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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떤 건물을 팔까요"…세무사에게 부동산 고민을 털어놓는 이유

  • 2026.07.31(금) 08:08

안원용 세무법인 다솔 부대표세무사(변호사)

안원용 세무법인 다솔 부대표세무사(변호사)가 택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이대덕 기자]

청담동과 신사동, 논현동에 각각 수백억원대 건물을 보유한 자산가가 세무사를 찾아와 물었다.

"건물 세 채 중에 어떤 건물을 팔아야 할까요."

언뜻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 물어야 할 질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산가가 궁금한 것은 어느 건물의 가격이 더 오를지가 아니었다. 앞으로 세금을 낼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건물을 판 돈은 어디에 투자할지, 자녀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재산을 넘길지를 한꺼번에 따져봐야 했다.

안원용 세무법인 다솔 부대표는 "부동산을 파는 결정은 매각가격만 보고 내릴 수 없다"며 "매각 후 확보한 자금을 누가,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무사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고서를 작성하고 세금을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인과 자산가가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 여러 이해관계를 살펴 해법을 제시하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무사와 변호사 자격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그는 지난 7월 세무법인 다솔의 부대표를 맡았다. 세무법인 매출 선두를 유지해 온 다솔은 부동산 양도소득세 전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상속과 법인컨설팅, 세무조사를 핵심 업무로 키워나가고 있다.   

안 부대표에게 세금 신고와 계산을 넘어 기업인과 자산가의 판단을 돕는 세무사의 역할, 고객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으로 다솔을 이끌기 위한 구상을 들어봤다.

안 부대표는 "세무사가 한 회사의 기장을 오랜기간 하다보면 회사의 성장과정과 주변인들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면서 "가업승계 과정에서도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할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자산가가 세무사를 찾아와 세금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보유한 건물 가운데 어느 것을 팔아야 하는지까지 묻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자산가들이 이런 결정까지 세무사와 상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로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건물을 여러 채 갖고 있어도 세금을 내거나 자녀가 투자할 기반을 마련하려면 결국 현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건물 한 채를 팔아 현금을 만들면 그 돈을 자녀가 세운 회사에 빌려줄 수 있다. 자녀의 회사가 그 돈으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부모가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건물을 그대로 자녀에게 넘기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자녀가 세운 회사에서 새로 투자를 시작하면 이후 자산가치가 오른 만큼의 이익이 자녀 쪽에 쌓이게 된다.

이런 계획을 시작하려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한다. 부동산은 수백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보유한 건물 가운데 하나를 팔아야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여러 건물 가운데 무엇을 매각할지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실제 상담에서는 건물의 가격 외에 어떤 요소를 함께 살펴보나.
 현재 건물 가격만 보지는 않는다. 임대료가 얼마나 나오는지, 건물 가격에 비해 임대수익이 낮지는 않은지, 주변 상권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본다. 최근 비슷한 건물이 얼마에 거래됐는지도 확인한다.

건물을 팔아 확보한 돈을 고객이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은 건물을 팔고 나서도 다시 다른 건물을 사는 경우가 많다.

세금을 낼 돈이나 자녀에게 넘겨줄 자금을 마련하려고 건물을 팔았는데, 그 돈을 다시 부동산에 모두 넣으면 처음 세웠던 계획을 실행하기 어렵다.

반대로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관심이 없고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무조건 건물을 팔라고 할 수도 없다. 건물을 계속 보유하다가 정말 돈이 필요한 시점에 시세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내놓고 빠르게 파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결국 상담자가 어떤 투자에 익숙한지, 건물을 판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 자녀가 그 재산을 관리할 준비가 돼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기업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세무사가 한 회사의 장부를 오래 관리하다 보면 숫자뿐 아니라 회사 안의 사람과 관계도 보일 것 같다. 
 한 회사의 기장을 10년, 20년 맡다 보면 대표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전무와 이사 같은 주요 임원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대표의 자녀가 회사에 들어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알게 된다. 회사가 어떻게 성장했고 누가 회사에 기여했는지, 대표와 임원들이 무엇에 민감한지도 자연스럽게 파악한다.

대표에게 직접 말하지 못한 임원의 생각이나 부모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자녀의 입장이 있을 수도 있다. 세무사는 회사와 가족의 역사를 함께 지켜본 중간자에 가깝다.

그래서 가업을 넘기거나 회사 지분을 나눌 때도 숫자만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자의 입장을 파악하고, 당사자들이 거부감을 덜 느끼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가업승계는 세금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의 관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실제 상담 과정에서 겪은 갈등 사례가 있었나.
 아들이 회사에 들어와 영업을 잘해 매출을 크게 늘렸다. 그런데 아버지는 다른 직원보다 아들에게 더 엄격했다.

다른 임직원에게는 성과급을 주면서 아들에게는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 업무를 위해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까지 지나치게 통제했다.

결국 아들은 회사를 나와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아들이 세운 회사가 잘되면서 아버지 회사의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아버지에게 아들을 단순히 가족으로 볼 것이 아니라 회사의 핵심 인재로 대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버지도 아들의 기여를 인정하고 보상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회사를 물려주는 일은 세율이나 세금 공제만 따져서 해결할 수 없다. 회사를 이어갈 사람이 계속 일하고 싶도록 적절한 급여와 성과급을 주고, 언제 얼마만큼의 지분을 넘길지도 함께 계획해야 한다.

