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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감면의 끝]① '감세 대란'이 온다

  • 2014.03.14(금) 08:35

올해 말 9조원 감세규정 종료…연장·폐지 갈림길
신용카드·고용창출 공제 재검토…기득권 반발 거셀 듯

세금은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원동력이지만, 사회·경제적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인다. 정부는 부자들의 세금을 더 걷어 소득을 재분배하고, 기업의 투자와 소비 활성화를 위해 세금을 깎아주기도 한다.

 

아무리 정책이 중요하더라도 세금에 대한 예외 규정이 많으면 조세형평성이 흔들리는 모순을 낳는다. 그래서 정부는 대부분의 세금감면 제도에 시한을 정해두고, 국회가 존속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

 

올해는 전체 세금감면 규모의 1/4이 연말로 종료되는 '감세대란(減稅大亂)'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세수 부족과 공약 실천을 위해 감면 규모를 대폭 줄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기존에 혜택을 받던 납세자들과의 논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논란이 예상되는 세금감면 항목과 연장 또는 폐지될 제도들을 미리 짚어본다. [편집자]

 

 

정부가 한해 깎아주는 국세는 33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총국세가 202조원이니까 예외 규정만 없애도 세금의 16%를 채울 수 있는 셈이다. 경기 불황으로 세수 부족을 겪고 있는 정부로서도 감면 제도의 정비는 꽤 매력적인 카드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 실천해야 할 공약 재원은 135조원에 달한다. 어떻게든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새로운 곳에 과세하거나 세율을 올리면 조세 저항이 극심하기 때문에 꺼려진다. 세금 감면을 정비하는 일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을 거둔다는 의미여서 '부자 감세'에 지친 국민들을 설득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2017년까지 원점으로 되돌릴 감면 규모는 18조원인데, 이미 지난해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등 세법 개정으로 10조원을 확보했다. 나머지 8조원은 올해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감면 제도들을 정비해서 재원을 마련한다. 연간 3조원 정도의 감면 항목만 줄여도 임기 내에 정비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 못 먹어도 고(?)

 

깎아주는 세금을 정비하는 일은 매년 기획재정부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지만, 시원하게 마무리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세금 감면의 달콤한 맛을 본 기득권들이 혜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여론을 형성하고 입법기관을 상대로 로비하는 경우가 잦았다. 입법권을 쥔 국회에서도 표심을 의식해 '스톱(Stop)'보다는 '고(Go)'를 남발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시한이 끝난 세금 감면 항목 194개 중 예정대로 없앤 제도는 39개로 20%를 차지했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18조원 중 6000억원만 감면을 종료하면서 3%에 그쳤다. 그나마도 감면 실적이 적은 항목 위주로 없애고, 덩어리가 큰 감면 항목들은 대부분 연장해줬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감면 항목을 대폭 정비하며 세수 확보의 신호탄을 쐈다. 기재부는 연말에 종료 예정이던 감면 규정 44개(1조7000억원) 가운데 17개를 폐지하고, 17개는 축소했다. 연간 감면 금액 기준으로는 8000억원으로 절반에 가까웠고, 이전 3년간의 정비 규모도 뛰어 넘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정비된 항목은 30개(폐지 16개, 축소 14개)였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한층 나아진 모습이었다. 연말정산의 인적공제와 의료비·보험료 등 특별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3년간 3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10조원의 재원도 추가로 마련했다. 

 

◇ 신용카드 공제 없앨까

 

올해 말 존폐 여부의 갈림길에 있는 세금감면 항목은 52개, 연간 금액으로는 9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5배 넘게 늘어난 수치인데, 원칙에 따라 모두 종료하면 향후 3년간 27조원의 세수를 끌어당길 수 있다.

 

직장인의 연말정산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연말 국회의 재검증을 받아야 할 대표적인 제도로 꼽힌다. 정부는 이미 자영업자의 세원 노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예정대로 종료해 세수를 확보하자는 입장이지만, 국회에서는 갑작스레 직장인의 소득세 부담을 늘리는 점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지난해 기재부는 신용카드 공제율을 15%에서 10%로 줄이는 세법 개정안을 냈다가 국회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중산·서민층의 세부담 증가를 우려한 조치였지만, 소득이 높을수록 감면 혜택이 많아진다는 맹점이 있어 정부가 다시 한번 '폐지'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신용카드 공제만 삭제해도 연간 1조3765억원(2013년 기준), 3년간 4조원의 세수를 확충할 수 있다.

 

연말 종료하는 제도 중 가장 규모가 큰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2013년 1조8460억원)도 주목을 끌고 있다.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것을 전제로 투자금액의 일부를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제도인데, 정부가 없애고 싶어도 기업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수십년째 연장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세액공제를 연장하는 대신 대기업의 공제율을 줄이고, 중소기업은 세금 혜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운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는 톤세 제도 역시 올해 말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04년부터 해운기업의 선박톤수와 운항일수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과세하는 이 제도는 2009년에도 5년간 연장했다. 기재부는 종료 방침을 세워놨지만,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해운업계는 연장을 요구하고 있어 연말 국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 연장·폐지 1순위는

 

중소기업이나 농어민 등 취약 계층에게 깎아주는 세금은 올해 끝내지 않고 2~3년간 더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연간 1조3000억원의 세금을 덜 받는 특별세액감면이나, 농·축산·임·어업용 기자재를 구입할 때 부가가치세(연간 1조4000억원)를 받지 않는 영세율 규정은 올해 종료하지 않고 시한을 늘릴 전망이다.

 

만약 이들에게 깎아주던 세금을 원점으로 되돌린다면 형평성과 소득 재분배 논란이 발생하고, 강력한 조세 저항도 벌어지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세법개정에서 대기업과 직장인의 세부담을 늘리는 대신 중소기업과 농어민에 세금은 줄여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감면이 이뤄지지 않는 유명무실 항목들은 폐지 1순위로 꼽힌다. 그동안 아무도 찾지 않은 창업자 출자 과세특례와 축사용지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 대표적이다.

 

김종옥 기재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원칙적으로 연말에 일몰이 도래하면 깎아주던 세금 제도를 끝내고 재검토한다"며 "국회의 심사가 필요하지만, 감면실적이 아예 없는 것은 정비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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