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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대 출신들은 왜 '견제'의 대상이 됐나

  • 2022.10.19(수) 14:14

한꺼풀만 벗겨 본 '세무대 출신 사람들'의 이야기①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먼저, 글쓴이는 이 학교 출신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 국립세무대학
1981년 3월(개교) ~ 2001년 2월(폐교)

지금은 폐교됐지만 국립세무대학(이하 세무대)은 개교 이후 20년 동안 무수히 많은 세무인재들을 배출한 최고의 요람이었습니다. 

세무대 입학생들에게는 요즘이라면 말도 꺼낼 수 없는 특혜가 주어졌는데 전액 국비교육에 숙식은 물론, 졸업(2년) 후 국세청(또는 관세청) ‘자동채용(8급특채)’으로 취업 걱정까지 없었죠. 

세무대 개교의 명분은 국세행정 및 관세행정 기관 종사자들의 자질 향상이 시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 실제 세무대 개교 직전이었던 1976년 말 기준 현직 국세공무원의 70% 이상이 고졸 이하 학력자였고, 세무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교는 달랑 1개교(서울시립대)에 불과, 국가의 힘을 동원하지 않는 한 인력 양성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국가에서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대학 공부 시켜주고, 공무원 취직도 무조건 시켜주겠다니 전국 팔도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SKY대학’ 입학이 충분한 학력고사 점수를 획득한 인재들이 세무대를 선택했던 것이죠. 

국립세무대학 로고

이면에는 당시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 녹아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은 본격적인 경제발전 초입이었죠. 잘 사는 사람보다 못사는 사람이 더 많았던 그 시절 당시 학업성적은 뛰어났지만 그 놈의 가난 때문에 공부를 포기했거나 포기하려던 학생들에게 세무대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던 것입니다. 

이후 폐교 직전까지 세무대는 상위권 성적을 내는 학생들이 입학하는 학교로 각광을 받았습니다(실제 98학번의 경우 문과 기준 수능 상위 1% 내외가 합격권이었다고 합니다)

세무대 폐교의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나라의 필요에 의해 만들었으니 없앤 것 또한 나라의 필요에 따라 결정된 것이겠지요.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와는 다른 주제이기도 하고요. 지금부터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세무대가 아닌 ‘세무대학 출신들’ 즉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너무 뛰어났던 그 사람들이 받게 된 '질투'

세무대는 20년 50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이중 절대 다수가 내국세학과 출신들이죠. 현재 현업에 남아 있는 세무대 출신 국세공무원들의 숫자는 대략 3000여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기 졸업생 배출 이후 국세청 조직 내부에서 세무대 출신 직원은 금값이었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두뇌 자질도 좋은 데다 2년이라는 시간을 오직 ‘국세공무원’이 될 목적 하나로 그 어렵다는 세법 교육 등을 집중적으로 받아왔으니,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일을 잘하다 보니 조직 내부에서 좋은 보직에 세무대 출신들을 배치했을 테고 그 자리를 또 다른 세무대 출신이 차지하곤 했을 테고 그러다 보니 좋은 실적을 만들어 냈을 테고, 이에 따른 인사상 우대가 따르는 그런 ‘루틴’이 조직 내부에 생겼을 것입니다. 

조직이 의도하지 않았든 이 루틴이 여러 인간 군상들이 모여 한정된 자원(자리)을 놓고 경쟁하는 조직의 생리상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축의 반감으로 이어졌을 것이고 이 반감이 세무대 출신들에 대한 국세청 조직 내부의 ‘견제심리’를 고착화한 것이죠. 

사실 국세청 조직원들 사이에서 세무대 출신들에 대한 견제심리만 있지 않습니다.

행시 출신들에 대한, 7·9급 공채 출신들에 대한 견제심리도 당연히 존재하죠(인사철마다 높은 자리, 알짜 자리는 대부분 차지해 가는 극소수에 불과한 행시 출신들에 대한 견제심리, 아니 반감이 더 크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국세청은 인사 정책을 통해 이 심리적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유독 세무대 출신들에 대한 인사견제가 높다는 목소리가 생기면서 조직 안팎에 세무대 출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더 키우는 이상한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동(사진출처: 국세청)

그렇다면 대체 세무대 출신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드러난 실체가 있을까요. 

학연이라는 분명한 매개체를 공유하고 있는 이 거대한 숫자의 사람들이 똘똘 뭉쳐 ‘파벌화’가 되어있고 이 파벌이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까지 크고 작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는 식인데 실제로 파벌화에 따른 부산물로 규정할 만한 사항들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 예를 들어 팔이 안으로 굽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파벌의 문제로 귀결 ‘세무대 출신들이 그러면 그렇지’ 라고 인식해 버리는 것이죠. 

오히려 세무대 출신들 사이에서 ‘우리의 적은 바로 우리’라는 자조 섞인 말이 있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많고, 그들 또한 조직이 요구하는 경쟁이라는 굴레에서 함께 엮이니 승진이라는 열매를 두고는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것이죠. 

국세청 조직 내부로만 한정한다면, 세무대 출신들이 아닌 다른 매개체로 엮인 집단들의 파벌화 증거는 매년 2번에 걸쳐 이루어지는 정기인사 곳곳에 나타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어 있는 모종의 인식을 당장에 바꿀 수는 없는 일입니다. 

특정 사안에 따른 해석이 각자 다를 수 있고 그 깊이도 다르니 하나로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국세청 조직원은 무려 2만명입니다. 통제가 가능할까요?

국세청 조직 내부에 자리 잡은 세무대 출신 견제라는 정신적 테마는 그 뿌리도 억세고 깊은 데다, 워낙 ‘씹기 좋은’ 소재 중 하나여서 세무대 출신들이 국세청 조직에서 모두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침전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낫습니다. 

굳이 흔들어봐야 위에 고인 물만 더럽혀질 테니까요. 

참고로, 2001년 2월 졸업의 기쁨도 제대로 못 느낀 채 사라지는 모교의 정문을 닫고 나온 19기 출신들이 은퇴연령(공무원 정년 만60세 기준)에 도달하는 시기는 15년도 넘게 남았다는 점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세무대 출신’ 세무사가 인기 있는 이유 
한꺼풀만 벗겨 본 ‘세무대 출신 사람들’의 이야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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