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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의 무거움

  • 2019.06.06(목) 10:00

[조무연 변호사의 세금보는 法]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팀

국어사전에서 '명의(名義)'의 뜻을 찾아보면 '어떤 일이나 행동의 주체로서 공식적으로 알리는 개인 또는 기관의 이름', '문서상의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름'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구별을 위해 부르는 이름에 '공식적으로 알림', '권한과 책임'이라는 값을 더한 것이 '명의'라고 여겨진다.
 
우리가 금융기관에 예금을 하는 행위, 주식계좌를 개설하는 행위, 사업자등록을 하는 행위 등에도 단순히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식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더한 명의를 사용하는 행위가 따르게 된다.

권한이 있는 명의를 함부로 사용하면 법적인 책임이 따르게 된다는 것인데, 세법에서도 이러한 명의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첫째는 증여세 부담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를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부동산 외의 권리이전 및 행사에서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명의자로 등기를 한 날에 실제 소유자가 명의자에게 그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다.

명의신탁의 증여세 납세의무에 대해서는 종래 상증세법의 경우 명의자가 우선 증여세 납세의무를 지고 명의신탁자(실제소유자)는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했지만, 2018년 법이 개정되면서 명의신탁자가 증여세 납세의무자가 됐다. 예를 들어, 주식을 타인 명의로 취득한다면 실소유자가 그 주식 가액에 증여세율을 곱한 증여세와 가산세를 부담하게 된다.

둘째,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에 따른 차등과세 부담이다. 금융실명법 제5조는 '비실명자산소득에 대한 차등과세'를 표제로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의 원천징수세율을 '100분의 90'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비실명'의 뜻이 허명(虛名), 가명(假名)만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차명(借名)까지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해 견해가 대립되고 있어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과세관청은 차명재산도 비실명자산에 해당된다는 입장에서 차명재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해서도 90%의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소득세의 10% 정도인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한다면, 차명주식이나 예금에서 나오는 소득은 대부분 국가의 징수 대상이 된다. 이때 과세관청이 납부를 명하는 상대방은 금융기관이므로, 은행이나 증권사는 영문도 모르고 피해를 입게 되는 실정이기도 하다.

셋째로 명의위장에 따른 부가가치세 부담이다. 세금계산서상의 공급자와 실제 공급자가 다른 경우에는 공급받는 자가 세금계산서의 명의위장 사실을 알지 못했고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없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세금계산서에 의한 매입세액은 공제 내지 환급받을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자신에게 물건을 판 거래처의 명의를 잘 살피지 않았다면(자신에게 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물건을 산 사람(사업자)도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명의위장을 조세포탈죄로 보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물론, 명의를 위장해 소득을 얻더라도 그것이 조세포탈과 관련이 없는 행위일 때는 명의위장 사실만으로 조세포탈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지만, 명의위장이 조세회피 목적에서 비롯되고 여기에 적극적인 행위가 수반되는 경우에는 조세포탈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앞서 본 것처럼 명의를 위장해 세금계산서를 주고 받는 경우에도 그 명의로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지 않은 것이 되어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죄가 된다.

이처럼 경제활동을 하면서 타인의 명의를 함부로 사용하면 다양한 세법상의 책임이 따른다. 대부분의 차명이나 명의위장 거래는 거래자와 명의자가 사전 합의를 한 이른바 합의차명이다.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지 못할 이유도 있고, 명의를 빌려줄 사정도 있겠지만, 부모님이 주신 이름이라면 본인만 사용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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