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가상자산 과세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
강민수 국세청장이 지난 7월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의 내용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2025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된다'고 규정한다.
*가상자산(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전자적으로 거래·이전될 수 있는 증표다. 화폐·재화·용역 등으로 교환될 수 없는 전자적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로, 발행인이 사용처와 그 용도를 제한한 것은 제외된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이른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나 암호자산(crypto assets)이 가상자산 범위에 들어간다.
코인으로 번 돈에는 왜 세금이 없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상자산 소득에 세금을 물릴 근거조차 없었다. 이자·배당·근로·양도 등 '열거주의' 잣대로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세 특성상, 소득세법에 언급(또는 규정)이 없는 가상자산의 소득에 과세할 근거가 없었다.
'과세 공백'을 메꾸려는 조치는 2020년 이뤄졌다. 그 해 7월 정부의 세법개정안엔 거주자가 가상자산을 양도하면 기타소득으로 과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도 대가(시가)에서 취득가액과 부대비용을 뺀 비용이 과세표준이 되는데, 연간 250만원이 넘는 차액에 20% 세율로 세금을 매기는 구조다.
당시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 취지에 대해 ①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자본이득세·기타소득 등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②주식 등 다른 자산도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점을 들었다.
처음 제도가 설계될 당시, 과세 시행일은 2021년 10월 1일 이후였다. 법 개정 이후 즉시 과세하지 않은 이유는 신고 시스템을 먼저 갖추기 위해서였다.
가상자산 개념 등을 담고 있는 '특정금융정보법'이 다음해 3월 25일에 시행한 후 6개월 동안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를 받을 예정이었다. 이것만 갖춰지면 가상자산 과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행시기가 다가오자 정부는 과세 인프라가 미비하다며 시행 시기를 2023년으로 미뤘다.
하지만 가상자산 이용자의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로 과세는 다시 2025년으로 밀렸다. 이에 올해 7월 19일부터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고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하면 되지만 정부는 이를 또 2027년으로 미루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국가간 가상자산 거래 정보가 교환되는 점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성과를 점검해야 하다는 것을 과세 유예 이유로 들고 있다.
내년부터 과세되면…세금 얼마나 낼까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 645만명에 이른다. 예정대로라면 4개월 뒤엔 적지 않은 수의 투자자가 과세 대상이 되지만, 정부·여당이 과세 유예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원안대로 과세가 될 지도 알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 가상자산 소득금액의 공제액을 원안인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늘리겠단 공약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가상자산 과세제도가 어떻게 수정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원안에 따라 과세된다면 세금은 얼마나 내게 될까?
세금 규모를 결정짓는 건 '차익', 즉 판매가격에서 본인이 산 가격을 뺀 차액의 금액만 따지면 된다.
예를 들어 2025년 한 해에 1000만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250만원을 공제한 뒤, 나머지 750만원에 20%(지방세 제외)의 세율을 적용해서 150만원의 세금을 매기는 구조다.
가장 중요한 건 거래 소득의 필요경비로 인정되는 '취득가액'을 어떻게 구하느냐다. 현재 ①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한 거래(국내거래소)의 경우엔 코인을 살 때마다 가중평균해서 개당 가격을 구하는 '이동평균법'을 ②그 외엔 먼저 매입한 것부터 먼저 판매되는 것으로 보는 방법인 '선입선출법'에 따라 계산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1월에 10개 코인을 개당 1000만원·2월에 5개 코인을 개당 700만원·3월에 10개 코인을 개당 800만원에 샀고, 이후 취득한 코인 20개를 개당 1000만원에 판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이동평균법으로 따지면 팔기 전까지 취득한 코인의 단가는 860만원(1억원+3500만원+8000만원÷25개)이며, 코인 20개에 대한 취득가액은 1억7200만원이 된다. 코인 거래에 따른 차익(2800만원)에서 기본공제액(250만원)을 뺀 뒤, 이 과세표준에 세율(20%)을 적용하면 세금은 약 510만원이다.
선입선출법으론 코인 20개의 취득가액은 1억7500만원(10개×1000만원·5개×700만원·5개×800만원)이며, 앞선 계산식을 적용하면 세금은 약 450만원이 된다.
다만 이런 계산식이 주식과 달리 가격 변동 폭이 심한 가상자산 거래 현실 등을 반영하지 못한단 지적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일평균 가상자산 거래액은 3조6000억원, 가격변동성(가상자산 가격의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은 61.5%로 매우 크다.
게다가 자진 신고를 해야 하는 납세자로선 거래 내역을 일일이 파악하기 위한 납세협력비용 부담도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인지,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엔 실제 취득가액 확인이 곤란한 경우라면 '동종 가상자산 전체에 대해 양도가액의 일정 비율(최대 50%)을 필요경비로 의제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상자산 소득세 '0'…상속·증여는 과세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서 발생한 소득과는 달리, 상속·증여(2022년 1월 1일 이후) 땐 상속·증여세가 매겨진다.
이 때 중요한 건 상속·증여세를 평가하는 기준금액을 얼마로 해야 하느냐다.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60조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원화로 거래할 수 있는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가 상속·증여일 전후 각 1개월로, 총 2개월 동안에 공시하는 일평균가액의 평균액을 기준으로 따진다.
이들 거래소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가상자산의 시가 산정에 대표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컨대 9월 6일 A가상자산 1개를 증여받았고, 4대 거래소에서 모두 거래된다고 치자. 우선 날짜별로 4개의 거래소 시세를 파악해 평균을 구해야 하는데, 기산일(계산 첫날)은 8월 5일·종료일은 10월 4일이 된다.
8월 5일 업비트에선 1만1000원, 빗썸에선 1만2000원, 코빗·코인원에선 1만3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면 이날 일평균가액의 평균은 1만2250원이다. 이런 방식으로 일평균가액의 평균을 8월 5일부터 10월 4일까지 구한 후 다시 이들의 평균을 구하면 A가상자산의 평가액이 된다.
가상자산의 평가액 계산을 직접 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에 국세청 홈택스에선 해당 상속·증여재산 평가액 계산 기능(가상자산 일평균 가격조회)을 제공하고 있다.
단, 증여일 전·후 1개월의 평균값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증여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 조회해야 확인이 된단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가상자산의 경우엔 탈세가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실상 부과제척기간이 의미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일반적인 증여세라면 10년이지만, 가상자산이라면 증여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무조건 증여세 부과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