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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핵인싸 70억 계주의 종합소득세

  • 2024.06.20(목) 17:00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계 모임의 시작
"김 사장, 동네 사람들이랑 계 한다면서? 나도 껴줘"
"그래? 순번계인데, 매달 10일이나 25일에 내면 돼"

저는 한 동네에서 수 십년째 화장품과 옷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워낙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 탓에 제 가게는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이 모이는 사랑방이 됐는데요. 

화장품 가게를 시작한지 몇 년만에 지인들과 친목이 쌓이면서 계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인 순번계 계였어요. 계원들이 매달 일정금액을 넣고 순번대로 곗돈을 타가는 거죠. 선순위 계원들은 곗돈을 타간 후에 원금에 이자를 보태서 냈어요. 

계원 21명이 1000만원당 원금 50만원, 월 이자 10만원까지 총 60만원씩 20개월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됐는데요. 20개월간 계원들이 낸 돈을 순번대로 계원들한테 주고 나면 200만원 정도가 남았는데, 그건 제가 계주로서 계관리를 한 대가로 받았어요.

계주를 맡아서 한지 20년이 넘게 흘렀고, 그 동안 계원들도 40명 가까이로 늘었어요. 부쩍 규모가 커진 계모임을 맡아서 운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는데요.

그 중에서 제일 골치 아픈 일은 곗돈만 타가고 돈을 안 내는 계원을 상대하는 일이었어요. 물론 계주를 맡아하면서 계원들 명단이랑 계 관리내용을 적는 장부는 항상 써왔기 때문에, 민사 소송까지 가더라도 승소해서 돈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 소송까지 가는 것은 시간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소모가 큰 아주 힘든 일이었죠.

그러던 어느날, 국세청 공무원들이 찾아왔어요. 제가 계금을 운영한다고 속이고 실상은 동네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채를 했다면서, 미신고 대부업 소득에 대해서 세무조사를 한다고 했어요.

얼마 후에 세무서는 제가 이전에 낸 종합소득세를 경정해 납부고지서를 보냈어요. 제가 5년간 미신고 대부업으로 벌었다는 소득에 대해 내야할 세금은 가산세까지 글쎄 5억4000만원에 달했어요. 기가 막혔죠.

#내가 사채업자라니
"미신고 대부업으로 번 70억에 대한 소득세 내세요"
"계좌 입출금 내역 보면 거의 대부분이 곗돈인데요"

국세청은 제 계좌 2개를 조사한 후에 5년간 계원 등 144명이 입금한 70억원을 금전대부로 들어온 돈이라고 했어요. 순번계 계라면 계원별 선순위 후순위에 따라 달마다 넣는 돈이 달라야 하는데, 대부분 입금은 1000만원당 60만원을 넣는 형태였고 출금 역시 수시로 이뤄졌다며 계를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어요. 

게다가 몇몇 계원은 제가 월 3%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줬다고 국세청에 증언을 했다고도 했죠.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저는 세무대리인을 통해 국세청에 심사청구서를 제출했어요. 이때까지 써놓은 계 관리장부 노트와 계원명단 장부, 곗돈을 지급할 때 작성한 차용증과 계금영수증도 모두 같이 증거로 냈고요. 

일자별 입출금 내역으로 10일과 25일에 입금된 돈이 36억원이 넘었고, 10~11일과 25~26일에 출금된 금액이 29억원이 넘었다는 것으로 10일계와 25일계가 운영됐다는 사실도 증명했어요.

국세청에 저에게 돈을 빌렸다고 증언한 계원들 중에는 저와 사이가 좋지 않게 된 동네 무당이 있었는데요. 곗돈을 받고도 계금을 내지 않은 계원을 연대보증해 재산이 가압류 돼 있는 상태였어요. 

찾아와서 돈을 낼 테니 먼저 가압류를 해지해달라고 했지만 전 당연히 거부했고, 결국 소송을 거쳐서 곗돈을 받게 됐는데요. 그 이후로 무당은 주변에 제가 사채업자라고 얘기하고 다녔어요. 국세청에 증언을 했다는 또다른 계원도 곗돈을 안 내 근저당이 잡혀 있었고, 그 무당과 친한 사이였습니다. 

#계주라는 사실 확인
"계 관리장부 3권, 차용증과 계금영수증 140장, 계원들의 사실확인서 38장을 토대로 청구인이 계주임이 증명됐습니다"

국세청 심사청구에서는 다행히 제 말이 받아들여졌어요. 제가 제출한 다량의 자료가 계주로서 곗돈을 받아 관리했다는 증거가 된다고 했죠. 반면, 국세청에 증언한 계원은 몇 명뿐이기 때문에 제가 대부업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했어요.

결국 5년간의 제 수입은 70억원이 아니라 6000만원으로 줄어들었어요. 국세청은 제게 고지했던 5억원의 종소세 과세처분을 취소하고 세금을 다시 경정하게 됐어요.

◆절세Tip
세금부과처분취소 소송에 있어 해당 세금부과 과세요건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일차적으로 과세권자에 있다.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소송과정에서는 납세의무자가 과세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지만, 과세가 경험칙에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세요건 사실에 관해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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