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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폭행 합의금 증여세 억울"…한진家, 불복 결과는?

  • 2024.09.12(목) 07:00

한진그룹이 최근 편법증여 혐의로 추징당한 세금 부과취소처분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한진 오너 일가의 또 다른 증여세 불복 이슈가 드러나 거액을 추징당하게 됐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2022년 국세청이 추징한 증여세와 가산세가 부당하다며 심판원에 불복 청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고문이 잘못된 세금을 바로잡아 달라고 제기한 심판청구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지난 2019년 조 전 회장 사망 후 부인인 이 고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사장은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납부했다. 

국세청은 2020년 5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약 2년 간 한진그룹의 상속세를 조사한 후, 한진 오너 일가가 조 전 회장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이 있음에도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증여세와 가산세를 추징했다. 

쟁점은 조 전 회장이 생전 계약한 신탁 수익과 이 고문의 형사사건 합의금으로 지급한 돈을 증여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쟁점① 조양호 전 회장의 신탁 수익자는 누구?

조 전 회장은 2012년 해외에서 은닉해오던 현금과 비상장주식을 싱가포르에 있는 금융회사에 신탁했다.

국세청이 파악한 신탁계약 기밀문서에는, 조 전 회장이 '상속과 승계'를 목적으로 신탁을 설립하고 계좌 3개에 자금을 나눠 예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첫 번째 계좌 수익자는 조양호 전 회장과 이명희 고문이었으며, 두 번째는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세 번째는 조양호 전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었다. 

신탁이란 일정한 목적에 따라 재산의 관리와 처분을 남에게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재산을 맡기는 사람인 위탁자가 금융회사(수탁자)에 재산을 관리하고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소유 및 수익을 일정기간 이후나 사망 등 특정 상황에 수익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다. 

조 전 회장이 계약한 신탁은 '수탁자가 어떠한 순간에도 권한을 가진다'는 조항을 둔 일종의 재량신탁이었다. 재량신탁은 수탁자에게 수익자·수익권 지정권과 변경 권한을 부여한 신탁이다.

문제는 신탁회사의 재량권이 절대적인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이 고문은 재산을 관리하는 신탁회사가 100% 절대적 재량권을 갖고 있어 수익자를 본인과 자녀들로 단정할 수 없고, 조 전 회장 사망 후 신탁 수익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증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세청은 신탁 계약서에 수탁자의 '절대적 재량'이라는 표현이 있더라도, 계약서의 다른 부분에서 '수탁자가 신의와 성실을 다할 경우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신탁회사가 전적인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즉, 신탁회사가 모든 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일정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 전 회장이 신탁증서에 수익자를 '본인과 아내, 2명의 자녀, 그들의 직계후손'으로 분명히 지정해 신탁회사가 수익자를 변경하더라도 조 전 회장의 의견에 따르는 소극적 재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쟁점② 이명희 형사사건 합의금은 증여일까?

이 고문은 신탁 수익 외에도 조 전 회장이 형사사건 관련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에 대한 증여세도 추징받았다. 

이 고문은 지난 2018년 운전기사 폭행과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로 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조 전 회장은 이 고문의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9명의 합의금과 로펌 변호사 비용으로 5회에 걸쳐 거액을 입금했는데, 국세청은 이 비용 역시 증여세를 부과하는 부부간 금전 거래로 보고 과세했다. 

이 고문은 국세청 추징에 조 전 회장은 한진그룹을 경영하는 총수로서, 당시 일우재단 이사장이었던 이 고문의 형사사건이 그룹 전체 이미지와 연관됐기 때문에 증여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세심판원의 결정은?

심판원은 이 고문의 신탁과 합의금 관련한 증여 모두 과세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심판원은 조 전 회장이 계약한 신탁에 대해 수탁자인 신탁회사는 수익자를 변경하는 절대적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라, 수익 분배방법을 바꿀 수 있는 정도의 재량만을 가진 것이라고 봤다. 

신탁 설립 목적이 '상속과 승계'라는 점에서 신탁의 수익자가 이 고문과 자녀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고문의 형사사건 합의금 역시, 변호사 비용과 형사합의금으로 이 고문 계좌에 입금된 금액이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생활비로 보기 어렵고 부양의무 차원도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상증세법에 따라 배우자에게 양도한 재산은 배우자가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증여재산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판원은 "'부양'은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을 경제적으로 도울 때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이 전 고문의 예금잔액을 볼 때 조 전 회장이 부양의무 차원에서 합의금 등을 지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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