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이모 사기당했다고 신고하러 가?"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인천공항 입국장. 바닥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 세관 신고할 물건이 있으면 붉은 화살표, 없으면 초록 화살표를 따라가야 했다.
동생이 '신고 있음'이라고 쓰인 붉은 선 위로 발을 내딛자, 소영이가 내 소매를 붙들며 해맑게 사기 신고하러 가냐고 물었던 것이다.
아이 눈에는 그 길이 세관 신고가 아니라, 누군가를 신고하러 가는 길처럼 보였다.
사건의 발단은 동생의 쇼핑이었다. 몇 달을 벼르다 면세점에서 샀다는 명품가방. 스마트폰 하나 넣으면 꽉 찰 것 같은 그 작은 가방을 보며, 나와 소영이는 입을 모아 공세를 퍼부었다.
"그 돈이면 킹크랩이 몇 마리야?"
"가방이 아니라 그냥 지갑 아니야?"
실용주의자인 나와 소영이에게 그 소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그 가방은 이미 '돈 낭비'라는 칸에 분류되어 조용히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소영이는 여전히 가방의 비싼 가격이 기억에 남은 듯했다. 소영이는 바닥에 적힌 '신고 있음'이라는 글자를 보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모가 작은 가방을 너무 비싸게 샀잖아. 터무니 없는 가격에 물건을 판 사람을 신고해야지"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갑자기 마음이 찔렸다. 내가 동생에게 한 농담이 소영이에게는 누군가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처럼 들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영이를 불러 설명했다.
"아니야, 소영아. 이건 물건값이 비싸서 신고하는 게 아니라, 나라에 세금을 내러 가는 거야. 국내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과 공평하게 맞추는 거지"
하지만 소영이는 여전히 붉은 화살표와 이모의 작은 가방만 바라봤다. 세금보다 가성비의 불공평함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는 아이의 세계를 끌어와 다시 설명했다.
"소영아, 네가 아끼는 포토카드 한 장에 몇 만원 하는 거, 엄마는 솔직히 이해 못 해. 돈 아깝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 하지만 소영이에겐 그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잖아"
소영이가 눈을 크게 뜨고 즉각 반격했다.
"엄마! 포토카드랑 가방은 다르지. 내 카드는 1000원짜리도 있고 앨범 사면 그냥 주는 것도 있어. 가격으로 치면 내가 훨씬 가성비 좋게 행복한 거야"
소영이는 어느새 자신만의 경제 논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 순간, 어릴 적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세탁소 비닐로 감싼 과일바구니를 들고 친척 집에 가던 아버지가 그때는 그렇게 부끄러웠다. 나는 과일가게에서 예쁘게 포장된 과일을 샀으면 했지만, 아버지는 내 마음을 모른 채 당당하게 걸으셨다.
먹고 살기 팍팍했던 시절의 아버지에게는 포장값이 낭비였고, 알맹이인 과일만이 본질이었던 것이다.
지금 소영이는 포토카드를 가성비로 방어하고 있고, 동생은 비싸고 작은 가방에 취향을 담았다. 그리고 나는 그들 사이에서 효율만을 따지고 있었다. 같은 돈이, 같은 물건이 사람마다 전혀 다른 얼굴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나는 소영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소영아, 같은 물건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져. 누군가는 명품 가방에서 아름다움을 보고, 누군가는 포토카드 한 장에서 행복을 찾지. 정답은 없어. 다만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자신의 가치를 선택하는 것뿐이야"
소영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엄마는… 포토카드도 신고해야겠네?"
나는 다시 웃고 말았다.
공항의 붉은 화살표는 그날 나에게 세금보다 먼저, 내 안의 편견을 신고하게 했다. 나는 그 편견에 대한 세금을 톡톡히 내고 입국장을 나섰다.
[어린이도 이해하는 경제와 세금 이야기]
◎ 세관 신고가 뭐예요?
해외에서 산 물건을 한국으로 가져올 때 일정 금액이 넘으면 공항 세관에 알려야 해요. 이것을 세관 신고라고 해요. 신고를 하면 정해진 세금을 내게 돼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과 공평하게 맞추기 위해서예요.
◎ 면세 한도는?
해외에서 산 물건 가운데 일정 금액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기준을 말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여행자가 사 온 물건이 800달러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돼요. 이 금액을 넘으면 세관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해요. 그래서 공항 입국장에서 '신고 있음'이라고 쓰인 붉은 화살표로 가는 거예요.
◎ 가성비는?
가성비는 가격에 비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를 뜻해요. 돈을 많이 쓰지 않았는데도 만족이 크면 사람들은 "가성비가 좋다"고 말해요.
◎ 경제적 효용이란?
경제에서 효용은 어떤 물건을 쓰거나 가질 때 느끼는 만족이나 행복을 말해요. 같은 물건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은 달라요. 어떤 사람은 명품 가방에서, 어떤 사람은 포토카드 한 장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도 해요.
◎ 취향 소비는 무엇?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물건은 가격보다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사기도 해요. 이것을 취향 소비라고 해요. 그래서 같은 물건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되기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