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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의붓아버지의 막돼먹은 친아들

  • 2024.08.22(목) 07:00

의붓아버지와는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친아버지와 친딸처럼 살아왔습니다.
성은 달라도 모두가 인정하는 단란한 가족이었어요.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와 의붓아버지가 처음 같이 살게 된 것은 30년 전이었습니다. 의붓아버지는 본처에게서 얻은 아들이 있었고, 어머니도 당시 중학생인 저와 초등학생인 여동생이 있었기 때문에 두 분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가정을 이루게 됐어요. 의붓아버지의 친아들과는 같이 살지 않았죠.  

#핏줄보다 진한
"할아버지 이야기를 써서 글짓기 상을 받았어요"
"하이고 기특하다…엄마 닮아서 글도 잘 쓰는구나"

친아버지와 달리 의붓아버지는 참 좋은 분이셨습니다. 사회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능력도 갖추셨고, 의붓 딸들인 저희에게도 다정하셨어요. 

의붓아버지 손을 잡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졌습니다. 제 아들은 학교에서 할아버지가 롤모델이라는 글을 써서 글짓기 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손주에게도 존경받는 할아버지였어요.  

의붓아버지는 전자제품 부품을 수출하는 무역회사 대표였습니다. 관련 기술 박사학위도 있어서 대학 강의나 해외 출장이 잦았기 때문에, 혼자서는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저희 남편에게 대신 운영해줄 것을 부탁하셨는데요. 

그렇게 의붓아버지는 외부에 기술 컨설팅하는 것에 주력하고, 회사 실무는 제 남편이 도맡아하게 됐습니다. 남편도 회사 키우는 데 재미를 붙여서 회사는 점점 성장했고, 우리 가족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건강한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간암이라는 거예요. 병원에서는 3기까지 진행된 상태라, 점점 악화될 거라고 했어요. 아버지는 곧 큰 수술을 받았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할 정도가 됐습니다. 

이후 어머니와 아버지는 요양을 위해 시골에 내려갔고, 제 남편은 그때부터 아버지 사업을 단독으로 경영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해왔던 세무·통장 관리, 해외거래 결제, 기술영업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해왔던 해외 고객 관리 업무까지 맡았죠. 

#친아들의 겁박
"가정사 들키기 전에 저한테 회사 넘기시죠"
"병들어 힘없다고 이렇게 빼앗아 가는 거냐"

아버지는 친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아버지의 병을 알고 나서도 한 번도 병원에 찾아온 적도 없고, 연락이 온 적도 없었고요. 그러던 친아들이 아버지를 갑자기 찾아온 건, 아버지가 간암 판정을 받은지 3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회사를 내놓으라며 행패를 부리더라고요. 

친아들은 아버지가 유명한 기술 전문가였다는 것을 약점으로 삼아, 회사를 주지 않으면 가정사를 다 알리겠다고 겁박했어요. 암 투병 중인 아버지는 싸울 여력도 남아있지 않았고, 그렇게 친아들은 경영권을 차지했습니다. 

10년 넘게 회사를 일궈왔던 남편은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야만 했는데요. 아버지는 고생했던 남편을 안타깝게 생각하셨는지 위로금과 퇴직금 명목으로 2억원을 어머니를 통해 입금해줬어요. 

이 모든 상황들이 속상했던 걸까요. 아버지를 병간호하던 어머니도 건강이 안 좋아졌고, 갑작스레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도 슬픔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리고 몇 년 후 저는 세금을 통보받았습니다. 

국세청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상속세를 조사했는데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받은 재산에 대한 증여세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받은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로 저희 자매에게 통보된 세금은 17억원이었습니다. 더불어 저와 남편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증여받은 재산에 대한 증여세 5억5000만원도 내라고 했어요.

#증거는 어디에
"남편 퇴직금이랑 아버지 간병비는 빼주세요"
"회사가 지급했다는 내역도, 병원비 영수증도 없군요"

저희 부부는 부과된 증여세에 남편이 퇴직금으로 받은 돈 2억원과 어머니가 아버지를 5년 넘게 병간호하며 간병비와 생활비로 쓰인 3억원까지 포함됐다는 것을 알게 됐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과세가 잘못됐다는 심사청구를 국세청에 제기했어요. 

하지만 국세청은 저희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남편에게 상여금·퇴직금 명목으로 입금된 2억원을 회사가 지급했다는 증빙이 없고, 상여금에 대한 근로소득지급명세서도 세무서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어요.

국세청은 아버지의 간병비와 생활비 역시, 대부분이 현금으로 인출돼 아버지의 생활비로 사용됐다는 증빙이 없다고 했어요. 결국 심사청구에서도 과세 처분에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남겨진 저희 가족은 2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게 됐습니다.

◆절세Tip
과세당국은 통상 다른 가족의 계좌로 거액이 입금되면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다. 하지만 병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재산을 증여받은 경우, 실제 병간호에 사용됐다는 병원비 영수증 등 객관적 증빙이 있다면 해당 금액은 증여재산가액에서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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