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무총리실은 일반직공무원(5급) 전입 희망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산하기관인 조세심판원 내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것으로, 여러 부처의 공무원 30여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서류전형과 면접시험 등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올해 1월 최종 선발된 공무원은 단 1명. 그는 1990년대생으로 교육부 사무관(행정고시 출신)이었다. 장관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등 조직 내에서 평판도 좋아, 그의 전출은 주변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경쟁률이 무려 30:1인 공무원 조직이 있다. 더구나 공무원 생활을 해 본 공직자 출신들에게 인기가 많다는데, 그 조직은 어디일까?
바로 조세심판원이다. 공직자들로부터 '꽤 괜찮은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국세청·관세청 등 유관기관 간 인사 교류는 있었지만, 최근에는 조세 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처에서 심판원으로 전출을 가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심판원 관계자는 "총리실 본부 내에서도 젊은 직원들이 심판원으로 오고 싶어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심판원은 인사 적체로 일한 만큼의 보상(승진 기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내부 불만이 쌓인 조직이다. 같은 행정고시 기준으로 국세청·관세청 소속 공무원과 비교해 승진 속도가 매우 늦다.
공직자에게 메리트가 없는 셈인데, 그럼에도 전입 희망자가 줄을 선 이유는 무엇일까.

심판원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심판원으로 전출을 원하는 이유는 '3가지'로 추정된다.
우선 ①상사의 부당한 지시와 같은 불필요한 업무가 없다는 점이다.
심판원 관계자는 "상사로부터 간섭이 심한 일반적인 공무원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자기 일만 하면 되는 심판원 업무에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직 내에선 '학자 스타일'의 공무원이 많다고 한다.
②'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직 내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사실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 순환 보직은 당연한 인사원칙으로 여겨진다. 한 가지만 분야만을 계속할 수 있는 공무원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심판원은 조세 불복과 관련한 업무를 계속 맡으며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단 것이다. 일부는 퇴직 후 재취업(세무법인 등)에 대한 희망을 안고 심판원의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③마지막으로 '업무의 예측 가능성'이다.
심판원 관계자는 "업무량이 타 부처에 비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자신의 업무량을 예측할 수 있어 스스로 스케줄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분위기란 소리다.
최근 이런 이유로 일이 굉장히 많은 곳으로 소문난 기재부 세제실 5급 사무관이 심판원으로 전출한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