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이란 집안에서 대를 이어 운영하는 특정 직업이나 사업을 말한다. 창업주는 창업 정신을 계승하며 장수기업을 만들고자 자녀가 가업을 이어가길 바라지만, 자녀가 막대한 세금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은 가업승계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런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가 바로 '가업상속공제'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약 300억원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최근 가업상속공제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8377억원' 상속세 면제받는 기업 2세들
가업승계의 가업은 상속세법 제18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소기업과 영업연도 매출 평균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피상속인(상속을 해준 사람)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기업을 말한다.
사업을 계속 이어 온 기간에 따라 300억원에서 600억원까지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고, 추가 공제 금액을 빼고 남은 자산의 규모에 따라 상속세가 정해진다.
2023년 기준 가업상속 공제액은 8377억원이었다. 상속세(10~50%) 일부를 면제받고 '과세'한 기준으로 보면 공제액은 7983억원으로, 전년(3279억원)과 비교해 약 2.5배 늘었다. 이 공제액은 2020년 4011억원에서 2021년 3265억원으로 줄어든 이후, 매년 증가세가 뚜렷하다.
'과세 미달(공제 뒤 더 이상 낼 세금이 없는 것을 의미·최종세액 0원)' 기준인 가업상속 공제액은 394억원(26건)이었다. 공제액과 공제 건수 모두 1년 전(150억원, 17건)보다 늘었다.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이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준 뒤 상속세 일부(또는 전액)를 면제받는 금액이 연간 800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급증하는 가업상속 공제액, 왜?
가업상속 공제액이 급증한 부분과 연관된 키워드는 '세법 손질'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동안 가업상속공제 확대와 관련한 많은 세법 개정이 이뤄졌고, 이런 부분이 쌓이면서 제도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기간을 종전 10년에서 7년으로 줄였고, 업종·자산·고용 유지 요건의 문턱도 낮췄다. 이렇게 사후관리 부담을 줄인 영향인지, 그해 가업상속 공제액은 4210억원으로 전년(2019년·2363억원) 대비 1800억원 넘게 늘었다.
역대 최대인 공제액을 기록했던 2023년엔 최대 공제 한도가 600억원(종전 500억원)으로 올랐고, 사후관리기간은 5년으로 또 줄었다.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이 공제 대상에 들어간 것도 이때부터다.
현재 국세청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상속공제(또는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인지 검증하는 '가업승계 세무컨설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세정서비스가 가업승계를 고민하는 기업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분석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컨설팅을 받은 기업은 189개로, 이들 기업에게는 가업승계 단계에서 놓치기 쉬운 항목에 대한 요건 진단과 자문이 이뤄졌다. 2024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는 190개 기업이 컨설팅 대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컨설팅 제도는 2022년부터 시행 중이며, 공제제도를 몰라서 못 받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서울·경기에 상속공제 혜택 몰렸다
납세지별로 가업상속공제 현황(과세·과세미달 공제 합계)을 보면 서울의 공제액이 428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경기(1379억원)였다. 인천(651억원)까지 범위를 넓히면, 전체 공제액에서 수도권이 차지한 비중은 75%에 달한다.
그렇다고 모두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라고도 볼 순 없다. 상속세는 세금 부담을 지는 상속인이 어디에 거주하든 관계없이, 피상속인의 마지막 주소지 내 세무서에서 과세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도 "통계상 납세지는 기업의 위치가 아닐 수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 공제 건수가 많은 데는 인구와 비례한다"고 했다.
한편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영농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에 적용받을 수 있는 '영농상속공제'의 활용도 높아지고 있다. 공제액은 4017억원으로, 1년 전(2777억원)보다 1240억원 늘었다. 납세지별로는 경기(1627억원), 충남(389억원), 제주(375억원), 경남(317억원) 순으로 공제액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