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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받은 집, 가치 매겼는데 자꾸 '퇴짜' 맞는 까닭은

  • 2024.06.14(금) 12:00

'가격변동 특별한 사정' 명확한 규정 없다 보니
평가기간 외 유사매매가액으로 과세…다툼 잦아

# 2022년 6월, A씨는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아파트를 부모로부터 증여받았다. 그는 같은 날 해당 아파트의 공동주택가격(기준시가)으로 증여세 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관할 세무서로부터 증여재산 가액이 잘못 계산됐다며 증여세를 추가로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증여받은 아파트에 대한 실제 매매가액이 없을 때 기준시가로 신고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던 A씨는 세무서 담당자에게 따졌다. 담당자는 '유사매매사례가액'을 내밀었는데, 해당 아파트는 A씨의 증여일로부터 약 1년10개월 전에 거래된 곳이었다. A씨는 "비교 대상 아파트의 계약일부터 증여일까지 시세의 중대한 변동이 있어, 이를 시가로 볼 수 없다"고 말했지만, 과세처분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아파트를 증여(또는 상속)받고 그 부동산을 평가하는 방법을 두고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다툼이 잦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유사매매사례가액 관련한 과세제도 얘기다. 

현재 증여재산의 가치를 따질 때 시가로 평가(평가기준일 전 6개월~평가기준일 후 3개월)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시가로 인정되는 금액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기본적으로는 기준시가를 증여재산으로 평가하게 된다. 다만 유사매매사례가액이 있다면 이를 우선 적용해서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 평가 대상 재산과 면적·위치·용도·종목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재산에 대한 매매가액이 있을 때의 금액을 말하는데, 유사한 사례가 흔치 않은 단독주택에 비해 아파트에서 주로 쓰인다. 

이런 평가 방법에 납세자는 왜 불복을 제기할까. 규정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제도적 결함이 있다.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전제로 국세청 재산평가심위위원회를 거쳐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의 매매사례가액(또는 감정가액)을 재산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데, 얼마나 가격이 뛰어야 특별한 사정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언제든 신고 금액이 늘어날 수 있어, 납세자로선 '엿가락식 과세'로도 느낄 수 있다. 

집값이 엄청 뛰었다니까요

조세심판원 홈페이지의 심판결정례에서 유사매매사례가액이란 단어를 검색한 결과, 총 436건의 사건이 처리됐다. 전체 사건의 71%는 상속·증여세로, 유사매매사례가액에 대해 평가기간 예외 규정(평가심의위원회)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다툰 사건이 적지 않았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세가 급변동한 상황과 맞물려 관련된 조세 불복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앞선 사례를 조금 더 들여다보자. 심판청구를 제기한 A씨는 자신이 증여받은 아파트의 공동주택가격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크게 올랐다고 주장했다. 실제 많게는 37%나 뛰었다. 인근 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의 시행,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으로 주위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치동 학원가와 가까워 주거 수요가 높아진 부분까지 급격한 시세 변화의 예로 들었다. 

A씨는 심판원으로부터 과세처분 취소 판정(조심 2023서10486)을 받았다. 심판원은 ①비교 대상인 두 아파트 간 1년 10개월의 차이가 있고 ②이 기간 두 아파트의 공시된 공동주택가격은 매년 10% 넘게 상승했으며 ③민간의 주요 부동산 지표 상승률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심판원은 유의미한 가격변동이 있는 것으로 봤다. 

집값이 뛰었다고 해서 꼭 납세자가 내민 가격표가 시가로 인정됐던 건 아니다. 서울 아파트의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던 2017년 얘기다. 국세청이 제시한 유사매매사례액을 시가로 볼 수 없다는 납세자의 주장에, 당시 심판원은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시점을 감안하더라도 처분청에서 지나치게 높은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적용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기각 결정(조심2019서2879)을 내린 바 있다. 

시세 변동,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될까

택스워치 취재에 따르면 현재 기획재정부는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두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심판원에서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한 사안이다. 기재부는 시세 변동을 가격변동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인정한다면 어느 정도 범위로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현행 그대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면 납세자로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국세청도 징세비용 등을 생각하면 효율적이지 못한 국세행정이란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선 사례를 보듯, 이 부분으로 끊이지 않게 조세 불복이 발생한다. 심판원 한 관계자는 "(시세 변동이)20~30% 되면 가격변동으로 유의미하다고 보고, 그 범위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니라는 식으로 결정을 한다면 논란이 나올 수 있다"며 "법에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시가로 인정되는 유사매매사례가액의 조건엔 '수치(비교 대상 간 면적 5% 이내 등)'를 명확하게 못 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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