을 급파해서 관련 서류를 압수해 조사하는 특별세무조사를 폐지하고, 대신 상습적 탈세자를 겨냥한 범칙조사에 무게를 뒀다. 

이듬해 6월엔 세무조사에 대해 감춰졌던 판도라의 상자가 조금씩 드러났다. 조사의 기본방향과 선정 기준을 사전에 공표한 것인데, 국세청 개청 이래 최초였다. 이를 계기로 세무조사에 서비스 개념(사전 서면확인제도 등)이 입혀졌다. 특히 세무조사 요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국세청 내부 규정으로만 운영되어 왔던 '조사사무처리규정'도 2006년 외부에 공개됐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 대한 궁금증이 시원하게 해소된 건 2009년부터다. 당시 국세청은 총 네 차례에 걸친 국세행정위원회 회의를 통해 조사 선정 방향을 정했고, 이때부터 '대기업은 4년 주기·중소기업은 신고성실도 평가'를 원칙으로 조사 대상에 올렸다. 

2010년대 이후부턴 국세청이 확보한 신고 내용(또는 정보수집)에 한정되어 있던 세무조사 기법도 다양해졌다. 대표적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확보한 정보가 세무조사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다. 2013년 7월, 국세청의 FIU 활용 범위가 '조세탈루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업무'로 확대됐고, 그간 국세청에 제공되지 않았던 고액현금거래(CTR)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세금탈루 행위를 제보해 포상금(2003년 도입, 2013년부터 차명계좌 신고도 포함)을 받는 이른바 '세파라치'도 현재까지 세무조사 행정에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수 년 전부터는 세무조사 양보다 질에 무게를 두며 경제 여건을 고려해서 세무조사 건수는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악의적 탈세에 대해선 엄정하게 조사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획, 추적, 긴급까지…세무조사의 다양한 명칭

세무조사는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조사 대상 세목에 대한 과세요건·신고 사항의 적정 여부를 검증하는 일반 세무조사부터, 조세범 처벌법에서 규정한 죄를 묻기 위해 실시하는 조세범칙조사까지 조사 대상·목적에 따라 명칭을 다르게 두는 것이다. 

국세청의 조사사무처리규정을 보면 이외에도 추적조사, 기획조사, 통합조사, 세목별조사, 전부조사, 부분조사, 동시조사, 긴급조사, 간편조사, 조사관서 사무실 조사, 주식변동조사, 자금출처조사, 이전가격조사, 위임조사, 자료상 조사,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자 조사가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방식에 따라 용어를 다르게 사용하지만, 크게는 정기·비정기 조사로만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정기조사는 말 그대로 일정한 주기로 받는 세무조사다. 2009년만 하더라도 연간 수입금액 5000억원을 넘긴 법인사업자, 이런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4년 주기로 조사가 이루어졌다. 2008년 기준, 이 범위에 들어간 법인은 487개로 전체(39만8331개)의 고작 0.1%였다. 

세무조사 부담을 덜어주고자 2011년엔 정기조사 선정 주기를 5년으로 늘렸고, 지금까지 이 기준이 유지되면서 사업자들은 5년마다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인식한다. 2013년부턴 세무조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연 수입금액 3000억원 이상 법인에 대해 5년 주기 조사를 적용했다. 이후 경제 규모를 반영해서 대상 범위를 넓혔고, 올해부턴 2000억원 이상 법인이 조사 대상이 되도록 설계했다.

과거와 현재 상관없이 세무조사는 극소수 기업들이 대상에 선정된다. 국세청의 통계 연보를 보면 2022년 현재 가동 법인 수는 103만3749개인데, 이 중 0.3%인 3963개만 조사가 이루어졌다. 

2000억원의 매출을 넘기지 못한 기업이라도 안심할 순 없다. 수입금액 500억원 이상 법인 중 경제력 집중 우려가 있을 땐, 수입이 2000억원에 미달해도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를 성실하게 신고했더라도 장기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다면, '장기 미조사 법인'으로 분류돼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정기 세무조사와는 다르게,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실시하는 게 비정기 조사다. 납세자가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발각, 납세자가 세무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 신고 내용에 오류·탈루 혐의가 의심, 무자료나 위장·가공거래 등 거래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 등일 때다. 2022년 기준, 전체 조사 법인의 36%(1434개)가 비정기 조사를 받았다. 제조업이 441개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도소매업(352개), 서비스업(294개), 건설업(227개) 순이었다.

