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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대신 갚아줘도 증여세가 과세될까

  • 2020.02.17(월) 17:54

[구종환 변호사의 '쉽게 보는 法']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세팀

경제활동을 하다보면, 채무자가 기한 내에 채무를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어려운 사정을 봐줘서 채무를 일부 면제해주는 경우가 있다. 또 부모나 친척, 친구 등 채권·채무 관계와는 무관한 제3자가 채권자에게 채무를 대신 변제해주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채무 면제 또는 변제는 보통 채무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채무자나 채무를 면제 또는 변제해 준 사람 모두 별도의 과세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채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재산에 해당하는 채무가 대가의 지급 없이 감소하는 것은, 결국 채무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무상으로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세법상 '증여'의 개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법은 채무면제 등의 경우에도 채무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첫번째, 채권자로부터 채무의 면제를 받은 경우이다. 

민법상 채무의 면제는 채권자가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채권을 무상으로 소멸시키는 것이다. 즉, 채권자가 단독으로 채권을 포기한다는 의사표시를 채무자에게 하는 것이다. 물론, 채권자와 채무자가 계약으로 채권을 소멸시키도록 합의하는 면제계약도 가능하다.

두번째, 제3자가 채무를 인수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채무를 지고 있었는데, A의 친구인 C가 A 대신 B에게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계약하는 것이다. 이때 본래 채무자였던 A는 채무로부터 벗어나고, 제3자인 C가 채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C가 A에게 경제적 이익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이 되어 증여세가 과세된다.

세번째, 제3자의 채무변제가 있는 경우이다.

채무의 변제는 채무자 당사자가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거나, 채무자가 반대하는 경우 등의 예외사유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아닌 제3자도 할 수 있다.

제3자가 채무를 변제하게 되면 채무는 소멸하게 되고, 채무자는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받게 되므로, 이에 대해서도 증여세가 과세된다.  

위의 채무면제 등에 따른 증여세 과세가액은 그 면제, 인수 또는 변제된 채무액이다. 다만, 이러한 채무의 면제, 인수, 변제의 대가로 지급한 별도의 보상가액이 있는 경우, 이를 공제한 금액이 증여세 과세가액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9000만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는데, 제3자인 C가 채무 9000만원을 모두 대신 변제한 후, C가 A로부터 그 대신 2000만원을 받았다면, 9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차감한 7000만원이 증여세 과세가액이 되고, 이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된다. 

그런데, 세법에는 채무면제 등에 따른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납세의 의무를 면제하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납세자인 수증자(채무자)에게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체납처분을 하여도 증여세에 대한 조세채권을 확보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증여세 납세의무를 전부 또는 일부 면제해 준다는 규정이다.

이는 납세의무 자체를 면제해주는 규정으로 다른 세법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힘든 규정이다. 세법이 경제적 상황이 극도로 어려운 채무자를 예외적으로 배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객관적으로 채무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입증자료에 따라 사안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채무면제 등에 따른 증여세는 증여자에 대한 연대납세의무도 면제된다. 

원칙적으로 증여세의 납부에 있어서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수 없을 때에는 증여자가 연대납세의무를 진다. 그러나 채무면제 등에 따른 증여세의 경우 증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조세형평상 지나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면제한다.

만약 가족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경우, 채무자에게 증여세가 과세되더라도 채무자에게 증여세 납세능력이 전혀 없다면 증여세를 면제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증여자도 연대납세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다만, 채무면제 등에 따른 증여세 납세의무의 일부 면제는 현금을 채무자에게 바로 증여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가족이 채무자를 도와주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가족이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해주는 경우와, 채무자에게 현금을 주는 경우는 최종적인 증여세 부담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에도 사전에 전문가로부터 변제계획 등에 대한 검토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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