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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금수저 남편의 기막힌 거짓말

  • 2024.10.04(금) 07:00

유흥주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그 남자는 첫만남부터 제게 적극적이었어요. 자기를 지역의 재력가 아들이자 여러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라고 소개하고는 매일 저를 만나러 왔죠.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주변 사람들에게 그는 '금수저'로 통했어요. 직원이 500명이 넘는 회사 여러 개를 운영하는 회장님의 아들로 알려져 있었거든요. 지인들과 모임을 하거나 식사를 할 때면, 돈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 통 크게 사는 사람이기도 했고요. 

반년이 다 되도록 매일같이 저를 찾아오던 그는,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가 되고 싶다고 고백했는데요. 재력가로 보이는 그 사람이 부담스러워 만나보자는 얘기를 할 때마다 거절했어요.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생각보다 더 집요한 남자였습니다. 그렇게 또 세 달을 만나달라고 쫓아다니는 거예요. 저는 계속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어느 날부터는 자기를 만나주지 않으면 차라리 죽겠다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하더라고요. 진짜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결국 그의 마음을 받아줬고, 우리는 연인 사이가 됐어요.

#달콤한 제안
"자기야, 내 아파트로 들어와. 곧 펜트하우스로 이사하려는데 자기 명의로 하려고."
"우리 만난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그래도 될까?"

그는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자기 아파트로 짐을 싸서 들어오라며 동거를 제안했어요. 그러면서 곧 서울에 펜트하우스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제 명의로 하겠다면서 이사해 같이 살자고 했죠. 제 오랜 꿈이 호텔 운영이라는 말을 듣고서는, 곧바로 부지를 사서 호텔을 지어주겠다고도 했어요. 정말 어마어마한 부자구나 싶었어요. 

저는 당시 경기도에 아파트와 빌라를 한 채씩 갖고 있었고, 자동차를 새로 뽑으려고 돈을 모아둔 상태였는데요. 제가 새 차를 사겠다고 하자 그의 회사 명의로 리스해서 새 차를 몰면 된다고, 굳이 현금을 주고 살 필요가 없다며 말리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는 제게 결혼하자고 청혼했어요. 우리가 만난지 3개월 만이었죠.

결혼식 준비로 바쁘던 어느 날, 그가 난처한 일이 생겼다며 회사 상황을 털어놨어요. 거래처 과장이 비협조적이라 현금을 주고 물건을 사와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을 수는 없냐고 했더니, 아버지는 정직하게 일해 오신 분이라 말이 통하지 않아 빌려주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곧 결혼할 사이고, 그는 충분히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그에게 3000만원을 빌려줬어요. 그리고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결혼식도 일사천리로 마쳤죠.

그는 신혼여행 중에도 회사 문제 때문에 힘들어했어요. 물건 납품대금을 치를 돈이 당장 없는데, 돈을 주지 않으면 고소당할 상황이라며 다급해 보였어요. 남편은 귀국하자마자 본인 비자금 계좌에 있는 돈을 빼서 주겠다며 돈을 더 빌려달라고 했어요. 저는 갖고 있던 남은 현금에 카드론까지 받아 5000만원을 더 남편에게 보내줬어요.

#어쩌다 사장
"여자가 법인 대표면 정부 혜택이 많대. 여보가 회사 대표로 등기하면 좋겠어."
"자기 회사에 도움된다면 그렇게 해야지. 대표이사를 나로 바꾸면 되는 거야?"

남편의 회사는 시아버지 친구 명의로 돼 있었는데요. 법인 대표이사가 여성이면 세금 등 정부 혜택이 많다면서, 제가 회사 대표이사로 등기하는 게 좋겠다길래 그렇게 했어요. 남편 사업을 위한 일이었으니까요. 

저를 법인 대표로 등기한 이후 남편은 사업 관련 보증금 등을 위해 법인 명의 대출이 필요하다며 절 데리고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았어요. 은행 직원 실적을 올려줘야 앞으로 사업자금 대출이 편해진다길래 제 경기도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도 받아줬고요. 주택담보대출금은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다가 6개월 안에 돌려준다고 했죠. 

#나만 몰랐던 이야기
"뭐야, 당신 가정있는 사람이었어? 전처랑 가족들까지 한통속이네. 내 돈 갚아."
"…. 빌린 돈 다 갚을게."

결혼식 전부터 보내준 돈에 법인 대출, 주택담보대출금까지 남편에게 수억원을 줬지만 2년이 넘도록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어요. 펜트하우스는커녕 남편이 갖고 있던 아파트 마저도 거래처 소송에 내놓게 됐고요.

계속 현금으로 원자재를 사고 물건을 납품하고 있는데 왜 대금이 안 들어오냐고 남편에게 물어도 다른 변명만 늘어놓더군요. 더군다나 아파트 담보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아가고나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고통은 그 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남편은 결혼식을 마친 후, 거래처와 민사소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혼인신고를 할 수 없다면서 미뤘었는데요. 알고보니 남편은 이미 결혼을 해서 아이도 있는 남자였어요. 심지어 제가 대표인 회사 주주명부에는 남편의 아내와 아내의 오빠도 있었죠. 남편 가족과 남편의 아내 가족 모두 이 사실을 알면서 저를 속이고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결혼을 진행했던 거예요.

모든 게 들통나자 남편은 거짓말을 인정했고, 두 달 안에 돈을 다 갚겠다고 약속하더니 그대로 집을 나가 연락이 되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저는 혼인빙자 사기죄로 남편을 고소했는데요. 남편은 이미 여러 거래처에 사기 혐의로 고소 당해 해외로 도망갔다고 하더군요. 

남편의 거짓말에 속아 전재산을 모두 잃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을 때, 국세청에서 과세예고통지서가 날아왔어요. 제가 대표로 있던 회사의 법인세를 신고하지 않아, 법인 소득을 대표이사 상여로 처리했으니 종합소득세를 내라는 거였어요. 

저는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세무대리인과 논의를 거쳐,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법인등기부가 핵심
"청구인이 법인등기부상 대표기 때문에 실사업자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명의만 빌려준 거지, 회사관련 모든 일은 남편이 다 했어요."
"남편이 실사업자라는 법원 확정판결이 없네요."

심판원은 제가 대표이사로 있을 때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가 상식적으로 명의상 대표자에게 지급하기에는 지나치게 많다고 했어요. 급여로 받은 돈은 남편이 더 많은 돈을 받으려고 미끼로 준 돈이라고 했지만 제 말을 들어주지 않았죠.

더불어 세법상 법인등기부에 대표로 등재된 사람이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제게 과세된 소득세는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어요. 

남편이 실사업자라고 제출한 증거 역시 회사의 경영·자금·회계 관련 결재서류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남편, 남편 지인과 대화한 내용뿐이라 객관적인 증빙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네요.   

모아놓은 재산을 사기꾼에게 몽땅 잃고, 거액의 세금까지 내게 된 현실에 저는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절세tip
법인세 신고·결정시 익금이나 손금에 산입하지 않은 금액은 대표이사 등 귀속자의 상여·배당·기타소득으로 처분한다. 다만 소득 발생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대표자(주주 임원 및 특수관계자) 주식을 합해 30% 이상을 소유했다면 대표자로 본다. 세법상 대표자에 대한 인정상여 제도는 법인 대표자에게 소득이 발생한 사실에 바탕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 일정한 사실에 대해 그 실질에 관계없이 무조건 대표자 상여로 간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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