국세청 조사국은 어떤 곳인가 

국세청은 국가 운영의 근간인 세금을 걷는 기관이란 점에서, 국세청 내에서도 핵심부서로 꼽히는 곳은 단연 조사국이다. 조직 내 영향력이 가장 큰 만큼, 엘리트 세무관료들로 배치되고 있다. 본청 조사국장 출신의 국세청장이 자주 배출되기도 했고, 조사국 경력 없이 국세청 수장까지 오르는 경우도 없었다. 

본청 조사국은 2003년부터 실시된 '비노출 제도'로 인해 다른 부서와는 다르게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일반적으론 7개 지방국세청과 일선 세무서에 산재한 조사조직의 행동 지침을 내려주는 '컨트롤 타워'로 보면 된다. 조사국장을 필두로 ▲조사기획과 ▲조사1과 ▲조사2과 ▲국제조사과 ▲세원정보과 ▲조사분석과로 각자 업무가 분업화되어 있다.

조사기획과는 세무조사 업무를 총괄 기획·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조사사무처리규정 등 세무조사와 관련한 법적·제도적 틀도 개정하는 부서다. 조사1과는 법인 납세자를, 조사2과는 개인사업자를 포함해 양도·상속·증여·부동산 관련 세무조사를 기획하는 곳이다. 국제조사과는 국제 거래를 통한 국부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임무다. 

세원정보과는 기업·개인에 대한 탈세 정보 등을 수집해 기초적인 분석 뒤 실제 조사를 진행하는 부서로 넘기는 걸 주된 업무로 삼는다. 조사분석과는 내국세 관련 탈루 수준을 분석하며, 지하경제 등 음성적 세원 발굴에 쓰일 정보수집 활동도 한다. 

'기업 저승사자'로 부르는 조사4국

본청 조사국이 '브레인' 조직이라면 7개 지방국세청 조사국·133개 세무서 조사과는 현장에 나가 실질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조직이다. 이 중 눈에 띄는 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이다. 규모나 기능 면에서 단연 앞서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부·부산지방국세청은 1급(고위공무원단 가급)지이고, 나머지는 2급(나급)지 지방청이다. 이런 차이는 하위직급에서도 나온다. 예컨대, 1급지청 과장이 4급 서기관이라면, 2급지청 과장은 5급 사무관이 맡는다. 1급지 조사국 단위로도 서울청은 5개인데 반해 중부청은 3개, 부산청은 2개의 조사국만 거느리고 있다.  

대기업·자산가가 많은 서울청에 조사도 몰린다. 법인사업자 세무조사만 떼어내서 보면, 전체의 조사 건수의 40%(3963건 중 1554건)를 차지한다. 다른 지방청과 비교하면 적게는 2배, 많게는 6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서울청 조사1국은 법인세 정기조사를 중점으로 한다. 대기업, 중견기업이 타깃이란 소리다. 조사2국은 소득세(양도소득세 제외), 부가가치세 조사가 주된 임무다. 소득 규모가 큰 개인(병원, 전문직 등)사업자나 중소기업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조사3국은 양도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재산세제 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사4국은 유명한 조직이다. 조사1국이 법인에 대한 정기조사를 맡는다면, 조사4국은 법인에 대한 비정기조사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다. 사전 통보 없이 조사에 나서 회계장부를 면밀히 검토해, 기업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비견되는 조직이란 평가가 있어서인지, 기업의 저승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울청 조사국 출신인 B세무사는 "조사4국은 조세범칙사건까지 총괄하고 있어 위상이 남다르다"며 "그만큼 업무도 많고, 직원들의 기강도 엄격하다"고 했다. 

국제거래조사국은 외국인투자법인, 외국인 등에 대한 정기·비정기 조사를 맡고 있다. 서울에 외국계기업 등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탄생한 조직이다. 조사 대상 자체는 다른 국에 비해 많지 않지만, 개별 조사 사건의 추징세액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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