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의 장래희망이 '건물주'라는 말은 이미 수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별다른 노동 없이 임대수입으로 풍족하게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물주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어린이에게 최고의 탈출구로 여겨질 것이다.
불로소득의 대명사 '건물주'는 매일 출근하기 싫은 직장인에게도 로또 같은 꿈이겠지만, 과연 건물주는 속 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편안해 보일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스트레스 받는 것이 건물주일지 모른다. 건물을 유지·관리하며 세금과 그 외 각종 법적인 문제까지 신경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건물 하나에만 보유 단계부터 처분(양도, 상속·증여)까지 적용되는 세금이 다양하다. 그만큼 어떤 절세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임대인으로의 성공이 좌우된다.
국세공무원 시절 '재산세제' 분야에서 오래 근무했던 배세영 세무사(세무법인 대륙아주)는 사업자등록 과정에서 '개인'과 '법인'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절세전략이 달라진다고 조언한다.
배 세무사는 최근 택스워치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소득원천이 주로 임대 수입이고 건물의 관리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면 개인사업자가 유리하다"며 "임대소득 외에 소득이 있고, 건물을 확장하려고 한다면 세금 절세 측면에서 법인이 낫다"고 말했다.
건물의 가치가 100억원을 넘지 않는 외형 규모가 작은 건물이라면 대개는 개인사업자를 선택한다. 이때 많은 소득세 부담은 건물주의 고민인데, 배 세무사는 배우자 명의로 건물의 지분을 분산하는 것을 추천했다.
배 세무사는 "다른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적은 배우자 명의로 건물 지분을 분할 취득하면 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다"며 "절세를 위해서는 항상 분산을 해야 한다. 증여할 때도 여러 사람에게 해야 세액이 분산되고, 소득도 분산해야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건물주를 한 번쯤 꿈꾸었을 것이다. 건물주가 되면 정말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건물주라고 임대수입으로만 편하게 놀면서 지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자등록부터 장부기장, 사업용 계좌 개설 등 할 일이 많다.
건물주가 계속·반복적으로 월세를 받고 있다면 사업자로 본다. 사업자 기준은 계속·반복적으로 용역을 공급하는 것인데, 과세관청이 나를 사업자로 보기 시작했다면 사업자등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법인사업자는 법인설립 등기라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며, 개인사업자는 별도의 등기 절차 없이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한 후 사업을 할 수 있다.
사업자이기 때문에 장부기장을 해야 한다. 소득 금액을 계산할 수 있도록 증명서류를 갖춰놓고 그 사업에 관한 모든 거래 사실이 객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도록 복식부기에 의해 장부를 기록·관리해야 한다.
다만 신규 개업자와 국세청에서 정한 일정 규모 미만 사업자는 간편장부를 기장해 계산한 '간편장부 소득금액 계산서'를 첨부해서 소득세 신고를 할 수 있다.
사업용 계좌도 개설해야 한다. 인건비를 지급한다거나 월세 수입 등 사업과 관련한 거래에 대해 사업용 계좌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거래 사실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용 미개설에 따른 가산세가 있다. 더 나아가 과세표준과 세액의 경정 사유에 해당해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중 무엇이 나을까?
창업절차와 설립비용으로 보면 개인기업은 설립 절차가 비교적 쉽고 비용이 적게 들어, 사업 규모나 자본이 적은 사업을 하기에 적합하다.
반면 법인기업은 법원에 설립등기를 하는 등의 절차가 다소 까다롭고 자본금과 등록면허세·채권매입비용 등의 설립비용이 필요하다.
세법상 차이도 분명하다. 개인기업은 6~45%의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고, 법인기업은 각 사업연도 소득에 대한 9~24%의 세율 체계를 갖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세법개정안에 따라, 부동산 임대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법인에 대한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이 조정된다. 기존의 '2억원 이하'와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구간을 '200억원 이하' 구간으로 통합하고, 해당 구간에 19%의 세율을 적용하게 된다.
세율 측면에서는 법인이 유리하긴 하지만, 소규모 임대라면 세금 부담이 다소 증가한다.
과세 체계도 따져봐야 한다. 개인기업의 소득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를 과세한다. 사업주 본인에 대한 급여는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별도로 양도소득세가 과세 되는 사업용 고정자산이나 유가증권 처분이익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로 과세하지 않는다.
법인기업의 소득에 대해선 법인세를 과세하며, 법인의 대표이사는 법인과는 별개의 고용인이므로 대표이사에 대한 급여는 법인의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고정자산이나 유가증권 처분이익에 대해 법인세가 매겨진다.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다르기 때문에 한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령 건물 월세 수입으로 생활하고 대규모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면 개인이 유리하다.
계속 자산을 보유해 늘려가고 싶다면, 법인이 더 낫다. 법인은 개인보다 세율이 낮아, 돈을 유보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주가 세금을 아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가를 임대하는 사업자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소득세 부담이 훨씬 무겁다.
보통 개인사업자를 기준으로 하면,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건 소득이 없는 배우자 등과 공동명의로 취득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가를 아내 명의로 이전하게 되면 증여세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 부부 사이에는 6억원까지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임대용 상가를 취득할 경우에는 증여세를 감안, 일정 범위 내에서 다른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적은 배우자 명의로 분할해서 취득하면 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기존에 임대용 상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다른 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증여세 문제 등을 따져본 뒤 부부간에 재산을 분할해 놓아야 소득세를 절약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건물을 갖고 있을 사람이라면, 건물 가치가 오르기 전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산을 분할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것이 그만큼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재산분할 기간에 비례해서 세금이 계산되기 때문이다.
