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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선택에 달린 세금

  • 2019.05.07(화) 11:23

[조무연 변호사의 세금보는 法]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팀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면 4명의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한다. 엄마의 정보력, 가사도우미의 사랑, 아빠의 무관심,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의 재력이다. 교육세태를 우스개 소리로 풍자하는 이야기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특히 할아버지의 재력은 TV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단골 소재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재력이 손자녀에게 직접 전해질 때에는 세금의 부담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 한 세대를 건너뛴 증여나 상속에 대해서는 할증된 세금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생전에 딸에게 5억원을 증여하는 경우, 5000만원의 증여재산 공제를 하고 남은 4억5000만원에 대하여 8000만원의 증여세를 부담하게 되지만, 외손녀에게 같은 금액을 증여한다면 증여세 산출세액에 30%를 가산하게 된다. 8000만원의 증여세가 1억400만원 가량으로 불어나는 것이다.

이 때 외손녀가 미성년자이거나 증여재산의 규모가 20억원을 초과하면 세금부담은 더 늘어난다. 미성년자의 증여재산 공제액은 2000만원으로 줄고, 세대를 건너 뛴 증여재산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하면 할증율이 40%로 오른다.

세대를 건너 뛴 상속 역시 마찬가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속자인 딸이 상속을 포기해 외손녀에게 직접 상속이 되도록 한 경우에도 30~40%의 할증이 적용된다.

하지만 세대를 건너 뛴 증여나 상속이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다. 위 사례의 경우 할아버지가 딸에게 증여하였다가 그 딸이 다시 같은 금액을 외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각 단계의 증여시기마다 8000만원의 증여세가 발생하므로, 전체 증여세 부담을 비교하자면 외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경우에 세금부담이 5600만원 가량 절감된다.

생전 증여 내용에 따라 전체 상속재산 규모가 달리 계산될 수 있다는 점도 활용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세 과세가액을 계산하면서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가액과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가액재산을 가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6년전쯤 증여했다면, 상속인인 딸에게 증여한 돈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되지만, 상속인이 아닌 외손녀에게 증여한 돈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되지 않아 상속세 누진세율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 누진세율) 적용에서 유리하다.

이런 점에서 할아버지가 외손녀에게 일정한 재산을 적절한 시기에 증여하는 것은 증여세나 상속세를 절감하는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미성년인 손자녀에게 많은 돈을 남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고령화 분위기는 세대를 건너 뛴 증여·상속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실제로 요즘 상가(喪家)에 가보면 상주가 고령인 경우가 아주 많다. 100세에 돌아가신 분의 자녀들은 70세를 훌쩍 넘긴 경우도 있고, 손자녀들도 이미 30~40대로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돌아가신 분은 생전에 나이든 자식보다 예쁜 손자녀들에게 직접 재산을 남기고 싶어하지는 않으셨을까?

재벌이 아니더라도 상속세 부담이 있는 할아버지 댁이라면 자녀들이 다시 증여나 상속을 하는 것과 자신이 직접 손자녀들에게 재산을 남기는 것을 비교하거나 고민해 둘 만 하다. 손자녀를 자주 보게 되는 5월, 할아버지의 선택이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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