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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부를 장려하는 세제

  • 2019.11.22(금) 08:21

[Tax&]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기준의 하나는 기부문화가 얼마나 활성화됐는지 여부다. 선진국일수록 기부문화, 특히 개인에 의한 기부문화가 활성화된 반면에 후진국일수록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않고, 기부를 하더라도 개인보다는 법인에 의한 기부가 주류를 이룬다. 

법인에 의한 기부는 주주이익의 침해 논란이 있고 기부의 비순수성 또는 강제성 등에 대한 논란이 있으므로 법인 기부보다는 개인 기부가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그동안의 정부 세제개편도 법인 기부보다는 개인 기부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 CAF)이 발표한 2018년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에서 우리나라는 146개 중 60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21위를 차지했다. 2017년의 62위에 비하면 2단계 상승한 것이지만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립대학과 관련된 기부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대학알리미'에 의하면 우리나라 171개 사립대학이 받은 2018 회계연도 전체 기부금은 교비회계 기준으로 3633억원으로 2017 회계연도의 4361억원보다 오히려 728억원(16.7%) 감소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2018년 기부금(gifts)은 약 14억달러(1조7000억원)였다. 하버드대학교라는 하나의 대학이 2018년 받은 기부금이 우리나라 전체 사립대 기부금의 4.7배 수준인 것이다. 

개인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부금 단체의 투명성 확보와 기부자에 대한 예우 개선, 기부금 모집방법의 개선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으나, 세법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부문화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기부금 관련 세법 조항을 개정해오고 있다. 기부금 관련 세법조항, 특히 개인 기부와 관련된 세법조항만큼 매년 변경되는 조항도 흔치 않을 것이다. 올해 세법개정안에도 다음과 같은 기부금 관련 세법 개정내용이 담겨있다.

첫째, 기부금 공제 순서가 이월된 기부금을 우선 공제하는 것으로 변경된다. 현재는 해당 사업연도에 지출한 기부금을 우선 공제하고 남은 기부금 공제한도 내에서 이월된 기부금을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기부금이 많은 개인이나 법인은 이월 공제기한 내에 기부금을 공제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기부문화 활성화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개편방안이라고 생각된다.

둘째, 개인이 현물로 기부하는 법정기부금에 대한 평가방식이 지정기부금과 일치시켜 시가와 장부가액 중 큰 금액으로 변경된다. 현재는 법정 현물기부금에 대해서는 장부가액으로 평가하고 있으므로 장부가액이 시가보다 적은 경우에는 적은 금액만큼만 기부금으로 인정받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 역시 기부문화 활성화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개편방안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법인이 현물로 기부하는 법정기부금에 대해서는 계속 장부가액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기부와 세법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신문보도에 의하면 백범 김구 선생 가문이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27억여원(증여세 18억여원과 상속세 9억여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고 한다. 

선한 의도로 미국의 하버드대학과 브라운대학, 대만의 타이완 대학 등 해외 명문대학에 기부했는데, 국세청은 김신 전 총장이 공익재단 등을 통해 기부하지 않았으므로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부했다는 이유에서 증여세와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부를 명목으로 조세회피를 하는 경우를 규제하기 위한 세법 때문에 진정성 있는 공익적 기부가 과세대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이보다 앞서 수원교차로를 창업한 황필상 대표가 2002년에 수원교차로 보유주식 90%(약 180억원)를 사회에 환원해 장학사업에 사용하도록 모교에 기부했다가 약 140억원의 증여세가 부과된 사건이 있었다. 

1심에서는 증여세를 안내도 된다는 판결이 났으나, 2심에서는 납부하라는 판결이 났고 대법원에서는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는 결정이 내려져 다행히 증여세를 납부하지는 않았다. 

대기업의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5%(성실공익법인의 경우는 10%)를 초과하는 주식을 교부하는 경우에는 기부받은 공익법인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8조를 알지 못해서 발생한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세법을 모르고 기부한 착한 기부자에게 '세금폭탄'을 가져다준 사건이다.

두 사례는 기부를 하더라도 세법을 알고 기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거액의 기부를 할 때 세무전문가와 상의를 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례다.  

그렇다면 세법 측면에서 개인 기부를 활성화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개인 기부의 경우에 일본처럼 세액공제와 소득공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부터 기부금에 대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중 개인 기부자의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개인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개인 기부의 경우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2019년의 경우에도 고액기부 기준금액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하하고 한도초과액 이월공제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등 개인 기부의 활성화를 위한 세법개정이 있었다. 개인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행 15% 또는 30%의 세액공제율을 25% 또는 40%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기부금 수령단체별로 세액공제율을 차등적용하는 방안이다. 기부금 단체를 평가하여 높은 평가를 받은 기부금 단체에 기부하는 경우에는 높은 세액공제율(예를 들어 현행 15%보다 높은 25%)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기부금 단체의 투명성 부족이나 불신으로 기부를 꺼리는 경향을 방지해 개인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기부문화에서도 선진국에 합류할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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