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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경제위기 촉발시킨 '감세안', 한국은 괜찮을까?

  • 2022.10.21(금) 12:00

세계 경제가 위태로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는 뉴스를 많이 접하셨으리라 여겨집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른바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에 직면해 있죠. 하루 빨리 경제가 안정되었으면 좋겠지만, 세계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 경제 상황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문제가 유럽의 한 나라에서 갑작스럽게 터져 나왔습니다.  

'영국' 입니다. 

영국 경제가 속된 표현으로 느닷없이 '폭망 루트'를 탄 것인데, 이를 하드캐리한 것은 정치권이었습니다. 

간단히 경과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난 9월23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450억 파운드(약 70조원) 규모의 감세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영국 재무장관(쿼지 콰탱) 등이 추가 감세 정책을 시사했습니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 등 긴축을 실시하고 있는 마당에, 경기 부양책인 감세안을 내놓았으니 말입니다. 영국 또한 고물가 등 겪고 있는 위기상황은 다른 주요국들과 차이가 없었는데 말이죠. 

특히 문제는 대규모 감세에 대응하는 '재정보전책'이 빠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트러스 정부의 감세안은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일으켰습니다.
  
파운드화 가치가 급격히 추락하고(1파운드 당 1.03달러) 영국 국채금리가 급등(5년물 금리 4.5%)하는 등 요동을 쳤습니다. 국가신용등급전망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 모든 일이 감세안 발표 직후 일주일 가량의 시간 동안 한꺼번에 일어난 일입니다. 

후폭풍 속에 허우적대던 트러스 정부는 감세안 발표 열흘만인 지난 10월3일 정책 전면 철회를 발표 했습니다. 감세안 철회 직후 파운드화 가치가 상승하고 영국 국채금리도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단 상황은 진정된 모습이지만, 여진이 어떤 식으로 남아 영향력을 미칠 지 여부는 두고볼 일입니다. 

트러스 정부의 감세 추진은 집권 전부터 큰 의구심을 사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제학 관점에서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이었는데 집권과 동시에 이를 밀어부쳤다가 국가에 큰 위기를 촉발시키는 대실수를 저지른 것입니다. 

핵심 내용도 고소득층(연 15만 파운드 이상 고소득자에 적용되는 최고 세율을 현 45%에서 내년 4월부터 40%로 하향 조정) 감세로 경제적 필요성이 당장 높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영국 사태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도 유사한 정책들이 논쟁거리로 다뤄지고 있죠. 윤석열 정부의 첫 조세정책이 '부자감세' 논란을 촉발시켜 놓은 것이죠.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영국의 상황과 법인세 인하 등 '부자감세' 성격이 짙은 윤석열 정부의 첫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단순비교는 부적절하다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영국이 감세 정책을 고민할 때 우리 정부의 감세정책을 참고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분명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과 트러스 정부의 감세정책은 다릅니다. 내용도 달랐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위기 상황을 촉발시키는 일도 없었죠. 감세라는 기조 하나 외에는 단순하게라도 비교할 명분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영국이든 한국이든 이 시기에 과연 '감세'가 적절한 정책 선택이었는지 여부는 따져봐야 합니다. 혹여 보수의 가치를 감세로 치환시킨 정치적 접근법만 맹목적으로 고수한 선택은 아니었는지 의문입니다. 

일단 영국의 감세정책이 처참한 실패로 귀결된 것은 실패원인을 떠나 시기적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 명확히 증명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처절한 실패로 정책을 추진했던 보수정권의 신뢰는 땅바닥에 떨여졌고 이로 인한 정치적 위기는 덤으로 떠안았죠. 
 
법인세율 인하 등 한국 보수정권의 감세정책도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정책방향인지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습니다. 이념논쟁의 도구로 던져진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특히 곧 국회 논의라는 단계에 접어드는데, 주변 상황도 영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 현장은 '혼돈' 그 자체입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정기국회는 엉망 진창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정부여당과 거대 야당의 협치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 협치 가능성을 서로 발로 걷어차고 있는 모양새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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