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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저출산에 4조 쏟아부어도 소용없다 했더니

  • 2024.03.18(월) 12:00

출산 가능성 높은 20~30대 세제혜택 체감도 낮아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신생아 수)이 0.72명을 기록, 저출산 현상이 심화하면서 정부와 국회에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지원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부영그룹이 출산 직원에게 지급하는 1억원의 출산장려금에 대해 비과세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정부와 국회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세제지원에 올인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권성준 부연구위원·저출산 대응을 위한 소득세제의 역할에 관한 소고)에서 저출산 세제지원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부가 지원하는 여러 세제지원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정부의 세제지원을 받기 위해 출산한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출산 관련 소득세 지원 규모는 연간 4조원이 넘습니다. 2022년 기준 자녀세액공제에는 9512억원이 지원됐고, 교육비 세액공제는 1조930억원, 의료비 세액공제는 1조5656억원, 자녀장려세제는 4998억원이 지원됐습니다. 

소득세 지원 정책이 저출산 극복에 딱히 도움되지도 않는 것 같은데, 그 금액이 연 4조원 이상이라니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1인당 돌아가는 세제혜택이 적기 때문입니다. 1인당 평균 소득세 지원 규모를 살펴보면 자녀세액공제 23만9000원, 교육비 세액공제 32만원, 의료비 세액공제 31만3000원, 자녀장려세제 98만1000원입니다.

이는 연간 지원되는 금액입니다. 더구나 언급된 세제혜택들은 특정 요건에서만 받을 수 있는 혜택입니다. 자녀세액공제의 경우 아동수당을 받지 않는 만 8세 이상 자녀가 있는 경우에 받을 수 있습니다. 자녀장려세제는 소득이 낮아야 받을 수 있고, 의료비 공제는 출산 과정에서 산후조리시설을 이용하는 등 일회성 세제혜택에 불과합니다. 

이 모든 혜택을 한 번에 모두 받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자녀세액공제 또는 교육비 공제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녀세액공제는 자녀 1인당 15만원(첫째), 교육비 공제의 경우 취학 아동에 대해선 학원비 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등학생의 경우 방과후수업 비용 등 기껏해야 연 10만원 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녀세액공제 15만원과 교육비 세액공제 10만원을 합쳐 연간 25만원의 혜택을 받는다면, 이를 받기 위해 출산을 선택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연간으로 치면 매달 2만원쯤의 혜택을 받는데, 이 금액이 자녀양육에 큰 도움이 될까요?

적게 내는 2030 아무리 세금 깎아준들…

하지만 권 부연구위원은 1인당 돌아가는 세제혜택이 적다는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세제지원 정책 자체가 출산 적령기라고 할 수 있는 20~30대에게 큰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세금이란 것은 내 소득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 내는 것이고, 세제지원은 내가 낸 세금에 대해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소득의 10%를 세금으로 뗀다고 했을 때 소득이 1000만원인 사람의 세금은 100만원, 소득이 100만원인 사람의 세금은 10만원이 됩니다.

이 두 사람에게 세제혜택을 50만원 준다고 한다면, 세금으로 100만원을 낸 사람은 50만원의 세금을 절약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세금이 10만원인 사람은 아무리 세제지원을 많이 해줘도 10만원의 혜택만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아주 중요한 대목입니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시기인 20대~30대 초반의 경우 이제 막 취업하거나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입니다. 소득이 적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세금도 적은 편입니다.

이들의 세금을 아무리 깎아준들, 출산을 선택할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은 것입니다.

연말정산 과정을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연말정산은 근로소득에 소득공제 등 각종 공제를 적용해 과세표준을 산출해 소득세율을 적용한 뒤 세액을 산출합니다. 이렇게 나온 세액에 각종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결정세액이 나오게 됩니다.

용어 자체가 어려워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소득공제는 쉽게 말해 내 근로소득에서 공제해 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항목이 신용카드 소득공제입니다. 내 소득이 3000만원인데, 신용카드 사용액이 2000만원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여기에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인 15%를 적용하면 300만원이 됩니다. 이 300만원을 내 소득인 3000만원에서 제하는 것이 소득공제입니다. 이 경우 2700만원(신용카드 공제만 있다고 가정)이 과세표준이 되고, 여기에 소득세율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이 나옵니다.

이 경우 소득세율은 15%이며 이를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279만원이 나옵니다. 여기에 자녀세액공제, 보험료·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 등 각종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최종 결정세액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 결정세액이 0원인, 아예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가 2022년 기준 20대 미혼자의 경우 40.8%나 됩니다. 미혼인 20대 10명 중 4명은 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2022년 전체 면세자 비율이 33%인 것을 감안하면 20대 미혼 청년들의 소득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면세자에게 아무리 세제지원 혜택을 쏟아부은들 이들이 무엇을 체감할 수 있을까요? 저출산 세제지원이 효과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녀 있는 3040 오히려 세금 더 내

그렇다면 자녀가 있는 근로자는 자녀가 없는 근로자에 비해 정부의 세제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을까요?

조세연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20대이면서 자녀가 있는 경우 평균소득은 4986만원, 평균 소득세는 68만원으로 평균 실효세율은 1.4%입니다. 반면 자녀가 없는 20대 가구주의 평균소득은 3625만원, 평균 소득세는 101만원, 평균 실효세율은 2%로 소득은 자녀가 있는 가구가 많았지만, 세 부담은 무자녀 가구에 비해 낮았습니다.

정부의 출산 관련 세제지원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30대 이상부터는 유자녀 가구나 무자녀 가구나 뚜렷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30대 유자녀 가구주의 평균소득은 7589만원, 평균 소득세는 409만원, 평균 실효세율은 3.4%였으며 무자녀 가구주의 평균소득은 5537만원, 평균 소득세는 308만원, 평균 실효세율은 3.4%로 실효세율이 같았습니다.

40대 유자녀 가구주의 평균 실효세율은 4.1%, 무자녀 가구는 2.7%, 50대 유자녀 가구주는 4.7%, 무자녀 가구는 3.1%로 유자녀 가구의 소득세 부담이 더 컸습니다. 물론 유자녀 가구가 무자녀 가구에 비해 소득이 더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자녀 관련 세제지원 효과가 크게 발휘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소득세 세제지원의 핵심은 첫 번째로 출산 전인 20~30대가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두 번째로 이미 자녀를 출산한 가구에서 무자녀 가구에 비해 세제혜택을 체감해 둘째나 셋째 출산을 유도하거나 주변에 체감한 효과를 홍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자녀 가구에 비해 뚜렷한 세제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는 30대 이상의 가구에서 세금 때문에 또 출산을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권 부연구위원은 "저출산 대응은 조세지원보다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재정정책은 정책대상에 대한 규모 있는 지원을 할 수 있고 취약계층에 대한 차등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저출산 관련 세제지원은 들어가는 돈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것이 드러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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