소득세는 인별로 과세하는 것이 원칙인데, 여러 명이 출자해서 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그 사업장에서 발생한 소득금액을 각자의 손익분배(분배비율이 없는 경우 출자지분) 비율대로 나눠서 각자의 소득금액에 대해 소득세를 내면 된다.
공동사업과 단독사업에 따라 소득세가 차이가 난다. 현행 소득세율은 누진세율 구조라 소득금액이 많을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소득금액이 분산되면 될수록 세금은 적어진다. 동업하면 소득세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기장을 했으면 그에 대한 증빙서류를 반드시 비치해야 한다. 실제 지출된 비용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더 많은 세금을 낼 수도 있다. 각종 의무규정을 준수해서 가산세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하고, 만약 세금 부담이 너무 무거우면 법인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
-사업자등록을 할 때부터 전략을 잘 짜야할 것 같은데
그렇다. 사실 세금을 절약하고 싶으면 사전에 전문가와 상담이 중요하다. 대부분 일이 터지고 난 이후나 고지서를 받고 난 후에 상담하러 온다.
미리 상담했다면 절세 방법을 알려줄 수 있었겠지만, 모든 행위가 끝난 뒤라 방법을 찾기가 어려워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양도한다고 치자. 사전에 상담이 이뤄졌다면 언제 양도하는 것이 좋은지, 감면이나 비과세 방법은 없는지, 증빙서류는 어떠한 것을 챙겨야 하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서 최선의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고지서를 받고 상담을 한 경우에는 어찌할 방법이 없어 나온 세금은 그대로 낼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도세 등을 절세하기 위해 실거래가로 신고하는 부동산은 증빙서류를 철저히 챙겨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상가건물을 상속·증여했을 때 세금 이슈는
상속·증여 재산에 대한 평가 원칙은 시가다. 재산을 물려받을 때, 그 재산의 평가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납세자가 부담할 세액이 결정된다. 따라서 재산을 어떻게 얼마의 가치로 평가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세법에서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뤄진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말한다. 실제 매매가액 외에도 감정이나 수용, 공매, 경매 가액도 시가로 인정될 수 있다.
주의할 부분은 특수관계인과 너무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면 거래행위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부당행위계산에 해당될 때는 시가와의 차액을 소득금액에 가산한다.
이때 시가는 당해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가액을 말한다.
-최근 꼬마빌딩 증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데, 실제 그런가?
국세청이 2020년부터 꼬마빌딩 감정평가 사업을 시행한 이후, 꼬마빌딩을 증여할 때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과세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과거 공시가격 기준으로 신고할 때와 비교하면 증여세 부담이 크다.
사실 꼬마빌딩을 증여받더라도, 자녀들이 증여세를 낼 돈이 없을 수 있다. 이때는 건물에서 소득원천이 생기면 갚을 수 있도록 '부담부증여'를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부담부증여는 수증자가 증여자의 일정 채무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한 증여계약을 말하는데, 채무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증여자가 수증자에게 자산을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한 것으로 보고 양도세가 과세된다.
결과적으로 채무액을 차감한 뒤 증여세 과세가액이 계산돼 채무액만큼 증여세를 줄이는 효과가 생긴다.
주의할 것은 국세청은 부담부증여 시 수증자가 인수한 채무에 대해 전산에 입력하고 사후관리를 하고 있으며, 입력된 사후관리대상 부채를 매년 1회 이상 검증을 하고 있다.
부채를 사후관리하는 이유는 수증자의 상환자금 출처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미성년자의 부채상환자금에 대해서는 자금출처를 보다 정밀하게 확인해 증여세 탈루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꼬마빌딩 절세를 위해선 두 가지 이유에서 항상 분산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증여세는 유산취득세 형태로, 증여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이에 증여할 때도 세액을 분산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개인사업자라면 꼬마빌딩은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내야 한다. 소득세는 누진세로, 한 사람에게만 가면 과부화다. 소득이 분산이 된다고 하면 소득세도 절감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 꼬마빌딩 절세 사례를 소개한다면?
예를 들어 본인이 근로·사업소득으로 매년 1억5000만원의 소득금액이 발생하고, 30억원의 꼬마빌딩을 단독 명의로 취득했다고 해보자. 5년 뒤에는 배우자에게 건물 지분 50%를 증여, 추가로 10년간 건물을 보유하다가 건물을 양도하는 한다고 치자.
이 경우 최종적으로 10년간 약 5억5000만원의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절반을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에는 취득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동명의로 취득하는 것이 유리하다.
-세금 이외에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나?
세금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자금 조달이나 이익의 분배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개인기업은 창업자 한 사람의 자본과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기업으로, 자본조달에 한계가 있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사업자금이나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사용하는 데는 제약을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업자금을 사업주 개인의 부동산 투자에 사용하든, 자산의 사업에 재투자하든, 영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생활비로 쓰든 전혀 간섭을 받지 않는다.
법인기업은 주주를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대자본 형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인은 주주와 별개로 독자적인 경제주체여서, 일단 자본금으로 들어간 돈과 기업경영에서 발생한 이익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만 인출할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 배당결의를 한 후 배당이라는 절차를 통해서만 인출이 가능하다. 주주가 법인의 돈을 가져다 쓰려면 적정한 이자를 낸 후 빌려 가야 한다.
☞배세영 세무사는?
국립세무대학 8기 출신으로 공직 시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팀장, 반포재산세2과장, 용산소득세과장, 분당조사과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방청 조사국에서 12년간 근무하며 세법에 대한 높은 전문성과 깊은 이해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청 조사2국 근무 당시 '장외주식거래에 대한 숨은 세원 발굴'을 제안해 중앙우수제안 금상(훈격: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올해 세무법인 대륙아주 반포지점을 래미안원베일리 상가에 개설해 대표세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