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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무자녀 세금', 우리나라 현실은?

  • 2023.12.12(화) 09: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며칠 전 눈에 띄는 외신이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됐습니다. 

러시아 현지 언론 매체들의 보도인데 러시아 국가두마(우리나라로 치면 국회입니다) 예산·세금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브게니 페도로프 의원이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출산율 증가 방안을 논하면서 "소련처럼 무자녀에 대한 세금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견해를 밝혔다는 것입니다. 

그는 "출산율을 촉진하는 자본이 충분하지 않다면 세금을 도입해야 한다. 세금은 징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예브게니 페도로프 의원이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원인지는 몰라도, 사견에 가까워 보이는 그의 말 한마디는 '임팩트'가 꽤나 강했던 모양입니다. 

솔직히 러시아가 저출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조금 찾아보니 러시아의 인구는 1억4444만명 수준으로 조사되어 있는데, 워낙에 땅덩어리가 넓다는 인식 때문인지 인구가 조금 적어보이기는 합니다. 

통계수치와 별개로 러시아는 분명 저출산 위기라고 합니다. 

러시아의 출산율 감소세는 지난 2015년부터 본격 가속화했다고 합니다. 푸틴 정부가 출산장려책을 여럿 시행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던지 지난 2021년 기준 러시아 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은 1.5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42명으로 뚝 떨어졌다고 합니다. 

러시아가 현재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수준의 출산율이 2.1명인데 이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으니 이 나라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 것이지요(이 와중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예브게니 페도로프 의원의 발언은 구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인구증가책으로 도입했던 '무자녀세의 재림'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 구소련은 독소전쟁으로 인구가 급감하자 자녀가 없는 20~50세 남성과 20~45세 기혼 여성에 대해 임금의 6%를 무자녀세 명목으로 징수했습니다(이 세금은 1990년대 폐지됐습니다). 

구소련의 무자녀세와 관련한 정책 효과 등에 대한 실증은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저출산 위기를 선제적으로 겪었거나 겪고 있는 과정에 있는 유럽의 국가들이 '싱글세'라는 변형적 무자녀세를 운영하며 자녀 유모에 따른 세금 차별정책을 쓰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고(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어느 정도의 정책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자료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 이 무자녀세라는 것이 강제적 수단으로서 적지 않은 효과가 있다는 것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인구절벽을 넘어 이제는 '국가소멸'로까지 위기가 확대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시점에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2022년 기준 0.778명에 불과한 한국의 출산율은 1.42명 출산율로 저출산 위기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러시아에 비해 반 밖에 안되는 정말이지 처참한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는 아예 역대 최저수준을 찍을 것이 자명해 졌는데요(올해 3분기 현재 0.70명). 

도대체 어디가 바닥일지도 모르고, 이미 머지 않은 미래 상당한 국가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해 보이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지난 십 수년간 어마어마한 돈을 써가며 출산장려정책을 펼쳤는데, 결과는 이모양 이꼴입니다. 이미 타이밍이 늦기는 했어도 기존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대응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형편입니다.  

구소련의 무자녀세, 유럽 주요국가의 싱글세 등을 모티브로 무언가 조세정책적 규제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각 개인이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긍정·부정 여부를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안타깝고도 분명한 사실은 현실적으로 제도 도입이 '매우 매우 매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일단 무자녀세의 '무' 자만 내놓아도 대번에 정쟁 소재로 전락할 것이 뻔합니다. 정치 지형상 이 논쟁을 촉발시킨 진영은 지지층의 한 축을 그대로 와해시키고, 그 축을 다른 진영에 온전히 넘겨주는 결과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대한민국의 소득세 제도는 무자녀세 기본 개념이 어느 정도 스며 있습니다. 자녀공제 등을 통해 유자녀 가구와 무자녀 가구간 세금격차가 발생되도록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 격차가 출산유인을 만들어 낼 정도의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며, 부양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유자녀 가구에 더욱 유리하도록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러한 목소리가 한참 전 부터 형성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세수 걱정 등을 핑계로 찔끔 찔끔 시늉만 내는 수준의 정책대응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발등에는 저 처참한 수준의 출산율이 아직까지는 '불똥'으로 느껴지지는 않는 듯 합니다. 

결이 조금은 다르지만 목적지는 같은 이민청 설립 등을 통해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도 분명 좋은 시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곁가지죠. 인구정책의 근본은 처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재의 출산율을 끌어 올리는 것입니다. 

제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당장의 정치현안에만 매몰되지 말고 미래지향적 과제 해결에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좀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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