안 부대표는 "상속 분쟁은 처음부터 가장 강한 수단을 쓰는 것보다 협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가족 간 갈등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상담한 사례에서는 아버지 계좌에서 약 10억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한 동생이 큰형을 고소했다. 하지만 그 돈을 큰형이 가져갔다는 증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계좌에서 자신이 모르는 돈이 빠져나갔으니 장남에게 갔을 것이라고 추측한 상태에서 먼저 고소한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일의 순서가 잘못됐다고 본다. 고소장이 접수되면 큰형 입장에서는 자신을 범죄자로 몰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수사 결과 증거가 부족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동생이 자신의 의심이 잘못됐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경찰이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고 생각해 싸움이 더 길어질 수 있다.

큰형이 자신을 근거 없이 고소한 동생에게 다시 법적으로 대응하면, 처음에는 상속재산을 나누는 문제였던 갈등이 형제끼리 서로 고소하는 싸움으로 번진다. 그렇게 되면 대화와 협상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먼저 가족들이 한자리에 앉아 확인된 사실을 공유하고, 각자가 알고 있는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협의로 확인하기 어렵다면 상속재산을 나누는 법적 절차를 통해 계좌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특정 형제에게 돈이 넘어간 증거가 확인된 뒤 고소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

상속 분쟁은 처음부터 가장 강한 수단을 쓰는 것보다 협의하고, 자료를 확인한 뒤, 필요한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는 순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소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남은 재산을 정리하고 가족 간 문제를 실제로 끝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상속 과정에서 자녀들 간의 다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모가 생전에 유언장을 작성해두면 자녀들이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유언장을 써두었다고 해서 모두 법적인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상담하러 오는 분들 가운데 약 10%는 유언장이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무효가 된다.

아버지가 직접 재산을 누구에게 줄지 적었더라도 주소나 날짜를 빠뜨리거나 도장을 찍지 않으면 유언장이 인정되지 않는다. 아버지의 뜻은 분명하지만 법에서 정한 작성 방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큰아들에게 재산을 모두 주겠다고 적어놨더라도 유언장이 무효가 되면 상속인들이 다시 재산을 나눠야 한다. 큰아들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재산을 주겠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그 뜻이 사라지는 셈이라 형제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유언장이 무효라고 해서 곧바로 똑같이 나누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큰아들이 "아버지는 내게 모두 주려고 했지만 나도 전부 받을 생각은 없다. 다른 형제들과 나누되 아버지가 내게 더 주려고 했던 뜻도 일부 인정해 달라"고 제안할 수 있다.

유언장의 효력이 없다는 사실만 알려주는 데서 전문가의 역할이 끝나서는 안 된다. 아버지가 왜 그런 뜻을 남겼는지, 각 상속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살핀 뒤 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안 부대표는 "보다 효과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한 사람의 판단에만 의존하기보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가업승계부터 상속 분쟁, 유언장까지 세금과 법률만으로 답을 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아 보인다. 가족과 회사 안의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고객의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 
 기업인과 자산가가 마주하는 문제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방법이 반드시 가장 좋은 방법도 아니다.

부동산을 계속 보유할지, 팔아서 현금을 만들지, 자녀 가운데 누가 회사를 맡을지, 다른 자녀에게는 어떤 재산을 줄지가 모두 이어져 있다.

세금은 줄였지만 그 결과 가족이 싸우거나 회사가 흔들린다면 성공한 계획이라고 할 수 없다.

각 방법을 선택했을 때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이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없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여러 선택지 가운데 고객이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형 세무법인의 부대표를 맡으면서 시기가 빠르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금 역할을 맡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분야를 중점을 둘 계획인가. 
 빠르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2년 뒤에 맡더라도 그때는 또 빠르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준비가 완전히 끝난 부대표는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일찍 역할을 맡고 의사결정을 경험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지금 여러 판단을 해봐야 2년 뒤에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솔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다솔은 앞으로 상속과 법인컨설팅, 세무조사 분야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들 업무는 여러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함께 필요한 분야다.

 한 명의 전문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특히 상속과 법인컨설팅, 세무조사는 세법뿐 아니라 민법과 상법, 기업의 회계자료와 가족관계까지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다.

세무업무에는 법 조문만으로 명확하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회색지대도 많다. 한 사람의 판단에만 의존하기보다 분야별 전문가가 법리와 사실관계를 함께 검토해야 결과를 바꿀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솔 내부의 전문가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한 경우 외부 세무사나 법무법인과도 협업할 생각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세법과 판례를 찾고 보고서나 의견서의 초안까지 작성한다. 세금 신고와 자료 검토처럼 과거에는 세무사의 전문영역으로 여겨졌던 업무도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AI 시대에 세무사가 갖춰야 할 경쟁력은 무엇인가.
 오히려 세무사 개인의 실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AI가 내놓은 답이 맞는지, 빠진 내용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질문한 사람이 해당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면 AI의 답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

요즘에는 고객이 상담 전에 AI로 세금 문제를 찾아보고 온다. 세무사가 AI의 답이 틀렸다고 설명해도 세무사보다 AI를 더 믿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세무사가 예전보다 더 많은 근거를 보여주고, 왜 AI의 답이 잘못됐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내놓은 답보다 더 깊이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정보를 고객의 실제 상황에 맞는 판단으로 바꾸는 능력도 필요하다.

계산과 검색은 AI가 빠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을 팔지, 회사를 누구에게 맡길지, 분쟁을 계속할지 합의할지는 계산 결과만으로 정할 수 없다.

안원용 세무법인 다솔 부대표세무사(변호사). [사진: 이대덕 기자]

☞안원용 변호사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세무사 시험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국내 최대 세무법인 다솔의 상무이사로 양도, 상속, 증여 및 법인컨설팅을 전문으로 활동하다, 지난 2022년 법률사무소 다솔을 창립했다. 현재는 법률사무소 다솔의 대표변호사이자, 세무법인 다솔의 부대표세무사로 법률 문제와 세무컨설팅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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