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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상속세 폐지해야 할 것인가

  • 2024.07.05(금) 07:30

권기정 국립한밭대학교 회계세무부동산학과 교수

상속세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그동안의 변화 과정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외국은 어떤지도 궁금한데요. 세무 분야의 전문가인 권기정 한밭대 교수와 함께 상속세의 역사부터 현재 상황까지 일목요연하게 살펴봤습니다.

최근 상속세 폐지 여부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다. 상속세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다. 전근대 시기 상속세는 1694년 영국에서 'Probate Tax(유언장 공증세)' 형태로 처음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당시 상속세는 상속재산에 비례하여 부과하는 것이 아닌 일정 금액 이상의 상속재산에 대해 고정 금액을 납부하는 인지세 방식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적 의미의 상속세는 1894년 영국에서 'Estate Duty'라는 부동산세 형태로 1%에서 8%까지의 세율을 적용한 데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근대적 상속세는 일제 강점기인 1934년 '조선상속세령'이라는 훈령에서부터 시작됐으며,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1950년 비로소 '상속세법'으로 제정·공포됐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법은 이후 여러 차례 개정 과정을 거쳤으며, 현재는 '상속세및증여세법'에서 상속세 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상속은 선대의 재산을 후대에 반대급부 없이 물려준다는 의미에서 증여와 유사하게 볼 수 있지만, 피상속인(부모)의 사망을 통해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증여자가 자발적으로 수증자에게 재산을 이전하는 증여와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피상속인의 사망 시 피상속인의 유산을 근거로 하여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 과세체계를 살펴보면 과세표준 1억원 이하는 10%,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는 2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는 30%,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40%, 30억원 초과는 50%를 부과하는 초과누진세율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속세율은 우리나라의 다른 개별세법인 소득세법(최고세율 45%), 법인세법(최고세율 24%), 부가가치세법(단일세율 10%)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최고세율 구간을 보여주며,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도 프랑스(일반 최고세율 45%, 4촌 이상 60%)와 일본(최고세율 55%)에 이어 그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상속세율이 다른 개별세법의 세율보다 높은 이유는 상속재산은 상속을 통해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인(자녀)으로 부(富)가 무상으로 이전되는 불로소득이라고 보는 관점의 법 제정 철학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즉 상속인은 상속재산의 형성에 이바지한 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상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로소득을 획득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가 창출한 부(富)의 재분배라는 측면에서 상속세를 통해 전체 부(富)를 순환시키고, 이를 통해 구성원 모두에게 자원과 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관점도 상속세의 존재 근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속세법의 전통적인 법철학적 관점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이 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반발은 소극적으로는 상속세율 인하 및 공제금액 확대에서 적극적으로는 상속세 폐지 목소리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상속세 마련을 위해 기업 지분을 매각한 토종 기업들의 사례와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역사상 유례없는 금액인 12조원대라는 언론 기사들이 주목받으면서 이러한 논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상속세법에 대한 이러한 반발은 현재 우리 사회가 과거와는 달리 재산 축적 과정이 투명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소득 형성 과정이 불투명했던 시대에는 소득세법으로 과세하지 못한 음성적인 소득을 상속세법으로 과세한다는 인식이 강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조세 행정 시스템의 고도화와 정교화로 인해 회피할 수 있는 소득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관점은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상속세 반대에 관한 주장 중 하나로 상속세가 소득세 과세 이후 남은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서는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조정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배당소득은 법인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법인세비용을 차감한 후 남은 이익 또는 이익잉여금을 주주(개인 또는 법인)에게 배당한 소득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같은 소득에 대해 법인 단계와 주주 단계 모두에서 조세가 부과(이중과세)되는 것은 부당하므로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중과세 조정제도의 기본취지이다.

따라서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조정제도와 마찬가지로 상속재산 또한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소득세가 부과됐고, 같은 소득으로 형성된 재산을 상속받을 때 또다시 상속세가 부과되어 이중과세 되므로 이것은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중과세 문제 외에도 과도한 상속세율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의 최고세율은 50%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인한 최대 주주 할증 과세를 고려한다면 실제 세율은 일본(최고세율 55%) 이나 프랑스(일반 최고세율 45%, 4촌 이상 60%) 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상속세율은 27% 수준이며,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이스라엘, 멕시코, 헝가리, 포르투갈 등 15개 국가는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 동아시아로 눈을 돌려보더라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등 대부분은 상속세가 없는 국가들이다. 

높은 세율 수준과 함께 수십 년간의 물가수준과 화폐가치 변동을 반영하지 못하고 고정된 상태로 있는 과세표준과 세율구조, 그리고 공제금액 또한 문제라 할 수 있다. 2000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상속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은 현재에도 같은 금액과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녀 공제를 제외한 기초공제, 배우자공제, 일괄공제 한도는 1997년 이후 현재까지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구간도 1999년까지 적용되던 '50억 초과' 구간에서 오히려 더 낮아진 것이다. 이처럼 사회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 그리고 공제 체계는 갈수록 납세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부의 해외 유출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또한 부부간에 적용되는 상속세의 경우 다른 법규와 형평에 맞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1998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부부가 이혼하여 재산분할 시 그 재산이 비록 부부 일방의 명의로 되어있더라도 실제 부부의 협력으로 획득한 재산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이렇게 분할된 재산에 대해서는 증여세나 양도소득세 등이 과세 되지 않지만 부부 중 어느 한 편이 사망하여 상속이 이루어지면 상속세가 부과된다. 우리나라 민법에서 일정한 기간 이상 혼인 상태를 지속한 부부의 경우 그 재산형성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바와 같이 부부간 상속에서도 그 기여도를 인정하여 과세하지 않거나 면제하는 것이 다른 법규와 형평에 맞는 공정한 과세체계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항들 외에도 상속세에는 다른 많은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아예 상속세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 또한 나타나고 있다. 즉 상속세를 폐지하고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자본이득세의 개념은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을 때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할 때 발생한 이득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자본이득세 방식의 과세체계는 이중과세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가업 상속 및 승계의 측면에서도 융통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상속세 폐지에 대한 논거를 주로 살펴봤다. 상속세 폐지에 대한 논거와 마찬가지로 상속세 존치에 대한 다양한 주장 또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과거 시대에는 상속세가 우리 사회에 맞는 것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틀린 것일 수도 있다. 

거시적 측면에서 상속세의 존폐는 우리 사회의 발전 및 성장 철학과도 맞물려 있다고 보인다.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부터 수출과 투자를 경제 발전의 주요 전략으로 활용했다. 이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인가 아니면 현재에 머무를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철학과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만약 경제 발전과 성장을 더 크게 이루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와 기업 활성화를 장려하고 증진 시킬 수 있도록 사회구조와 체계를 그것에 맞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국가의 조세정책은 상속세법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기정 교수는?
2004년 경북대학교에서 경영학박사(회계학전공) 학위를 받았다. 2010년 국립한밭대학교에 전임교수로 임용된 이후 세법개론, 소득세법, 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 등의 과목을 강의하고 있으며, 김해세무서와 북대전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회 보호위원, 한국세무회계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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