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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삼국지]1장, 천하제일 김앤장 시대

  • 2019.10.21(월) 11:11

<택스랭킹으로 본 로펌 비하인드 스토리> 2016년

납세자에게 세금소송 잘하는 로펌과 변호사를 알려주는 '택스랭킹'이 4년차에 접어들었다. 과세당국과 기업 사이에서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그들의 이야기는 중국의 유명소설 '삼국지'를 연상시킨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그들의 숨겨진 뒷 이야기를 공개한다. [편집자]

해가 뉘엿뉘엿 서산을 넘어갈 무렵,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지하 법정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느린 걸음으로 걸어나온 부장판사가 선고 결과를 낭독하고 판사봉을 두드리자 방청석이 잠시 술렁였다. 

승소 사실을 확인한 대기업 측 변호인들은 환호성을 꾹 눌러 참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반대편에선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소송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 국세청 직원들이었다. 

#율촌·대기업 연합군, 국세청 기선제압

"국세청은 부실과세의 책임을 지고, 대기업들의 소송비용도 부담하라."

2012년부터 대기업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붙인 지급보증 사건은 2015년 10월 법원에서 처음으로 위법 판정을 받았다. 대기업 100여곳이 일제히 국세청 과세에 맞서 싸운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인 조세심판원까지 국세청의 편을 들자 대기업들은 대형 로펌을 앞세워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1년여의 치열한 공방 끝에 승소 판결을 받아내며 국세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국세청과의 전쟁에서 선봉장에 나선 로펌이 바로 율촌이었다. 율촌은 국세청이 중소기업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대기업 과세를 강행했다는 약점을 간파하고, 대기업들의 지급보증 수수료 과세처분을 원점으로 돌려놨다. 

율촌의 손을 거쳐 기아자동차와 동국제강·롯데쇼핑·태광산업·한국전력·현대엔지니어링·효성·LG이노텍·LG화학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일제히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들의 선례를 바탕으로 100여곳의 대기업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게 됐다. 

율촌은 재판을 진행중인 총 과세금액이 2조원에 달할 정도로 거침없이 질주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세금분야에서 '넘사벽' 김앤장을 누르고 최고의 로펌에 등극할 기세였다. 하지만 김앤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두 배 늘린 국세청 예산, 김앤장 품으로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대형 로펌과의 소송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대기업들과의 소송에서 연이어 패배한 국세청은 2016년 소송예산을 두 배로 늘리며 대형 로펌들과의 2차 전쟁을 선포했다. 국세청과 대기업들의 싸움이 커질수록 로펌들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소송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로펌들 사이에선 지급보증 사건을 사실상 독점한 율촌이 치고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김앤장이 더 높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김앤장은 2016년 1월 첫 택스랭킹 월별 점유율 집계에서 율촌을 더블스코어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국내 최고의 VIP 고객인 SK텔레콤이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50억원 규모 부가가치세 소송에서 김앤장이 대리인으로 나섰다. 현대자동차와 두산 등 그룹사의 핵심 계열사들까지 김앤장의 고객이었다. 율촌도 CJ·현대종합상사·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지급보증 소송을 맡으며 분전했지만 소송금액과 점유율은 김앤장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첫 싸움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한 김앤장은 연말까지 꾸준한 선두 레이스를 유지하며 2016년 택스랭킹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율촌은 광장의 거센 추격을 겨우 따돌리고 점유율 2위에 올랐다. 

발톱을 감추고 있던 광장은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단체로 제기한 142억원 규모 법인세 소송을 앞세워 2위 경쟁에 나섰지만, 막판 뒷심부족으로 율촌을 넘어서진 못했다. 율촌과 광장의 점유율 차이는 0.7%포인트에 불과했다. 

김앤장과 율촌·광장이 '빅3'를 형성하는 사이 대륙아주·태평양·바른 등 대형로펌들도 뒤를 이었다. 이때 첫 해 성적표가 나오자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 로펌이 있었다. 김앤장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2인자' 율촌이었다. 

율촌의 절치부심(切齒腐心)은 과연 2017년 판도를 바꿀 수 있었을까. ☞2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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