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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납세고지서는 왜 구식일까?

  • 2024.05.31(금) 08:09

납부 고지 등 담은 서류는 등기우편으로 해야
국세청 "모바일 고지땐 선의 피해자 생길수도"

지난 한 해 납세자에게 발송된 국세청 우편물은 4400만개다. 납부의 고지·독촉 등을 담은 서류는 등기우편으로 보내고 있는데, 전체 우편물 발송량의 절반(51.2%)을 넘기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반면, 일반우편인 안내문은 상당 부분 모바일로 대체되고 있어 발송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적지 않은 우편물 예산을 아끼느냐 마느냐를 떠나, 납세고지서 전달 경로는 현재의 국세행정 환경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구식 티가 팍팍 난다. 방대한 정보를 학습한 AI가 세법 상담을 해주고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세금 신고가 금방 끝나는 시대인데, 왜 납세고지서는 '대면 수령'만을 고집하는 걸까. 

국세 서류는 어떻게 전달하고 있을까

국세청이 세금을 고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국세기본법에선 교부·우편·전자 송달의 방법으로 국세 관련 서류를 납세자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서류에 납부의 고지·독촉·강제징수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면, 이를 전달하는 방식은 등기우편이어야 한다. 

납세자의 집에 등기우편으로 납세고지서를 보내고, 부재로 인해 세무서로 다시 반송되면 세무공무원이 현장에 직접 나가 납세고지서를 전달하는 게 일반적인 경로다. 다만 소득세 중간 예납세액·부가가치세 예정 고지에 따라 그 세액이 50만원 미만에 해당한다면, 납세고지서는 일반우편으로 보낼 수 있다. 

문제는 고의적인 납세 회피다. 고지서가 도달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고지서를 받지 않고 공무원이 찾아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은 식으로 대응한다고 한다. 

이런 부분을 방지하고자 만든 게 공시송달(국세청 홈페이지 등에 송달할 내용을 게재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이다. 단, 공시송달은 '세무공무원이 2회 이상 납세자를 방문해 서류를 교부하려 했으나 수취인이 부재중이라는 점'이 확인됐을 때라는 전제가 붙는다. 

고지서 (공시)송달 다툼 많다, 왜  

납세자는 고지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고지된 과세처분에 대해 불복할 수 있다. 고지서 공시송달로 시야를 좁히면 과세관청과 납세자 간 송달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잦은 다툼을 벌인다. 과세관청은 송달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납세자는 과도하게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사실 공시송달은 국세청으로선 당장은 징세의 편한 도구임이 분명하지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때가 적지 않다.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납세고지서의 공시송달이 적법한지를 따지는 사건(조심 2023서0185)이 있었다. 당시 국세청은 고지서가 주소 불분명으로 반송되자 바로 공시송달을 진행했다. 그러나 실제 반송 사유는 폐문 부재였다. 심판원은 전화 연락 등의 방법을 썼다면 정상적으로 고지서가 송달됐을 것으로 판단하며, 세금부과 자체를 취소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납세자의 '모르쇠 식' 회피로 고지서 송달에 어려움이 많은 것도 현실이며, 이를 악용하는 납세자들도 심심치 않게 포착되고 있다. 

심판원의 심판례(조심 2021중6844)를 보면, 한 납세자는 '2회 이상 방문→수취인 부재'란 공시송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서류 송달 방법이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사실관계를 따져보니, 국세청이 주소지를 찾아가 납세고지서 도착 안내문을 부착했는데도 회신이 없자 10여차례 등기우편도 보냈다. 고지서를 송달할 당시에 해당 납세자가 사업을 하거나 근로자 신분이 아니라서 송달할 만한 다른 장소도 없었다. 심판원도 의도적인 회피로 봤다. 

납세고지서도 모바일로? 손질하기 어려운 이유 

환경이 바뀌었다면 규제도 새로운 틀과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목의 신고라든지 복지 혜택의 신청 내용을 담은 서류는 모바일로 보내진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누구는 납세고지서도 문자로 보내면 도달이 되는 걸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도. 

자칫 징세 편의로 비추어질 수 있으나, 고의적인 납세의무 회피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선 어느 정도 필요성이 인정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세청 내부에선 공시송달 요건을 넓게 보는 방향으로 정책 추진은 신중해야 한단 목소리가 크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에서 고지서가 송달됐는지 여부를 두텁게 보는 이유는 강제집행이 연계되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라며 "본인이 (고지서를)못 받았는데, 체납처분 절차로 넘어가게 되면 억울한 납세자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체납자가 된다면 금융기관에 대출을 못 받는 등 생업에 큰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이어 "악의적으로 피해 다니는 납세자를 보면 답답하다"면서도 "선의 납세자가 진짜 고지서를 못 받아서 체납자라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에 고지서를 모바일로 보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대부분 국가도 납부·독촉·압류 등 서류는 수취인이 받았는지를 확인수 있는 등기우편으로 보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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